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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방선거 출마자는 CCTV를 공약하라 /하태영

여중생 살해사건 처리 본보기 삼아 재발 방지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 내놔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3-28 21:17:2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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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강간·살인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다.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사건이지만 사건의 과정을 다시 한번 보자. 지난 2월 24일 오후 7시께 한 여중생이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통화를 한 후 연락이 두절됐다. 오후 9시가 되도록 보이지 않자 오빠가 어머니에게 알려 10시50분께 경찰에 신고됐다. 경찰은 신변안전을 우려해 비공개로 수사를 진행하다 여러 단서들이 포착돼 3일 만에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전단 2만 장이 전국에 배포됐다. 언론사, 지하철, 교통전광판, 터미널에 실종 사실과 신상을 공개하는 '실종아동 공개수배 프로그램'이 발령되었다. 경찰은 '갑호비상'에 준하는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고, 실종 15일, 공개수배 12일 만에 용의자를 검거했다. 언론은 대서특필했고, 시민들은 분노했다. 이제 이 사건을 냉정하게 점검해보자.

첫째, 실종사건과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다. 독일에서 이 사건이 발생했다면 완전히 다른 형태로 전개되었을 것이다. 공개수사로 전환되는 날 학생과 선생님, 지역주민이 시청 광장에 모일 것이다. "우리 친구를 돌려주세요." "우리 제자를 학교로 보내주세요." 이러한 호소에 힘입어 경찰은 비상근무에 돌입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대처는 사건 발생 초기 너무도 소극적이었다. 지역 사회의 범죄예방은 시민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데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조차 못하는 사회가 되어 있었다. 특히 실종사건은 제보가 결정적 수사의 단서가 됨에도 말이다.

둘째, 범죄와 언론보도의 행태다. 각 언론사는 '속보전쟁'을 하며 실시간 카메라를 현장에 연결했고 결과적으로 자극적인 묘사가 많았다. 가족사도 언급했고, 얼굴까지 공개했다. 수사브리핑은 반론권 보장이 안 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는 수많은 지적들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인간의 최소한 가치는 지켜주자"는 반론은 "사회적 분노에 반하는 탁상공론"이라고 비난받았다.

무죄추정의 원칙, 초상권 침해, 사생활 보호는 지켜져야 한다. 언론은 '헌법의 가치'를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이것이 알권리의 경계선이다. 형사사건의 경우 더욱 그렇다. 그래서 재판과정을 집중 보도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일반예방사상의 등장이다. 쉽게 말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형벌사상이다. 서구에서 거의 폐기처분된 잔혹한 형벌, 본보기 형벌을 다시 찾아왔다. 법무부는 사형집행을 준비하고, 보안처분의 일종인 전자발찌를 법을 개정해서 소급하여 채우겠다고 했다. 참 빠르고 쉬운 정책들이다. 수십 년 동안 학계와 실무, 그리고 시민사회가 인내하며 발전시켜 온 인도적 형사정책들을 휴지통에 넣어버렸다.

정부는 왜 자신들의 잘못된 사회정책과 치안정책, 교정정책을 미혹시키려고 하는가. 왜 강력한 입법과 사법정책만으로 분노한 여론을 돌리려고 하는가. 형벌만능이 과연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 성범죄자에 대한 공소시효 정지 등 수없이 논의된 법안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넷째, 범죄피해자 보호시스템의 부재다.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억울하게 사망했다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가족의 안정을 위해 심리적·정신적 치료를 해주어야 한다. 독일은 범죄피해자 보호전담팀이 구성돼 매일 한 차례 통화, 주 1회 방문 등으로 가족들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때까지 도와준다. 체계적인 관심과 끝까지 책임지는 지속적인 지원이 범죄피해 구조금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언론을 포함한 아무도 이 문제를 생각하지 않았다.

다섯째,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안전철학이다. 지역의 아이들을, 가정들을 지켜주지도 못하면서 "생활정치, 서민정치를 하고 싶다"고 호소한다. 잠재적 범죄들이 상존해 있는데 방범TV와 같은 실질적 논의는 없고 사탕발림 공약만 나열하고 있다. 반성해야 한다.

지난 몇 주간 수많은 사람들이 말할 수 없는 외상을 입었다. 경찰의 초동수사만 비난할 일이 아니라, 막을 수 있는 이웃의 불행을 막지 못한 우리 모두가 비난받아야 한다. 6월 2일 지방선거에는 이슈가 참 많다. 우리의 안전을 책임질 방범TV를 우리 모두의 가슴에 달아줄 후보는 누구인가?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겸 법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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