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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스폰서 검사' 규명없인 검찰 신뢰 어렵다 /유창선

기득권 보호막 벗어던지고 이제라도 환부를 도려내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5-02 19:54:1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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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자기 손으로 환부를 도려내는 대수술을 과연 할 수 있을 것인가. 업자로부터 향응과 접대를 받아온 '스폰서 검사'들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진상규명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진상조사단과 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돼 활동에 들어갔지만 의혹이 제대로 파헤쳐지고 그에 따르는 책임이 엄정하게 물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대전 법조비리 사건이라든가 X파일 사건 같은 검찰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진상이 제대로 밝혀진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검찰은 자체 조사를 한다고 했지만 번번이 제 식구 감싸기로 결국은 흐지부지됐던 기억이 생생하다. 더구나 이번 일은 현직 검찰 고위간부들을 포함해 100여 명의 전·현직 검사들이 의혹을 받고 있는 초대형 스캔들이다. 검찰조직에 태풍이 불어올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일이 있을 때마다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했던 검찰이 이번이라고 해서 자기 살을 도려내는 대수술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당장 진상조사단과 진상규명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도 검찰의 불철저한 태도가 그대로 드러났다. 진상조사 실무를 이끌 채동욱 진상조사단장은 조사 대상인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사시 동기로 알려졌고, 진상조사단은 전원 검사들로 구성되었다. 당연히 팔이 안으로 굽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런가 하면 성낙인 진상규명위원장은 당장 서울대 총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진상규명 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특히 성 위원장은 위원회 활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사건의 원인을 '한국 사회 특유의 온정주의 문화'로 해석하는가 하면, 조사 대상 검사들을 가리켜 '내가 다 사랑하는 후배고 제자, 혹은 제자뻘 되는 사람'이라며 온정적인 태도를 드러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만사를 제치고 진작에 열렸어야 할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달 27일에야 첫 회의를 가졌고 다음 회의도 오는 6일에야 열기로 했다. 한마디로 소걸음을 하는 모습이다. 이러다보니 자칫하면 검사들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이 모든 일을 주도하고, 민간위원들이 주축이 된 진상규명위원회는 보고나 받는 들러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되었다.

이러한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진상규명위원회 첫 회의에서는 여러 다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검사들에게 향응 및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건설업자 정모 씨가 폭로한 접대 내용이 모두 조사 대상이다." "조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할 경우 규명위원이 직접 조사에도 참여할 수 있는지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 "진상조사단의 활동이 미흡할 경우 보완 지시는 물론 전면 재조사를 명할 것이다." 진상규명위원회로서도 대충 넘어갔다가는 여론의 질타가 쏟아질 사안임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막상 법적 권한조차 불분명한 위원회가 어디까지 진상조사 활동을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할 수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할 유보적인 부분이다.

진상규명위원회가 자기 역할을 다하지 못해 조금이라도 의혹을 남기는 상황으로 간다면 특별검사를 통한 수사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야4당은 의혹 규명과 비리 검사 처벌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이다. 한나라당은 검찰의 자체 조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검찰의 자체 조사가 조금이라도 한계를 드러낸다면 한나라당으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될 것이다.

검찰은 과거와 같은 피해가기 방식으로는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무죄 선고 등으로 검찰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던 상황에서 이번 스캔들은 검찰에 대한 신뢰를 결정적으로 추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검사들이 몰려다니면서 향응을 제공받고 심지어 성접대까지 받는 일이 다반사였다면 대한민국 검사들은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법을 수호하며 집행할 수 있겠는가. 너무 늦었다. 이제라도 수십 년간에 걸쳐 숨겨져있던 치부를 파헤치고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 기득권에 매달리지 말고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순응해야 한다. 그것만이 대한민국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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