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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기적은 계속되어야 한다 /조경근

올림픽 금메달과 국력은 정비례 대세

국운이 왕성할때 자만을 조심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3-21 20:16:0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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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성적은 대체로 국력에 비례한다. 물론 가난한 나라들도 금메달을 딴다. 하지만 재능 있는 특정 종목에서다. 케냐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딴 6개의 금메달은 모두 육상 한 종목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종합순위 10위 이내에 든 중국 미국 러시아 영국 독일 호주 한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는 예외 없이 강한 국력의 나라들이었다. 이들은 다양한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국력 차이가 메달에 반영되는 정도는 동계 올림픽이 더하다. 빙상이나 설원을 이용하는 스포츠는 돈이 들기 때문에 부유한 나라가 아니면 즐기기 어려운 이유인 듯싶다. 국제정치에는 '남북관계'라는 용어가 있다.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 간의 관계를 말한다. 묘하게도 잘사는 나라는 대개 지구의 북반구에 위치한 데 반해 못사는 나라는 남반구에 위치한 데서 생긴 용어다. 북유럽과 북미 국가들의 동계올림픽 성적이 좋은 것은 겨울이 매우 추운 지역이라는 점과 부유함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역시 상위 입상국은 캐나다 독일 미국 노르웨이 한국 등 잘살거나 강한 국력의 나라들이다.

이런 대열에 한국이 들어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딴 건국 후 첫 금메달이 레슬링으로 헝그리 정신의 한국을 상징한다면, 지금의 금메달들은 분명 일취월장한 국력을 상징한다. 대내외의 경제적 어려움과 여전히 불안정한 국내정치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대한민국의 국력은 커져온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국운 융성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데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자만이 국운을 망쳐온 사례는 허다하다. 중국은 진시황의 대륙 통일 이후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세계 최고의 국력에 이른 적이 많았다. 과학기술이 서양은 흉내도 낼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하고 무역을 통해 재화가 대륙에 가득 찼었다. 그러나 더 이상의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지 않고 거기에 자만함으로써 결국 열강의 비참한 희생자가 되었다. 요즘의 일본에서도 유사점이 발견된다. 도요타 사태는 경제적이건 정치적이건 일본의 자만의 상징이다. 더 이상 유학을 가지 않는 일본 젊은이들이 정체된 일본의 현실을 보여준다.

한국이 기적을 지속하기 위해 유념할 점들이 있다. 첫째, 자녀의 현대적 재능들이 부모의 근대적 열성과 계속해서 잘 결합되어야 한다. 김연아와 박세리는 타고난 재능과 함께 말로 다 할 수 없는 힘든 훈련 과정을 끈질기게 견뎌서 세계 1위가 됐다. 그 근성의 뒤에는 자기를 희생하며 자녀를 돌본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었다. 한국은 이 황금 조합을 놓치지 않는 가정 교육과 학교 교육을 지속해야 한다.

둘째, 세계를 향해 우리를 더욱 열어야 한다. 김연아와 박세리 모두 훌륭한 외국인 코치 밑에서 1등이 되었다. 박찬호가 국내 대학이나 프로에 들어갔다면 우리가 아는 그 박찬호일 수 있었겠는가. 우리끼리 잘하면 되고 잘할 수 있다는 국수주의 성향을 경계해야 한다. 세계 속의 탁월한 것들을 쫓아가서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새로운 목표를 간단없이 추구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도약할 질적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은 아직 이렇다 할 원천기술이 없다. 최첨단의 제품들을 만들어 수출하고 있지만, 그 핵심 기술은 모두 선진국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사실 자만이라는 단어는 아직 우리와 거리가 멀다. 정부는 재정과 교육을 잘 결합하여 원천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넷째, 신용이다. 우리 국력은 경제력이 바탕이며, 경제력은 수출에 달려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한국에서 수입한 중고 시내버스의 한글 노선안내판을 그대로 달고 다닌다. 한국산 차니까 안심하고 타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의 기적은 모든 선진국에서 이런 평가를 받을 때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일제 침탈과 한국전 폐허에서 살기 위해 그리고 잘살아 보겠다고 이를 악문 끝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국운 융성기를 맞고 있다. 이제 이 기적의 지속이 더 큰 과제다. 경성대 교수·기획조정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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