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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위험의 외부화… 군인의 고기반찬이 줄어드는 이유 /탁석산

고기반찬 줄이면서 연기금은 되레 늘려…아랫사람 희생하는 효율성 경계해야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2-09 20:29:1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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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쯤에 나는 군대에 있었다. 새삼 말할 필요도 없지만 군대에는 낙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기다려지는 시간이 있었다면 고기반찬이 나오는 날이다. 보통 일주일 식단이 한꺼번에 게시돼 언제 고기반찬이 나오는지 알고 있어 기대가 더 컸던 것 같다. 맛은 둘째 치고 군대에서는 고기 먹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정은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여전히 고기반찬이 제일 인기라고 한다. 세월도 많이 지났고 한국도 눈부신 발전을 했으므로 군대의 반찬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보도를 보고 놀랐다. 지난 1일부터 고기반찬의 양이 줄었다는 것이다.

아니, 우리나라 경제가 그렇게 어려운가?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고 하고, 막대한 돈이 투입되는 4대 강 사업도 주저 없이 하는 이때에 왜 사병들 고기반찬은 줄어들까? 그동안 높은 분들이 입만 열면 군대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씀하신 터라 이 상황이 더더욱 믿기지 않았다. 사병의 고기반찬을 줄일 정도로 우리나라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국가 예산 전체가 긴축으로 가고 국방비 예산도 줄었을 것이고 군인의 봉급도 줄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최근의 보도를 좀 더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랬더니 총예산은 물론 국방예산도 증가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국방예산은 3.6% 늘었고, 급식예산도 4.6% 증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왜 고기반찬이 줄어들까? 국방부 발표에 의하면 고기값이 15% 증가하였는데 급식예산 증가율은 4.6%에 그쳐 비싼 고기를 줄인다는 것이다. 아, 그랬구나. 하지만 고기값이 올랐다고 사병의 고기반찬을 1인당 하루 294g에서 278g으로 줄일 명분이 되는가? 고기값이 오르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지만 어쨌든 올랐다고 치자. 그렇다면 어디서 돈을 절약해야 할까?

사병은 군대조직에서 가장 힘이 없는 집단이다. 노조도 없고 협의회도 없다. 위에서는 간부부터 지휘관까지 직업군인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힘 없는 사병 보호가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힘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먼저 챙긴다면 군대의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먼저 사병이 배불리 먹어야 한마음으로 단결된 군대가 된다는 것은 아주 옛날부터의 기본 원칙이 아닌가. 그런데도 고기값 올랐다고 고기반찬은 줄이면서 군인대여장학금은 6.12%, 군인연금기금은 7.18%, 공무원퇴직수당부담금은 5.28% 인상시킨 예산이 통과되었다. 이런 증가율은 국방예산 증가율 3.6%를 훨씬 초과하는 것이다. 이런 사태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위험의 외부화라는 말이 있다. 기업에서 위험요소가 있으면 그것을 외부로 밀어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대기업이 노조와 임금 인상으로 골치를 썩는다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것이다. 즉, 위험요소를 밖으로 내보내 기업의 이익을 지키고자 한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은행이 책임지고 투자하고 최소한의 배당도 책임을 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투자 위험은 고스란히 고객이 떠안는다. 고객이 아무리 손해를 입어도 은행은 수수료를 챙긴다. 그리고 기업이 망해도 국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막아준다.

이 모든 것이 위험의 외부화이다. 그리고 다른 말로 세계화다. 세계화의 구호는 간단하다. 효율성의 증진이다. 세계가 협력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를 위한 효율이냐는 것이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위험의 외부화가 진행될수록 부담이 커지는 것은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다. 다시말해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다. 세계적으로는 빈국의 사람들, 그리고 국내에서는 서민들이다. 군대에서는 사병들이 가장 외부에 있다. 부담은 밑으로 밑으로 내려온다. 위는 오히려 더욱 더 부자가 된다. 비정규직도 그런 이유에서 생긴 것이고 앞으로도 확대될 것이다.

그런데 가장 공적인 국가 기관인 군대에서마저 효율성을 이유로 위험의 외부화가 시작된 것이다. 부담이 밑으로 내려와 사병의 고기반찬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국가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다. 효율성 추구도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사병에게 고기반찬을 듬뿍 주어야 한다.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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