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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지방선거에 문화를 심어라 /남차우

개발공약 반이라도 지역문화 활성화로 채워나가는 출마자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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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도 마추픽추가 있다. 감천동 달동네가 '꿈을 꾸는 마추픽추'가 돼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갈아타고 이곳을 찾았더니만 이런 말이 나올 만하다 싶었다. 마치 잉카제국의 마추픽추를 연상시켰고 외지인들이 이를 사진에 담으려 제가끔 각도 잡기에 여념이 없는 풍경이 그런 느낌을 더해줬다.

하늘 아래 첫 동네인 안창마을도 예술을 입고 있다. 비록 낡은 슬레이트집일망정 귀여운 강아지 등 다양한 형태의 문패들이 집집마다 붙어 있어 낯선 방문객들에게 미소를 머금게 한다. 상상력이 생명이나 다름없는 예술인들이 계단식 달동네를 마추픽추로 생각해내고, 고지대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이런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느냐고 되물을 수 있으나 문화 예술이란 게 원래 그렇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흥이 나게 하고 삶에 조그마한 불씨를 당기기도 한다.

지방선거가 50일도 채 안 남았다. 대선 총선과 달리 말 그대로 우리 고장에서 일 년 열두 달 얼굴 맞대고 일할 사람들을 선택하는 자리다. 각 정당 후보들은 제각기 부산 발전의 적임자임을 내세운다. 3선에 도전하는 현 시장은 자신이 그려놓은 그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포부다. 여기에 도전하는 다른 후보들은 '이대로는 부산에 미래가 없다'며 갈아야 한다고 일갈한다.

출마변이 어떻든 앞으로 토건식 발전공약 등으로 날을 지새울 게 뻔하다. 깊은 수렁의 지역정치구도 속에 선거철만 되면 틀어대는 또 다른 '대한 늬우스' 상영이다. 대선 총선과 지방선거는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지역문제를 다루는 선거인 만큼 이번만은 문화정책이란 새 주제를 관객들에게 선보였으면 한다. 이전 선거에 전혀 없진 않았다. 단지 구색용이라 선거 후 현실 상황논리에 밀리기 일쑤였다. 매년 40억 원씩 출연한다는 약속이 2년 연속 절반으로 깎인 부산문화재단 재원이 그렇다. 이런 예는 말하기 입이 아플 정도다.

감천동이나 안창마을에 문화향기를 내는 데 1억~2억 원밖에 들지 않았다. 애초 예산타령의 대상이 될 수 없었던 문화사업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 부산 달동네에 문화를 심었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역할이 한참 뒤틀린 모양새다. 달동네가 이곳뿐인가. 이제 부산의 '산복도로 마을 르네상스'에 지방정부가 보란 듯이 솜씨를 보일 차례다.

지역 문제는 지역이 책임 있게 풀어야 한다. 지역 문화정책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 후보들이 개발공약의 반의 반만이라도 문화에 신경을 쓴다면 모르긴 해도 이전과는 판이한 선거분위기가 조성되지 싶다. 선거판에 생기가 돌 거다. 부산시립미술관 부산문화회관 부산박물관을 부산 문화브랜드로 만들 복안을 갖고 서로 진검승부를 겨룰 수도 있다. 상대보다 나은 문화정책을 선보여야 하니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지혜를 구하러 나설 것이다. 자연 지역 문화의 백가쟁명이자 문화 파시(波市)가 된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선거는 좋은 '문화'라는 주물을 생산할 용광로 역할은 다한 셈이다.

'일자리 창출' 등 경제성 공약은 듣기 그럴싸해도 솔직히 부산으로선 한계가 있다. 지역 경제 차원에서 촉각을 세워야 하지만 이게 전부인 양 해선 곤란하다. 지금 지역 문화계는 지역민들과 함께 숨쉬고 지역을 소재로 한 창작활동이 뜨겁다. 부산의 역동성를 살린 국악 창작곡 '부산아리랑'이, 보수동 책방골목이 연극으로 사진전으로 지역 예술인들의 손에 의해 작품화하고 있다. 늘 그랬지만 지역의 유의미한 창작물들이 물거품 신세다. 옥을 다듬고 꿰는 행정의 손길이 절실하다. 도시 브랜드를 하늘을 찌르는 건물에서만 찾지 말고 문화로도 눈을 돌려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문화정책이 주요 쟁점이 된다면 그 자체로 선거문화의 성숙이다. 이는 내 고장은 안중에 없고 서울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더 관심이 쏠리는 희한한 우리 선거문화를 곧추세우는 길이다. 선거 때마다 듣는 지겨운 메뉴들은 좀 정리해 문화로 한판 멋지게 붙어 부산발 선거 신바람을 일으키길 후보들에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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