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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당신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나요 /김수우

오솔길 같은 사랑… 가장 시급한 과제

어떤 사랑이든 서로를 존중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1-01 18:49:24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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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이란 말은 실패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지금도 진행 중이며 창조 과정이라는 말이다. 인류사에 세기를 넘으며 살아있는 미완성 예술작품들이 얼마나 많으며, 아직도 우리를 설레게 하는 미완성 사랑이 얼마나 많은가.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늘 완벽한 사랑을 꿈꾸지만 사랑은 늘 우리를 미완성 작품으로 만든다. 그것은 사랑이 창조 중이며 진행형인 까닭이다. 이 때문에 완성되지 못한 것들에 대해 불만을 가지거나 서러워할 필요가 없다. 미완성은 그 자체로 늘 미래를 향하고 있는 행진인 것이다. 그것이 곧 본래이며 자연이 아니겠는가. 사랑은 삶의 의미를 향한 끊임없는 물음이다. 도무지 채울 수 없는 그 빈 공간이야말로 완성의 참 형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랑도 삶도 늘 아름다운 도전으로 흔들리는 것이리라.

경인년 새해다. 누구나 새해 새 꿈을 꾼다. 다시 새로운 사랑으로 굽이치고 싶은 것이다. 도전할만한 무수한 가치들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해내야만 할 것들도 너무 많고, 정치적·경제적 과제 등 모든 목표가 새로 설정되고 제시된다. 그러나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치적인 것인가, 경제적인 것인가. 모두 시급해 보여 마음이 초조해진다. 그러나 인간은 정치적·경제적 존재이기 이전에 사랑의 존재이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라는 말은 체온을 가진 누군가로 자기 가치를 얻는다는 말이다. 사랑의 과제가 가장 우선이 아닐까. 아무리 정신이 허약한 시대일지라도, 또 자본이 만능인 현실이라고 해도 말이다.

생존경쟁이 점점 무모해지고 있다. 비인간적 양심이 서로 타협하면서 욕망도 점점 거칠어진다. 전 국민이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리는 이 시대의 현상은 결국 사랑의 형식과 존재의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탓이다. 존재는 언제나 존재 자체로 충만했다. 그것이 자유이며 야성이다. 그런 점에서 인디언 달력은 진정한 삶의 지혜를 돌아보게 한다. 그들은 12월은 무소유의 달로, 1월은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로 부른다. 가슴이 저절로 잔잔해지는 느낌이다. 또 그들은 영혼 안에서 평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사람과 사람 사이, 나라와 나라 사이 평화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사랑에 대하여 다시 꿈을 꾼다. 벼락 같은 전환의 힘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을 긍정하는 힘과 만나야하지 않겠는가. 꿈을 꾸는 이상 사람은 사랑의 능력을 잃지 않는 것이므로. 꿈엔 가난해도 당당하게 짓는 미소 같은 정화력이 있다. 이는 결국 감동을 만들어내는 힘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 감동이 생명성을 지켜가고 종내 열매와 씨앗을 만든다. 하여 사랑은 우리가 어디에 감동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무엇을 사랑할 것인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4대 강 사업이 시작되는 것을 보면서 몹시 착잡하다. 생명의 전율로 그득한 4대 강을 향한 사랑은 과연 어떠해야 할까. 또 곳곳에 고립된 영혼들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새우등을 하고 길에 엎드린 그 정처 없는 노숙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성적 경쟁에 지쳐 아무 생각이 없어져버린 우리 청소년들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경이를 잃고 병약할 대로 병약해진 숲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어떤 사랑도 함부로일 수 없으며, 인위적일 수 없건만.

어떤 이슈나 이슈의 해결이 아니라 숲으로 난 오솔길 같은 사랑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어떠한 사랑을 하든 그 사랑은 서로를 존중하는 힘이어야 한다. 건강한 생명은 무엇보다 서로의 존재를 긍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랑에 실망하지 말고 지치지 말자. 우린 오늘도 여러 가지로 부족하다. 허나 그 미완을 통해 삶과 꿈은 진행된다. 삶의 의지란 결국 의미를 묻은 지속적인 질문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인생은 굳이 완성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닐까. 위대한 미완이란 결국 끊임없는 사랑의 방식이겠기에 말이다.

이런 고백은 어떨까. '나는 대단한 장점은 없지만, 그 무엇인가에 대한 진실한 사랑은 갖고 있다'. 19세기를 살면서 21세기를 내다본 생태주의자 데이빗 소로우의 고백이다. '뜻을 이루는 것은 힘이 아니라 사랑입니다'는 함석헌의 고백 또한 우리가 결단해야 할 사랑의 소중함을 보여주고 있다. 삶과 사랑에 대한 용기를 곰곰 되새기는 새 아침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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