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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우리 안의 두바이 /제정임

금융위기 앞에 꺼진 두바이의 기적

그 말로를 보며 정부는 뭘 깨달았을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2-07 20:41:2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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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건축물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사막 위에 금융과 관광, 물류의 허브(중심지)를 만들겠다며 쇠망치 소리를 드높이던 두바이가 마침내 '과속 스캔들'을 내고 말았다. 두바이 최대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가 '앞으로 6개월간은 빚을 못 갚는다'며 뒤로 나자빠진 것이다. 160층이 넘는다는 세계 최고 건물 '버즈 두바이',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실내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스키 두바이', 야자수 모양의 거대 인공 섬 '팜 아일랜드', 7성급 초호화호텔 '버즈 알 아랍'을 자랑하던 두바이가 사실상 부도국가가 됐다는 얘기다. 무려 400억 달러(약 45조 원)를 물렸다는 유럽계 은행 등 채권자들은 두바이가 속한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종주국인 아부다비를 상대로 '내 돈 어떻게 할 거냐'며 채근하고 있다.

두바이는 고갈되어가는 석유자원에 더 이상 기대지 않고 국제 서비스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겠다는 목표 아래 엄청난 속도로 건설투자에 집중해 왔다. '세계 최고, 최대가 아니면 이 사막까지 누가 보러 오겠느냐'며 외형에 집착했고, 지도자는 당대에 성과를 내기 위해 '빨리빨리'를 외쳤다. 두바이의 변화가 '사막의 기적'으로 회자되면서, 저금리 환경에서 갈 곳을 찾아다니던 전 세계의 유동자금이 몰려들었다. 두바이 정부는 외국인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금융규제를 풀고, 세금을 없애고, 노동쟁의를 철저히 막아주었다. 투자는 점점 더 많이 몰렸고, 증시와 부동산에는 엄청난 '거품'이 일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고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두바이의 '기적'도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외국자본이 끊임없이 들어와야 지탱될 수 있는 두바이식 성장은 언제 어디서 대형 위기가 터질지 모르는 '금융세계화'의 시대에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은 모델이었음이 드러났다.

중동의 작은 토후국 두바이의 몰락이 남 얘기로 들리지 않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우리나라 정치인과 관료, 일부 언론들이 '두바이를 배우자'고 외쳐왔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두바이의 셰이크 모하메드 국왕을 '닮고 싶은 지도자'로 꼽았고, 대선에서는 새만금을 '한국의 두바이'로 개발하겠다고 공약했다. "두바이에서는 사막을 파서 운하를 만들더라"며 대운하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당선자 시절에는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A) 회장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으로 초빙해 금융규제완화와 외국인투자유치 문제 등을 자문했다. 정부여당이 금산분리, 즉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푼 데는 국내 은행 인수에 관심이 많은 두바이 등 중동계 펀드들이 대통령에게 이를 요구한 탓도 있다고 한다.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군용 비행기의 활주로를 틀면서까지 허가한 '제2롯데월드' 건설 역시 '두바이에 푹 빠진' 그의 심리를 감안하면 이해할 만한 일이다.

두바이는 제주도의 두 배쯤 되는 국토에 인구가 150만 남짓이고, 그 중 80%가 외국인 근로자다. 무엇보다 세습군주국이라, 왕이 마음만 먹으면 국가 예산의 대부분을 토목사업에 쓸 수도 있고, 기업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없앨 수도 있고, 노동운동은 싹이 나기도 전에 잘라버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5000만 국민의 다양한 욕구가 고루 충족되어야 하고, 법과 절차를 존중해야 하는 민주주의 국가다. 두바이가 우리의 모델이 되기엔 애당초 근본적 차이가 컸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두바이의 '왕'이 하는 식으로 이 나라를 끌고 가려는 욕심을 보였다. 절차를 무시한 채 엄청난 속도로 밀어붙이고 있는 4대 강과 재개발 등 토건사업이 그렇고,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과 금산분리완화 등 분별없는 규제 풀기가 그렇다. 두바이는 마침내 '외형에 집착하는 과속 토건투자', '실력을 넘어선 금융 개방과 규제완화', '외자의존 성장'의 쓰디쓴 말로를 보여주었다. 비슷한 노선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정부는 긴장해야 마땅하다. 콘크리트를 쌓아 올려 국토를 개조하려던 두바이의 꿈은 지금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 펄럭이는 '환경친화적 성장'의 깃발로 인해 더욱 허망하게 보인다. '두바이를 배우자'고 외치던 이 나라의 집권층은 이제 정말 배워야 할 게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을까.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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