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구스타보 두다멜과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 /장혜영

지식인의 사회의무 낡은 것으로 인식…세상이 바뀌어도 변치않는 가치 있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0-21 21:14:31
  •  |   본지 2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을 아십니까? 남아메리카 대륙 북쪽에 위치해 우리와 별 관계가 없는 나라임에도 '작은 베네치아' 를 뜻하는 이 나라 이름이 낯설지 않은 것은 아마 세계 미인대회를 휩쓸어온 팔등신의 '미스 베네수엘라'들의 역할이 컸던 것 같다. 신문의 정치·국제면을 열심히 읽는 사람이라면 21세기의 돈키호테로 불리고 있는 우고 차베스 현 대통령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가장 유명세를 떨친 이는 올해 LA 필하모니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해 이달 초에 갓 데뷔 연주를 마친 28세의 청년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아닐까.

1981년생으로 음악의 도시 바르키시메토에서 태어난 구스타보 두다멜은 어려서부터 바이올린 신동으로 명성을 떨친 천재였다. 베네수엘라의 모차르트라 부를 만하지만, 모차르트와는 달리 클럽에서 트롬본을 연주하는 아버지 밑에서 빠듯하게 자란 그가 재빨리 재능을 발견해 발전시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베네수엘라에서는 1975년부터 무상 음악 교육 시스템이 생겼고 그 시스템을 창안한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두다멜의 천재성을 간파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음악 교육에 관한 남다른 신념으로 정부에 수십 번을 건의한 끝에 가장 열악한 환경에 사는 가난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상 음악 교육을 실시해 신분 상승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창시한 아브레우 박사는 두다멜이 이 엘 시스테마를 이끌 미래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그가 14세가 되던 해부터 본격적인 지휘 교육을 시켰다. 그리고 그가 채 스무 살을 채우기도 전 엘 시스테마 학생들로 이루어진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일임해 어렵게 초청받은 유럽의 페스티벌에 내보냈다. 남아메리카에서 날아온 21세기의 모차르트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음악을 하는 청소년들의 연주는 유럽을 단번에 감동시켰고 두다멜은 이후 승승장구해 라 스칼라, 베를린 필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다 결국 LA 필의 역대 최연소 음악감독으로 계약하는 데 성공한다. 명문 음악학교 출신들이나 오를 수 있었던 자리에 백프로 베네수엘라산 시골뜨기가 입성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스토리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휘자가 된 그는 오늘날의 자신을 있게 한 아브레우 박사와 엘 시스테마를 적극 홍보하고 후배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바쁜 스케줄에도 베네수엘라로 돌아가 후배들을 지도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두다멜의 존재 자체가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조국의 음악학도들은 이후 유럽의 유명 오케스트라에 스카우트되기도 하고, 제2의 두다멜을 꿈꾸는 어린 지휘자들은 외국에서 객원 지휘를 할 기회를 잡기도 한다. 그중 한 명인 디에고 마테우스는 얼마 전 한국 서울시향의 객원 지휘를 맡기도 했다. 그렇게 성공한 이들은 두다멜이 그랬듯이 조국의 후배들을 이끌고 지도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먼 벽지의 시골 마을까지 찾아가 무상으로 레슨을 해주는 게 당연한 도리였다. 결국 천재를 알아보고 굳은 믿음과 함께 지원을 해준 아브레우 박사와 그 믿음에 그대로 보답한 두다멜은 베네수엘라 사회의 본보기가 되어 더 큰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나아가는 게 아니라 현재의 자신이 있도록 해준 사람들의 은혜를 되갚기 위해 봉사하는 아름다운 사회 환원의 고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생이 되면 야학의 교사로 일하는 게 당연한 도리처럼 생각되던 때가 있었다. 어렵던 시절 거금의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간다는 것은 특권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기에 대학에 간 지식인의 당연한 사회적 의무로서 자원봉사를 했던 것이다. 언젠가부터 지식인의 사회적 의무나 사회 환원 같은 것들은 빛바랜 과거의 낡은 가치들로 버려지고, 지식은 돈을 벌기 위한 한 수단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개구리가 되기 전 올챙이 시절을 잊지 않고 자신이 쌓은 지식을 남들에게 돌려줄 줄 아는 베네수엘라 젊은 음악인들의 사연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감동을 받은 것을 보면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있는 것이 아닐까.

멕시코 이베로아메리카대학 박사과정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치킨게임 내몰린 가덕 vs TK 신공항
  2. 2수리조선 쇠퇴에 지역 휘청…젊은 일꾼 다 떠나 맥 끊길 판
  3. 3“마린시티·깡통시장…팔색조 부산 새 슬로건에 담아”
  4. 4당정 업고 TK공항 급부상…가덕 관문공항 지위 치명타
  5. 5시민공원 야외주차장 학교 서는데…만성 주차난 어찌할꼬
  6. 6“가스 아끼려 난로 쓰다 전기료 3배” 취약층 생존비용 급증
  7. 7“10만 시민 인터뷰로 총선 공약 만들 것”
  8. 8아픈손가락 윤성빈, 롯데는 포기 안했다
  9. 9실내 마스크 27개월 만에 ‘의무’ 벗는다
  10. 10[뉴스 분석] 국민연금 2055년 고갈…더 걷는 데는 공감, 더 줄지는 격론
  1. 1치킨게임 내몰린 가덕 vs TK 신공항
  2. 2당정 업고 TK공항 급부상…가덕 관문공항 지위 치명타
  3. 3“10만 시민 인터뷰로 총선 공약 만들 것”
  4. 4일 터지고서야 ‘뒷북 간담회’…TK 눈치보는 부산 국힘의원
  5. 5“또 나오라”는 檢에 이재명 불응 시사…구속영장 청구 수순?
  6. 6"공공기관 비인기 실업팀 운영을"
  7. 7'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찬반 與 입장 오락가락
  8. 8이재명 12시간 반 만에 검찰 조사 마무리…진술서로 혐의 전면 부인
  9. 9조경태 "전 국민 대상 긴급 난방비 지원 추경 편성하라"
  10. 10대통령실,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제기 김의겸 고발 방침
  1. 1수영강 조망·브랜드 프리미엄…센텀권 주거형 오피스텔 각광
  2. 2난방비 충격 시작도 안 했다, 진짜 ‘폭탄’은 다음 달에(종합)
  3. 3'난방비 폭탄'에… 부산지역 방한용품 구매 급증
  4. 4난방비 폭탄에 방한용품 불티… 요금 절감 방법도 관심(종합)
  5. 5대저 공공주택지구 사업 본궤도… 국토부 지정 고시
  6. 6코스피 코스닥 새해들어 11% 상승
  7. 7미래에셋 등 서울 기업들 ‘엑스포 기부금’ 낸 까닭은
  8. 8국토부 “전세사기 가담 의심 공인중개사 용서하지 않겠다”
  9. 9겨울에 유독 힘든 취약계층…난방비 급증하는데 소득은↓
  10. 10아마존 핫템된 ‘떡볶이’…지역 146사 해외 온라인몰 안착
  1. 1“마린시티·깡통시장…팔색조 부산 새 슬로건에 담아”
  2. 2수리조선 쇠퇴에 지역 휘청…젊은 일꾼 다 떠나 맥 끊길 판
  3. 3시민공원 야외주차장 학교 서는데…만성 주차난 어찌할꼬
  4. 4“가스 아끼려 난로 쓰다 전기료 3배” 취약층 생존비용 급증
  5. 5실내 마스크 27개월 만에 ‘의무’ 벗는다
  6. 6[뉴스 분석] 국민연금 2055년 고갈…더 걷는 데는 공감, 더 줄지는 격론
  7. 7아시아드CC “복지기금 그만 줄래” 주민 “일방파기” 반발
  8. 8면세등유·비룟값·인건비 급등 ‘삼중고’…시설하우스 농가도 시름
  9. 9경찰·국정원, 북한 지령 받아 창원서 반정부 활동 ‘간첩단’ 4명 체포
  10. 10HJ重이 곧 영도…작년 말 6500억 일감 확보로 부활 기지개
  1. 1아픈손가락 윤성빈, 롯데는 포기 안했다
  2. 243초 만에 ‘쾅’ 이재성 2경기 연속 벼락골
  3. 3또 신기록…‘빙속여제’ 김민선 폭풍 질주
  4. 4의심받던 SON, 골로 증명한 클래스
  5. 5임성재 PGA 시즌 첫 ‘톱5’
  6. 6"공공기관 비인기 실업팀 운영을"
  7. 7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 흥국생명 양강 체제
  8. 8벤투 감독 ‘전화찬스’…박지수 유럽파 수비수 됐다
  9. 9이적하고 싶은 이강인, 못 보낸다는 마요르카
  10. 10쿠바 WBC 대표팀, 사상 첫 ‘미국 망명선수’ 포함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부산 기업, CES에 가다
직업병안심센터서 직업병 전문상담 가능해
기명칼럼 [전체보기]
‘중꺾마’ 벚꽃 대학
스크루지 여사와 1.6%
기자수첩 [전체보기]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해시장, 소통행정 이후가 중요하다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먼저 온 미래’ 영도에서 2030 부산 해법 찾기
‘부산’이라는 아이 어떻게 키우겠습니까
도청도설 [전체보기]
코덕
연판장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너무나 완벽한 음식 식해
여러분 모두 미식가 되세요!
사설 [전체보기]
지구대서 쫓겨난 할머니…부산경찰 인권감수성 반성을
고령층 고용 확대 위한 사회적 논의 내실있게 진행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산진 수상비행장을 아세요?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산업전환
아침숲길 [전체보기]
내게도 다 계획이 있어요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수평선을 바라보며 동백꽃을 사랑하며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신정과 설날 사이의 단상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다시 블랙리스트
정치인의 언어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근고지영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이태원 연가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노엘합창단
절대음감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풍곡 성재휴의 ‘배암 나와라’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CEO 칼럼 [전체보기]
초고령 선진국에 걸맞은 변화
자율주행의 위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