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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문화적 비협력과 저항 /이명원

품격있는 문화국가, 사회 구성원 모두 모욕감 없어야 가능…문화계 홀대 한심해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2-24 19:58:0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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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문화행정의 파행은 예상된 것이었다. 큰 틀에서 문화부문 공약으로 '품격 있는 문화국가'라는 구호를 내걸었지만, 문화부문 역시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장논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이미 품격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한 국가의 품격 또는 품위를 논하기 위해서는 소극적으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모욕감'을 느끼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문화가 기여해야 한다.

더 적극적으로는 문화를 창조, 매개, 수용하는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의 작업과 문화적 참여행위로부터 삶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을 고양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정부 출범 이후 문화부문에서 나타난 가공할 상징폭력과 몰염치는 그것이 문화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상황의 아이러니 때문이라도 문화의 몰락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의 사장을 두 명씩이나 해임시키고, 뉴스채널 전문방송의 사장을 교체한 후, 그 자리에 노골적으로 낙하산 인사를 단행하는 행태는 공론장으로서의 언론의 존재 이유를 집권세력이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고 비판적인 네티즌들을 무더기 기소하는 등의 행태를 보면 "국민 없는 정부를 원하나"라는 지난 정권 당시 한 보수문인의 일갈을 되돌려주고 싶다.

언론만 모욕과 수난을 받은 것은 아니다. 대학의 자율성도 위기다. 문광부 산하 국립대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를 보면 처음에는 문화평론가 진중권 교수의 강의 내용을 문제삼더니 이후 통섭학문을 포함한 대학의 전략적 학문육성 전략 전체를 걸고 넘어지고, 이것을 다시 문화계의 좌우대결 수준으로 이데올로기화한 후에, 자의 반 타의 반 총장직을 물러난 황지우의 교수직 해임까지 의결할 정도로 탄압은 집요하다.

문화정책 현장에서의 혼란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정헌 위원장을 전격 해임하고, 엄연한 민간위원회를 과거의 문예진흥원과 같은 성격으로 퇴행시키는 행태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국립극단을 포함한 국공립 예술기관들을 법인화라는 구호 아래 민영화시키고, 예술단원을 모조리 비정규직화하는 일이 개혁인 것처럼 선전되고 있다.

그간 현장 영화인들의 발의와 노력에 의해 매우 효과적으로 운영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영화인들의 찬사를 받은 시네마테크와 미디액트 사업을 영화진흥위원회가 나서 공모제로 변경시키고, 석연치 않은 심사과정을 통해 정권에 우호적인 뉴라이트 영화인들에게 사업을 몰아주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도 계속되어 영화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 목동의 예술인회관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심각하다. 1992년 김영삼 정부 출범 당시 예총은 지하 5층 지상 20층 규모의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을 진행했고 여기에 국고보조금 165억 원이 투입되었지만 시공사의 손해배상 소송, 예총 간부의 비리혐의 구속 이후 감사원 감사 결과 투입된 국고보조금의 전액환수 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오히려 국고환수금을 전액감면하고, 공간 80%의 오피스텔 임대를 골자로 하는 이 사업에 거액의 추가지원을 하겠다고 나섰다.

정치적 코드가 맞는 단체에 대해서는 이처럼 통 큰 지원을 마다하지 않는 당국이 한국작가회의에 대해서는 3400만 원의 사업보조금을 시위 불참 등의 이유를 제시한 확인서를 작성하지 않는 한 지급할 수 없다고 나섰다.

지난 20일 한국작가회의 총회에서는 이 사안을 두고 문인들이 격론을 벌였다. 회의에서는 근본적으로 문화단체에 대한 시위불참 확인서 요구는 표현, 양심, 사상의 자유와 같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기에 보조금 지원 자체를 거부한다고 결의했다.

동시에 한국작가회의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문화적 파행뿐만 아니라, 크게는 민주주의의 후퇴와 비인간화 등에 대하여 전면적인 저항의 글쓰기 운동을 벌여나가기로 결의했다. 바야흐로 문화적 비협력과 저항의 계절이 돌아왔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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