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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북한 '인플레 위기' 개방 지렛대 활용을 /임을출

北 화폐개혁 실패, 쌀값 10배 폭등 혼란…정권에 치명적 위협

역으로 개혁·개방 압박 효과도 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2-21 20:59:3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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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앞날에 우리에게 닥칠 커다란 도전적 과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지금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금융시장을 강타해 가뜩이나 취약해진 우리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듯이 '북한발 위기' 또한 우리에게 그 못지않은 충격을 던질 것이다. 스티븐 보스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한 비공개 세미나에서 "북한 내부 사정이 상당히 복잡한 것 같다"며 그 이유로 "후계자 세습과 화폐개혁이 뒤엉켜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말 전격 단행한 화폐개혁 이후 초인플레이션 현상이 북한 사회의 불안전성을 더욱 높이고 있는 듯하다.

통화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을 이렇게 묘사한 바 있다. " 그 원인이 무엇이든 인플레이션은 하나의 질병이며, 때로는 치명적이며, 제때에 억제하지 못하면 사회를 파괴시킬 수도 있는 질병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1차대전 이후 러시아와 독일에서의 초인플레이션이 각각 공산주의와 나치즘이 등장하는 토대를 만들었다.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서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은 군사정권을 불러와 더욱 피폐한 경제상황을 야기했다. 우리가 북한의 초인플레이션 현상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얼마 전 화폐개혁 이후 북한에서는 두 달 사이 시장 문이 닫혔고, 물가와 환율은 폭등했다. 화폐개혁(디노미네이션:통화가치절하)을 실시하면서 유통시킨 신화폐의 실제 가치는 10분의 1까지 떨어졌다. 화폐개혁 이전 쌀 1kg이 구화폐로 2500원 선에서 거래됐기 때문에 화폐개혁으로 디노미네이션(액면 절하)을 실시하면 가격은 25원이 된다. 그러나 현재 쌀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3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은 1달러에 400원 수준이다. 환율도 화폐개혁 이전과 비교하면 10배 정도 뛴 상태로 전해진다. 북한 지도부가 화폐개혁으로 사회경제적 부작용이 극도로 악화돼 인민생활이 처참하다고 자인할 정도다. 화폐 가치의 폭락으로 인한 물가 상승 등 경제 혼란으로 무역이 감소하고 북한 수입업자 사이에서도 물건을 팔지 않는 움직임이 급속히 퍼졌다.

결국 물가를 잡고 노동자 농민의 생활안정을 보장하려고 했던 의도는 실패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북한 신화폐에 대한 불신이 정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생존의 수단인 돈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좌절감은 더 깊다. 이 좌절감이 북한 당국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고 있는 조짐도 포착된다. 오죽했으면 북한 당국이 각 지역의 인민반장들을 모아놓고 사과한 뒤 협조를 당부하는 정황이 나오고 있을까.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정책실패를 자인하고 사과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북한 정권이 성난 민심을 총칼로만 다스리지 않고 정책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폐개혁으로 제한했던 시장거래, 외환거래, 무역거래 등이 다시 재개되고 있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 평양을 포함한 몇 개 도시의 특정지역을 외국인투자자에게 개방해 개발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국가개발은행 설립을 통한 본격적인 외자 유치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특히 북한은 남한 기업과의 경제협력 재개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금강산, 개성관광사업의 재개뿐 아니라 지하자원 공동개발 등 전방위 차원에서 남측 기업들의 투자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6자회담 복귀 조건으로 핵실험 이후 취해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외자 유치의 다급한 필요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금 북한의 초인플레이션은 북한 정권에게 치명적인 위협으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의도와 무관하게 지금의 위기는 북한에게 보다 실질적인 개혁·개방의 길로 나가도록 압박하는 효과로도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 우리도 비핵화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되, 미래에 닥칠 '북한발 위기'의 충격을 미리 낮추는 방안으로 경제협력을 지렛대로 북한의 개혁·개방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전략을 진지하게 구상해 봄 직하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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