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소치가 평창보다 우세했던 이유 /장혜영

목적을 다 드러내는 정치적 외교보다 문화적 외교가 더 호소력 있는 법이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3-17 21:12:49
  •  |  본지 2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라틴아메리카는 동계스포츠와는 거리가 먼 편이지만 춤과 음악을 즐기는 곳답게 피겨스케이팅은 좋아해 아르헨티나에는 아마추어들의 피겨 경연 TV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다. 덕분에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도 피겨 경기는 TV 중계로 충분히 즐길 수 있었는데 그 중 스타라면 물론 새 시대의 여제로 등극한 우리의 김연아와, 또 '돌아온 황제'로 불리며 최근에 현역으로 복귀한 러시아의 예브게니 플루센코를 꼽을 수 있겠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피겨 남자부 우승자인 플루센코는 구소련 붕괴 직전 피겨에 입문해 나라가 가장 어렵던 시절 선수생활을 하면서도 고국을 떠나지 않아 자국민들에게 독보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런 그가 폐회식장에서 다음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소치의 단복을 입고 손을 흔드는 것을 보니 갑자기 2007년 여름 과테말라에서 있었던 한-러 전쟁의 추억이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평창과 러시아의 소치가 동계 올림픽 유치 경쟁을 벌일 때 그 최종 결정이 내려졌던 2007년 IOC 총회 장소가 중앙아메리카의 과테말라였다. 당시 과테말라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지지표가 중요한 상황이었기에 한국과 러시아 양국 모두 치열한 홍보전을 벌였는데, 그때 일찌감치 과테말라시티에 도착해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스케이트 및 아이스하키 시연과 강습을 벌이고 과테말라 아이들과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질주를 하거나 친선 축구 시합까지 뛰며 언론의 관심을 러시아 쪽으로 잡아끈 이가 바로 플루센코였다. 그를 비롯한 러시아 스포츠 스타들의 과테말라 총 공세에 당시 한국 대표단에서는 '우리도 동계올림픽 출신 대스타가 필요하다'며 한탄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올해 밴쿠버에서 다양한 종목에서 유례없이 좋은 성적을 내자 이제 우리도 동계스포츠 스타를 많이 갖게 되었으니 그들을 앞세워 동계올림픽 유치에 다시 한번 도전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과연 러시아가 동계스포츠 스타가 많아서 라틴아메리카를 비롯한 3세계 국가들의 표를 잡아낸 것일까?

사실 나는 그 당시 우리나라의 평창이 동계올림픽 후보지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대신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이미 소치로 결정된 줄로만 알았다.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방송되는 인기 스포츠 채널에서 몇 달 동안 계속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이말 저말 없이 단지 '러시아 소치, 2014년 동계올림픽' 이란 문구만 나오는 광고를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아름다운 설원을 보면서 나는 소설 '닥터 지바고'를 떠올렸고, '저 나라에서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구나, 잘 어울리네' 하고 생각했을 뿐 우리나라의 평창 또한 후보지라는 것에 대해서는 그 어떤 광고나 뉴스도 접한 적이 없었다. 물론 러시아는 아직도 강대국 대접을 받고 있고 구소련 시절부터 정치-경제적 이유로 라틴아메리카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외교 방법은 항상 문화적인 것 우선이었다. 제정 러시아 말기 전설적 발레리나인 안나 파블로바가 멕시코 사막에서 농민들 앞에서 춤을 추었던 것은 유명한 일화이며 구소련 시절에는 멕시코-소련 합작 영화를 만들며 우호를 다졌을 뿐 아니라 많은 인재들을 라틴아메리카로 유학 보내 현재까지도 적지않은 러시아인들이 멕시코 등 여러 나라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러시아의 국가 이미지는 여기 라틴아메리카에서도 항상 '예술과 문화의 나라' 이다.

비단 동계올림픽 유치 문제뿐 아니라 우리는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 나라들에 대해서만, 또 사안이 목전에 다다랐을 때 당장의 목적을 다 드러내 놓으며 외교 관계를 맺는 경향이 있다. 이해타산에 따라 맞물리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비정한 국제 관계에서 한 나라가 구축해 놓은 문화적 이미지는 그 어떤 외교력보다 큰 힘이 될 수 있는 법. 우리도 이제 눈앞의 사안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인지시키기 위한 백년대계를 세우고 그 인재 양성에 힘쓸 때도 되지 않았을까? 우리의 동계 스포츠 스타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직 어린 그들에게 지금 당장 유치전의 홍보 대사 역할을 해내라고 등을 떠미는 것보다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사절로 키워낼 장기적 계획을 잡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일일 것이다.

멕시코 이베로아메리카대학 박사과정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구청은 주차대란인데…낮잠 자는 관용차 100대 점령
  2. 2여당 보선 ‘가덕신공항·개각’ 승부수
  3. 3부산 아파트값 ‘숨 고르기’
  4. 4“녹산~기장 해변에 실리콘 비치 구축, 낡은 정치 버리고 젊은 부산 만들 것”
  5. 5거제시, 숙원 시외버스터미널 고현→연초 이전 ‘하세월’
  6. 6허리띠 졸라맨 거인…올핸 ‘출퇴근 스프링캠프’ 차린다
  7. 7거짓진술·명부누락·늑장검사…이언주 캠프식 코로나 대응
  8. 8“동학개미운동 학습효과, 국내 증시 체질 바꿀 것”
  9. 9연금 복권 720 제 37회
  10. 10신공항 확신 띄우고, 부산 출신 장관 내세워 ‘판 흔들기’
  1. 1박인영 “여당 경선 친문 대 비문 대결 아냐”
  2. 2신공항 확신 띄우고, 부산 출신 장관 내세워 ‘판 흔들기’
  3. 3“녹산~기장 해변에 실리콘 비치 구축, 낡은 정치 버리고 젊은 부산 만들 것”
  4. 4안철수 국민의힘 입당 거부…단일화 신경전
  5. 5어반루프 설전…김영춘 “한심한 공약” 박형준 “무지에 한숨”
  6. 6이언주·이진복 협공에 박형준 “검증위에 따져라”
  7. 7변성완 깜짝 SNS 활동…본격 보선 행보 돌입하나
  8. 8‘뷰티 클러스터 구축’ 야당 전성하 5호 공약
  9. 9조경태 "부동산 규제가 지역 역차별 조장"
  10. 10박형준 “어반루프는 현 정권 추진 사업…김영춘 비판 이해안돼”
  1. 1주가지수- 2021년 1월 14일
  2. 2연금 복권 720 제 37회
  3. 3주목 이 기업의 기'업' <하> ㈜유주- 풍력발전 시장 개척
  4. 4제철 딸기가 듬뿍듬뿍 롯데호텔 베이커리 9종
  5. 5밀가루·방부제 빼고 건강은 더했다…수제어묵의 업그레이드
  6. 6롯데 후레쉬민트 껌, 단종 3년 만에 재출시
  7. 7덕화푸드, 명란 설 선물세트 선봬
  8. 8규제에도 뜨거울까…올 첫 분양대어 ‘온천4 래미안’ 주목
  9. 9연매출 ‘1조 클럽’ 화승인더스트리 합류…부울경 15곳으로 늘었다
  10. 10에어부산 ‘비행 관광’ 국제선 버전도 흥행몰이
  1. 1해피-업 희망 프로젝트 <49> 자폐성 장애 박가영 양
  2. 2전국 수그러드는데 부산은 확산세…이틀 연속 40명대 확진
  3. 3김해공항 소음피해 주민 직접보상 길 열릴까
  4. 4코로나 新빈곤층 복지공백 메운다…市, 부산형 기초보장제 개편 추진
  5. 5구남수 울산지방법원장 사표 제출
  6. 6거짓진술·명부누락·늑장검사…이언주 캠프식 코로나 대응
  7. 7경남 동물위생시험소, 김해검사소·밀양분소 15일부터 운영 돌입
  8. 8거제시, 숙원 시외버스터미널 고현→연초 이전 ‘하세월’
  9. 9양산시, 연례행사 순회간담회 대신 민원 현장행정
  10. 10정부 3차 재난지원금 빠진 업종·주민, 김해·거제형 희망자금 172억 원 지원
  1. 12부 홀슈타인 킬, 유럽 최강 뮌헨 격파
  2. 2권혁운 IS동서 회장 농구협회장 당선
  3. 3허리띠 졸라맨 거인…올핸 ‘출퇴근 스프링캠프’ 차린다
  4. 43번의 기회 놓친 손흥민, 리그 13호 골 사냥 실패
  5. 5양홍석 25득점 앞세운 kt, 연패 탈출
  6. 62군 꿈나무 쑥쑥…거인, 1군 정리 다 계획이 있었구나
  7. 7롯데 1군 투수코치 이용훈 선임
  8. 8허재·허웅·허훈 3부자 ‘왕자의 게임’ 출연
  9. 9PGA 관중입장 ‘기지개’
  10. 10시프린, 월드컵 알파인 스키 68번째 우승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진보당 노정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이언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탈산업화시대 연착륙을 위한 필수조건
기고 [전체보기]
건강이 최고다 /이상주
포스트 코로나시대 탄소중립국가로 /김병철
기자수첩 [전체보기]
비판에 귀 닫은 부산교육청…이 기사도 감출건가요? /김화영
야구장 공약, 이번에는 ‘쫌’ /권용휘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
동래부동헌에 풍악이 울리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방어진과 UFEZ
‘특등 머저리’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이주의 시대와 문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불로초 감귤
북어보푸라기
사설 [전체보기]
전국 확진자 감소세지만 거리두기 방심 안 된다
박근혜 징역 20년 확정…사면론 공감 얻겠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원격의료 도입의 조건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홍 칼럼 [전체보기]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독성 리더십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서울에서 멀어지면 불안한 나라
코로나 봉쇄령 속에 맞은 연말연시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불멸의 연인
연말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겨울나기
메리 크리스마스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 코로나 병상 부족 현실화…생활치료센터 설치 힘 모아야 /고광욱
우리의 희생 기억해준 한국에 감사 /빈센트 커트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