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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디지털 시대에 더 필요한 아날로그적 가치관 /김영도

복제방지기술 만으론 콘텐츠 보호 힘들어

합당한 대가 지불하는 성숙한 양심 키워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2-07 20:39:32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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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인터넷 환경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너무나 간단하게 내려받아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다양하게 제공된다. 하지만 관련 산업이나 서비스의 물리적인 발전에 비해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신적인 성숙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말이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및 복제에 관한 내용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폐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아날로그 미디어 시대에도 불법복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서의 복제기술은 개념에서부터 그 차원을 달리한다. 과거에는 콘텐츠를 동일 매체에 복사하여 매매자 간 접촉을 통해 은밀하게 거래하는 방식이었다면 디지털 시대에는 인터넷망을 이용하여 또 하나의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대용량 복제본을 순식간에 많은 사람에게 퍼트려 저작권자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또한 데이터 압축 저장기술의 개발로 매일 듣는 음악이나 오디오데이터를 저장 용량은 크게 줄이면서 원본과 거의 차이를 느끼지 않도록 압축하는 오디오 압축 기술이나 영화를 원본 화질과 많은 차이를 느끼지 않고 압축해 주는 동영상 압축 기술 등은 이전의 아날로그 시대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유용한 저장기술이지만 반면 복제를 더욱 용이하게 하는 원천적 요인이 돼버렸다.

역설적으로 디지털 미디어 저장 기술은 필연적으로 원본과 복사본 또는 복제본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게 만든다. 물론 과학자들에 의해 원본 확인 및 복제 방지를 위한 여러 가지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중세 교회에서 암호문을 보낼 때 투명한 그림이나 글씨를 사용한 워터마킹에서 유래된 디지털 워터마킹이 그 대표적인 복제 방지 기술이다. 이 기술은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 각종 디지털 데이터에 저작권 정보와 같은 비밀 정보를 삽입하여 콘텐츠의 저작권 관리를 가능하게 해준다. 이를 잘 활용하면 그림이나 문자를 디지털 미디어에 삽입하여 원본의 출처 및 정보를 추적할 수 있으며, 삽입된 워터마크는 미디어의 재생을 어렵게 만드는 기능도 부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진행되어 온 창과 방패의 개발 역사와 같아서 더 강력한 복제 방지 기술은 필연적으로 거기에 도전하는 사람과 기술을 통해 무력화되곤 하였다. 다시 말해 기술만으로는 불법 복제와 복사를 막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 해킹과 보안 프로그램의 모순 관계와 같은 것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복제방지 기술과 함께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에 걸맞는 디지털 콘텐츠 사용자의 성숙된 '양심'이 선행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콘텐츠 제작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간단하게 풍경사진을 한 컷 찍더라도 적당한 조명, 장소, 시간, 촬영 및 편집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복사방지 기술에만 의존하여 불법복제를 막으려 하기보다는 소비자들이 콘텐츠도 하나의 상품으로, 저작권을 함부로 침해해서는 안 되는 재산으로 인식하도록 계몽해야 한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불법 복제 혐의가 입증된 웹하드 업체대표와 저작권 침해 정도가 심각한 이용자(헤비업로더) 등 17명이 불법복제로 얻은 수익 중 11억9000만 원을 범죄수익금으로 규정하고 환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영화 '해운대'가 불법으로 유출되어 수십, 수백 억의 경제적 손실을 입은 사례에서 보듯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에 대해 정부가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류문화에 힘입어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다양한 형태로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지만 이러한 콘텐츠의 대부분이 디지털 미디어로 제공되고 있다. 우리의 저작권을 지키고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스스로가 다른 나라에서 제작된 디지털 저작권을 인정하고 지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미래에도 디지털 기술이 문명의 변화에 핵심적 요소가 될 수밖에 없겠지만 숭고한 인간성을 바탕으로 하는 아날로그적 문화의 가치관은 우리 스스로가 반드시 지켜가야 한다.

동의과학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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