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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사군(漢四郡)은 존재했는가 /이재호

한사군 위치두고 재야서 다른 목소리…동북공정 막으려면 여러 주장 귀담아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1-18 21:26:4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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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한 무제가 위만조선을 정복하고 한사군을 설치했다는 사실을 국사교과서에서 배우고 익혀왔다. 낙랑군은 대동강 유역, 진번군은 한강 유역, 임둔군은 원산 부근, 현도군은 압록강 중류에 설치되었다는 것이다.

한사군의 위치에 대하여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정설이 없었다. 한사군의 위치가 한반도 북부에 있었다는 학설이 확립된 것은 일제시대였다. 일제의 식민사학자 이미니시 류는 낙랑군의 위치를 대동강변으로 획정하였고 이것이 총독부의 공식입장이 되었다. 나머지 3군의 위치를 획정하는 작업은 이미니시의 수서관보로 일했던 이병도의 몫이었다. 이병도는 중국과 한국의 고대 지명을 참조하여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진번 임둔 현도의 위치를 획정하였다. 이병도는 해방 후 국사학계의 태두(泰斗)가 되어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였고 이들이 한국의 대학 강단에 포진하게 된다. 소위 주류 국사학계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철옹성이 최근에 와서 흔들리고 있으니 이덕일 등을 비롯한 재야 사학자의 등장 때문이다. 재야 사학자들은 중국 고대의 문헌과 역사서들을 근거로 한사군의 위치가 중국 요서지방에 있었다는 것을 밝혔으나 주류 사학계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중국 고대 역사서에 접근하기 어려우므로 가장 기본적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와 김부식의 삼국사기(三國史記)를 살펴본다면 한사군의 문제점을 알수 있을 것 같다. 사마천의 사기는 한 무제 당대의 기록이므로 가장 정확한 것이라 보아야 한다. 사기 조선열전에 한나라와 조선의 전쟁기록이 있다. 이 기록에 의하면 한군은 결국 조선의 성을 함락시키지 못하였고 조선인들이 왕을 죽이고 항복했다는 것이다. 전쟁 후 한나라 장군들은 모두 책임을 물어 사형에 처해졌고 한 무제는 조선인 장항을 기후(幾侯), 왕협을 평주후(平州侯), 한음을 적저후(狄苴侯), 삼을 홰청후(澅淸侯)로 봉하고 4군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조선열전에는 4군의 이름도 위치도 없다. 평주는 중국 요서지방에 있는 지명이며 적(狄)은 북적(北狄) 즉, 몽고를 가리킨다. 중국에서 봉후할 때 살았거나 다스리는 지방의 지명을 붙이는 것이 관례이므로 평주후 적저후 등의 명칭은 한사군의 위치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현도가 내몽고에 있었고 당나라 때까지 존속했다는 것은 삼국사기와 산해경, 당서에도 나와 있다. 현도는 당 태종의 고구려 침공 루트였고, 낙랑은 수나라의 고구려 침공 루트였다. 사견으로는 한무제가 한사군을 설치한 것이 아니라 요서지방과 내몽고 일부를 조선인에게 다스리게 하고 이들이 서서히 한나라에 흡수되어 간 것이라 볼 여지가 많다.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을 사대주의자로 매도하는 것이 주류 사학계의 견해이지만 김부식은 합리적인 유학자이지 사대주의자가 아니다. 일제 식민사학자들은 삼국사기의 기록을 취하면 임나일본부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에 김부식을 사대주의자로 몰았던 것이다. 삼국사기의 정확성은 광개토대왕비와 무령왕릉의 발견으로 증명되고 있다.

삼국사기에는 고구려가 제11대 동천왕 때 평양으로 천도한 것으로 되어 있다. 제16대 고국원왕 때 다시 환도성으로 옮겼다가 제20대 장수왕 때 평양으로 천도했다. 그런데 이기백의 '한국사신론'에는 고구려가 제15대 미천왕 때 평양에 있는 낙랑을 멸망시켰다는 것이다. 미천왕이 낙랑군을 공격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을 근거로 한 것인데 필요한 것만 취하고 불리한 것은 무시하는 것은 학문적 태도가 아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낙랑공주의 애환이 서린 낙랑국은 한반도 중부의 소왕국이며 고구려 제3대 대무신왕이 멸하였다. 낙랑국과 낙랑군은 다른 것이다. 낙랑국 멸망 후 5000명이 신라 제3대 유리 임금에게 귀순하였다. 평양에 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다"라는 말도 있지만 중국의 동북공정과 관련해 한사군은 먼 옛날의 역사가 아니다. 중국 역사학계가 만리장성의 기점을 황해도로 주장하는 것은 낙랑군의 위치에 대한 이병도의 학설을 원용한 것이다. 주류 사학계는 한사군에 대한 재야 사학자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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