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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김제동 하차 논란과 루저(loser) 발언 파문 /박무성

루저 파문이 문제의식 부재라면 김제동 퇴출은 의식의 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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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대생이 방송에 나와 "키 작은 남자는 사회적 루저"라고 내뱉은 말이 일파만파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9일 KBS 2TV '미녀들의 수다'(미수다)에 출연한 이 여대생은 '키 작은 남자와 연애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남자의 키는 경쟁력…" 운운하면서 그 기준을 '180㎝ 이상'으로 못박았다. 신장 180에 못 미치는 남자는 모두 패배자, 낙오자가 되는 셈이다. 파장은 빠르고 컸다. 인터넷에는 실시간 동영상이 떴고 댓글이 줄을 이었다. 출연자와 제작진이 곧바로 사과문을 실었는데도, 방송국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10건 넘게 줄을 이었다. "키 작은 남자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루저의 난' '루저 대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루키즘(lookism··외모지상주의) 신봉자인 듯한 이 여대생은 일련의 반응이 오히려 당혹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외모는 경쟁력, 미모는 권력'이라는 외모지상주의가 이미 보편적 이데올로기가 된 세상에서 말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가 '루키즘'이란 표현을 쓴 것은 지난 2000년이었다. 그는 인종 성별 종교 이념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다섯 번째 사회적 차별요소로 '외모'를 지목했다. 외모가 연애나 결혼은 물론 이고 취업 승진 등 사회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람들이 외모를 가꾸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는 것이다. 비주얼 자본주의 사회는 어디든 예외가 없겠지만, 공영방송에서 루키즘의 대상으로 남자의 키까지 거론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유독 중증을 앓고 있음이 틀림없다.

더욱이 철없는 대학생의 돌발적인 발언 소동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미수다가 생방송이 아니라 녹화방송이기 때문이다. 문제의식이 있고 파장을 예상했다면 충분히 잘라내는 '편집'을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제작진은 화면에 자막까지 띄우는 등 성의를 다해 편집했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말은 존재의 집이다. 인간은 말로 만든 집에 산다"고 했다. 말이 사람의 의식과 세계관을 반영한다는 뜻이다. 인터넷에 오른 많은 댓글 가운데 '한국작은키모임'의 성명서를 제작진이 봤는지 궁금하다. '저신장 장애인들의 삶과 명예를 실추시키고, 인간 존엄의 근간을 우롱한 KBS방송국을 규탄하며, 자라나는 저신장 장애아동들은 물론 지금도 재활·자립을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는 저신장 장애인들과 전 국민 앞에 공개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 과민반응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이 정도는 배려할 수 있어야 '국민의 방송'이다.

이번 루저 발언 파문이 '문제의식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스타 골든벨'의 사회자 김제동 씨를 중도 퇴출시킨 것은 '문제의식의 과잉'이 빚어낸 혼돈이다. 문제의식의 부재와 과잉은 균형감을 상실한 비상식과 몰상식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동전의 양면이다. 김 씨가 방출이든 하차든, 애착을 가지고 있던 프로그램에서 (강제적으로) 물러나게 된 배경에 그의 사회참여 활동이 있다는 건 명백하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에서 식전행사 사회를 봤다는 사실이 결정타였던 것 같다. 자신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김 씨는 지난 15일 MBC TV '일요인터뷰 인(人)'에서 입장을 밝혔다. "97%의 원인은 (프로그램)내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요컨대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노제 사회 건에 대해선 "그 분이 대통령이 아니었더라도, 우리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도 유족이 원했으면 갔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그의 양식과 '사람을 웃기는 데 좌우가 없다'는 그의 기지를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않고 지켜주는 게 '국민의 방송'이다.

공영방송이라고 '시청률 신경쓰지 말고 건전한 프로그램 만들라'는 주문은 분명 시대착오다. 하지만 '도대체 저런 프로그램을 왜 만들까'하는 의문이 들게 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즐기라는 식의 버라이어티 쇼, 패륜 불륜 납치 강간이 코드라는 막장 드라마가 아침 시간대에도 버젓이 편성돼 있는 것을 보노라면 공영방송 체제의 유용성이 무엇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공영방송의 위기를 외치면서 국민적 지지를 요구하기 이전에 '공영'의 이념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그 가치를 스스로 실천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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