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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내가 사회통합위원회를 회의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 /탁석산

국가주도의 사회통합… 앞뒤가 바뀐 격

통합 아닌 공생 배우고 세금문제 좀 해결하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1-05 19:30:3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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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위원회. 지난 연말에 대통령직속기구로 발족한 위원회다.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따뜻한 자유주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발족되었다고 한다. 30명 남짓 하는 위원들 면면을 보니 모두 사회에서 한자리를 하고 있는 훌륭한 분들이다. 그런데 과연 이 위원회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즉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는 데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될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으로 본다.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는, 국가가 사회통합을 하겠다고 나섰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다. 대통령직속으로 사회통합위원회를 둔 것을 보면 국가가 사회통합을 하겠다,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사회가 국가보다 더 상위개념이므로 이런 시도는 성공하기 매우 어렵다. 정부는 사회 구성원의 한 축이다. 즉 사회는 정부, 기업, 시민단체, 법원 등을 구성원으로 한다는 것이다. 사회 위에 국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밑에 정부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사회가 요구하는 바를 하면 된다. 정부가 사회를 이끌려고 하니 이상해지는 것이다. 사회가 정의를 요구하면 정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행정을 통해 일하면 되고 법원도 맡은 바를 하면 된다. 물론 사회구성원인 시민도 자기 몫을 해야 한다. 국가를 최상위 개념으로 놓는 것은 오히려 사회를 경직화시키고 정부를 권위적으로 만든다. 왜 소통이 안 되는가? 그것은 국가를 상위개념으로 놓고 정부가 시혜를 베풀듯이 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조가 동등한 구성원이라고 여긴다면 소통은 수월할 것이다. 대등한 관계라고 여긴다면 자연스럽게 소통하지 않겠는가. 야구단을 사회라고 한다면 정부나 기업 등은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선수가 야구단보다 우위에 서서 통합하겠다고 한다면 이상하지 않은가. 즉 선수가 구단주가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는, 통합이라는 말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통합이란 같은 방향을 향해 다른 것들을 하나로 합한다는 뜻인데 매우 오만하고 거친 말이다. 1980년대에 방송통폐합이라는 것이 있었다. 여러 개의 개별 방송사를 정부가 마음대로 몇 개로 통폐합한 것이다. 통합이란 말은 강제하는 권력의 냄새가 짙게 난다. 서로 다른 주장과 생각을 갖고 있는 사회구성원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이 말이 될까. 서로의 주장과 입장을 인정해주고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공생진화론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세계의 모든 생물은 공생에 의해 진화한다는 것이다. 세포를 구성하고 있는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원래는 각각 독립된 생물체였는데 공생함으로써 진화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즉 이질적인 것이 하나로 통합되지 않고 오히려 각자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진화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이질적인 것을 삼키거나 와해시켜 하나로 만들려 하지 말고 공생의 원리를 배워야 한다.

정치가들은 무슨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면 법안을 만든다. 법을 만들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법조인 출신이 많아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현장을 외면하고 법이든 위원회든 만들면 이미 문제가 반 이상은 해결된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사회갈등은 사회통합위원회를 만들었으니 반쯤은 해결됐고 이제 위원회에서 내놓을 보고서를 바탕으로 집행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정부가 사회통합위원회와 같은 것을 만들 생각을 했겠는가. 오히려 시민이 만드는 사회공생회 같은 모임이나 조직에 정부가 참여해야 하는데 말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도 지시하거나 시혜를 베푸는 입장이 아니라 진지하게 다른 구성원의 견해를 경청하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심하니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애쓰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닌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의 가장 큰 원인은 아마도 사회의 양극화일 것이다. 소수의 몇 %가 부를 독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면에서 특권 계급을 형성해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정부는 부가 재분배되도록 부자들에게 강력하게 과세를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 동안 수십조 원의 세금을 깎아주었다고 한다. 부자가 더 부자가 되었다면 세금을 더 걷는 것이 정당한데도 현실은 그 반대였다. 정부는 세금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통합이 아닌 공생을 위해 일해야 한다.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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