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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검찰의 풍경 /조송현

스폰서 논란…우울한 검사들

확실히 개혁해야 국민이 납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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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연이어 터지는 대형 사건들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스폰서 검사' 의혹 파문은 어느 것 못지않은 충격이다. 100여 명이나 되는 검사들이 건설업자에게 향응과 접대를 관행처럼 받아왔다는 의혹은 '검찰의 풍경'을 엿보게 해준다.

의혹의 중심에 선 박기준 부산지검장의 태도는 검찰의 풍경을 더욱 뚜렷하게 그려준다. "내가 당신한테 답변할 이유가 뭐 있어, 당신이 뭔데, 네가 무슨 PD야." "다른 사람을 통해 당신한테 경고했을 거야, 그러니까 뻥긋해서 쓸데없는 게 나가면 내가 형사적인 조치도 할 것이고, 민사적으로도 다 조치가 될 거야." 박 지검장이 향응·접대 의혹을 취재하는 방송사 PD에게 한 말이다. 전후 사정을 전혀 모르는 일반 시민들에게 이 발언의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맞춰보라면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누가 들어도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복(公僕)의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을 것 같다.

박 지검장의 말투는 특권의식과 오만이 내면화되고 체질화된 검찰의 상징처럼 다가왔다. 그의 말에는 공복의 절제와 봉사심, 지식인의 지성과 세련미를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오직 힘을 믿는 조직의 보스 이미지를 연상시킬 뿐이다. 기자가 받은 인상은 다른 보통사람과 대동소이했다. 직장인들의 술자리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확인되는 사실이다. 게다가 'PD 수첩'을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박 지검장의 발언이 비단 해당 PD뿐 아니라 마치 자신에게 겁박하는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그의 폭언이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는 이유다.

특정 사안에 대한 개인의 언변으로 그가 속한 조직 전체를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검사 동일체 원칙'이 적용되는 검찰의 경우 박 지검장의 태도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그는 지방검찰청을 대표하는 지검장이자 검찰 전체 조직의 수뇌부이기 때문이다. 모든 검사들이 그렇다고 매도하는 것과 분명 다르다.

박 지검장의 문제의 발언은 검찰조직의 산물이며, 이는 곧 검찰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기 때문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검사 출신의 한동대 김두식 교수는 자신의 저서 '헌법의 풍경'에서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누구나 잡아들일 수 있는 검찰' '누구나 풀어줄 수 있는 검찰'로 표현했다. 이보다 더 무서운 권력이 있을까 싶다. 더구나 기소편의주의와 기소독점주의라는 이름으로 법이 보장하고 있으니.

하지만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항상 옳은 방향으로 쓰이리란 보장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던지는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다. 인간의 본성상 권력은 항상 잘못 쓰일 수 있으며 그래서 견제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법의 정신'의 요체이며, 민주국가에서 채택하는 삼권분립은 그 의미를 구현한 방법의 하나이다.

김두식 교수의 '헌법의 풍경'을 조금 더 인용해보자. 헌법과 법률의 목적은 흔히 오해하듯 국민을 통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국가 권력의 '괴물화'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데 있다. 그리고 검사를 비롯한 법률가들은 그 법이 올바르게 기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이 고유의 역할을 포기한 채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면 '괴물'이 된 국가의 수족 신세로 전락하게 되고, 시민들은 그 괴물 국가의 횡포에 희생당하게 된다.

기자는 대한민국이 괴물로 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검찰과 법조계가 괴물의 수족으로 전락했다고는 추호도 생각지 않는다. 다만 그 같은 우려를 많은 시민과 함께 공유하고 있다. 이번 '스폰서 검사' 의혹 파문과 박 지검장의 발언으로 우려의 농도가 짙어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같은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검찰은 먼저 거울을 닦는 심정으로 제기된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일그러진 모습이 나타난다면 검찰은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해선 안 된다. 그것이 아름다운 검찰의 풍경을 위한 일이다.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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