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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北 '다락밭 정책'과 南 4대강 사업 /이만열

지도자 '영도'로 밀어붙인 닮은 꼴… 결과까지 닮으면 어쩌나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3-15 20:39:4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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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에 들었던 이야기다. 평야가 적은 북한은 '주체농법'의 일환으로 산을 깎아 다락밭을 만드는 정책을 널리 시행했다. 당시 김일성 주석이 어느 지역을 시찰하면서 다닥다닥 이뤄진 다락밭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북한의 경작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그럴듯해 보였던 것이다. 북한 당국이 김 주석의 지시에 따라 산비탈에 옥수수 재배를 위한 다락밭 개간을 서둘렀을 것은 그 속성상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일시적인 생산량 증가는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의 식량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생산량이 증가하자 당과 관리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다락밭 정책' 실천에 충성경쟁을 벌였을 것이다. 어느 영이라고 주저하거나 회의하겠는가. '수령의 명령'이라고 큰소리치면서, 지형이나 입지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다락밭 정책을 밀어붙였을 것이다. 북한 곳곳의 다락밭은 1990년대 중반에 들었던 다락밭을 연상시켰다.

북한전문가들 중에는 김일성 부자의 '주체농법' 전반을 평가하면서 그것은 실패했고 오히려 농지와 자연환경의 파괴를 야기해 식량난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들의 평가에는 '주체농법'이 과거 일시적인 생산량 증산에는 성공했지만 결국 '농지의 사막화'와 '민둥산'만 불러왔다는 지적도 있다.

'다락밭 정책'의 한계는 '주체농법'이란 용어를 다룬 사전에서도 확인된다. '대부분이 산악 지대인 북한에서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개간된 것이 다락밭이다. 원래 다락밭에는 다년생 식물을 심어 바람에 견디도록 하고 토사 유실도 방지해야 하나, 북한은 많은 비료를 필요로 하는 1년생 옥수수를 재배해왔다. 이에 따라 집중 호우 때마다 토사 유실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연이은 북한 지방의 대홍수도 다락밭 개간으로 산림이 황폐해진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브리태니카 백과사전) '북한의 농지와 자연 환경이 파괴되어 오히려 식량난을 가져왔다고 여겨진다. … 산을 개간하고 계단식 논을 만들게 되었지만 이러한 농법에 의해 산은 민둥산이 되고, 홍수의 원인이 되었다'.(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결국 북한의 '큰물' 피해는 '다락밭 정책'과 밀접하게 관련되었음이 드러났다. 수령의 명령과 당의 독촉에 따라 급조된 다락밭은 호우가 쏟아지자 맥없이 무너져버렸고, 다락밭에서 하천으로 밀려내려온 토사와 돌멩이는 하상을 뒤덮으면서 강물의 범람을 가져왔다. 하상에서 넘쳐난 흙과 모래는 하천 주변의 들을 뒤덮어 버렸다. 평야마저 황폐화시켰던 것이다.

아마도 북한의 전문가들은 '다락밭 정책'이 가져올 이 같은 참혹한 결과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다락밭이나 다락논은 급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몰랐을 리가 없다. 전남 구례 지리산 연곡사 입구 계곡에서 다닥다닥 보이는 다락논과 같이, 그것들이 장구한 세월 동안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수령과 당의 명령으로 시행되는 '정책' 앞에서 어느 전문가도 제대로 자기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마디의 비판도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다락밭이 집중 호우 때에 토사 유실과 하천 범람, 산림 황폐와 민둥산의 원인이 되었던 것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였던 것이다.

4대 강 사업을 두고 그간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반대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며칠 전에는 드디어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들고 일어났다. 그들은 "우리 산하에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규모 공사를 국민적 합의도 없이 법과 절차를 우회하면서까지 급하게 밀어붙여야 하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미래의 세대에게 책임 있고 양심적인 길을 택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간곡하게 애소했다.

'제왕적 대통령'의 영도하에 초고속으로 질주하면서 전문가의 말에도 좌고우면하지 않는 4대 강 사업은 수령이 밀어붙이면 그 누구도 반대하지 못한 채 그 회복에 수십 년의 세월과 경국(傾國)의 재원을 쏟아부어야 할 북한의 '다락밭 정책'과 닮아 가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남북이 이런 데서 닮아야 하는 것이 정말 서글프다.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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