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355일 만의 장례식 그 이후 /유창선

용산참사… 사회 갈등의 상징, 정부 진심 담긴 진상규명 등 있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1-10 19:28:34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용산참사 철거민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식이 근 1년 만에 치러졌다. 뒤늦기는 했지만, 이제라도 유족들과 정부 사이의 합의가 이루어져 장례식을 치른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실상 유족과 정부를 대신한 범국민대책위와 서울시는 지난 연말 정운찬 총리의 사과, 유족 보상금 지급과 상가 분양권 지급, 유가족 병원비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쟁점이 되었던 진상규명 등의 부분은 합의에서 빠졌지만, 이 정도면 정부도 유족 측의 요구를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유족들의 요구를 거부해왔던 정부도 용산참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새해를 맞는 데 대한 부담을 의식하여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유족들의 입장에서도 수사기록 공개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고인들을 보내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장례식까지 치러짐에 따라 용산참사는 사건 발생 355일 만에 표면적으로는 일단락되게 되었다.

그러나 장례식이 끝났다고 해서 용산참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생겨나지 않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과제들이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과정에서 무엇보다 유감스러운 것은 용산참사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지 않은 정부의 태도였다. 정부는 그동안 용산참사는 '사인(私人)'간의 문제로 중앙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무리한 진압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는데도 정부는 불법 농성자들의 책임만 부각시킬 뿐, 자신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경위야 어찌 되었든 간에, 생존권을 다투던 사회적 약자들의 처참한 죽음을 앞에 놓고도 정부는 진정으로 가슴 아파하거나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합의가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정부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었다. 합의의 주체는 '정부'가 아닌 '서울시'였고, 사과의 주체 역시 '이명박 정부'가 아닌 '정운찬 총리'였다. 그러하기에 정운찬 총리의 '유감' 표명 속에 과연 이명박 정부의 진심이 얼마나 담겨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예기치 못했던 참사 앞에서 유족들의 손을 잡고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그런 정부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냉정한 법의 논리만을 신봉하던 정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런 모습을 바꾸지는 않았다. 용산참사의 장례식조차도 경찰의 삼엄한 통제 속에서 치러져야 했던 장면이 이를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범국민대책위와 서울시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는 장례식을 치르기 위한 합의이지, 용산참사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합의라고 하기는 어렵다. 우선은 진상규명의 과제가 남아있다. 현재 법원에서 고려하고 있다는 검찰의 수사기록 공개가 이루어지면 당시의 참사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재개발 과정에서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개선의 노력이 따라야 한다. 용산참사 직후부터 제도개선의 다짐은 곳곳에서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이를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논의는 뚜렷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재개발 과정에서의 불행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의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또한 구속기소된 철거민들이 불구속으로 재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현재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철거민 가운데는 아버지가 희생된 사람도 있다. 용산참사가 농성 철거민들의 삶을 가혹하게 파괴시켰음을 생각한다면 이들을 가해자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최대한 법적 관용을 취해야 합의의 정신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용산참사는 그동안 우리 사회 갈등의 상징으로 자리해왔다. 장례를 치렀다고 모든 아픔과 상처가 치유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합의문의 문구보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했던 갈등의 흔적을 지워내는 일이다. 다시는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가는 비극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진심이 담긴 정부의 후속 조치들이 더 필요하다. 그래야 용산참사는 완전한 해결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사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2. 2"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3. 3‘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4. 4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5. 5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6. 6[속보] 재커라이어, 나흘 만에 경질.. ‘역대 최단 기간’ 백악관 대변인
  7. 7[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8. 8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9. 9[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10. 10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1. 1李대통령, 부천 화재 순직 소방관 조문…“영원히 기억할 것”
  2. 2[속보]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사과…“폄훼 의도 없어”
  3. 3국힘, 秋 ‘재정 빨대’ 발언 사과에 “‘사과 바라시니까’…끝까지 오만”
  4. 4김민석, '재정 빨대' 발언 사과... "추미애에게도 사과 요청했다"
  5. 5[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6. 6[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8. 8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9. 9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10. 10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 1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2. 2"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3. 3"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5. 5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6. 6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7. 7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8. 8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9. 9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10. 10‘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1. 1‘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2. 2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3. 3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4. 4[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5. 5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6. 6[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7. 7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8. 8광주서 승합차·시내버스·오토바이 추돌…2명 경상
  9. 9"뉴스거리 만들려 범행" 인천 흉기난동범 최충락 주거지 압수수색
  10. 10이태원 참사 유족, 4주기 앞두고 진상규명 촉구…"책임자 처벌" 외치기도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