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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굳세어라 '금순'아 /하태영

역사적 도전 앞둔 우리 모두가 '금순'

미래를 담보하는 6·2선거 참여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5-09 21:18:3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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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의장국이 됐지만 경제강국들이 주도하는 회의 내용을 쫓아가기 바쁘다. 국제회의에 나갈 때마다 아는 것이 없다는 점을 통탄한다." 지난달 19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고백에 공감할 것이다.

2010년은 6·25전쟁 60년, 4·19혁명 50년, 5·18민주화운동 30년, 독일 통일 20년의 해다. 우리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지만 통일의 길은 아직 험난해 보인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6·25의 상처다. 부산 부민동에는 임시수도기념관이 있다. 시청해야 할 영상물이 하나 있다. 전쟁 발발, 피난 시절의 모습, 산비탈의 판자촌, 식수를 얻기 위해 양동이를 들고 줄을 선 사람들, 가족부양을 위해 가마니 하나 손에 쥔 채 맨몸으로 짐을 나르고 집으로 돌아오는 삶에 지친 부두 노동자, 천막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나온다. 물질은 풍족해졌으나 전쟁이 남긴 상흔은 대한민국의 영혼과 삶에 아직도 깊이 새겨져 정신의 빈곤으로 작용한다.

둘째,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급조와 조잡의 문화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외형으로는 기적이었지만 조직과 사람의 내면은 여전히 조잡했고 항상 가진 자의 사고에 의해 급조되었다. '조잡(粗雜)'이란 추잡한 욕심이고, 말이나 행동, 솜씨가 거칠고 잡스러워 품위가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는 각종 '스폰서' 관행도 조잡하고 미숙한 민주주의 때문이다.

4·19혁명은 시민에 의한 역사 변혁으로 10·26, 5·18, 6·10 항쟁으로 이어졌다. 민주주의는 그러나 40년이 걸렸다. 3·15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립묘지 조성과 국가기념일 지정, 김주열 열사 범국민장까지는 50년의 세월이 걸렸다. 역사는 전진했지만 그 시간은 느렸다.

셋째, 집단방위체제의 부재다. 2010년 3월 26일 대한민국 군함이 침몰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대한민국의 번영이 침몰될 수도 있는 끔찍한 시간들이었다. "평화체제를 관리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지만 그 말은 허구였다.

대한민국은 태생적으로 독일과 다르다. 우리는 남북이 서로 전쟁을 한 사이이지만 독일은 연합국을 상대로 전쟁을 한 나라다. 우리는 휴전협정을 체결하면서 분단이 되었지만 독일은 패전으로 분할되었다. 우리는 전후 60년 동안 동아시아 집단방위체제를 논한 적이 없지만 독일은 나토라는 집단방위체제를 구축하였다. 그래서 독일은 50년 만에 통일이 가능했지만 우리의 통일은 힘든 구조 속에 있다. 동아시아의 집단방위체제가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의 민주주의와 통일은 100년은 걸려야 완결될 것이다. 그럼 앞으로 40년이다. 그 사이 통일이 빨리 온다 하더라도 혼돈의 수습을 위한 시간이 요구되는 법이다. 수많은 역사적 도전들은 또 찾아올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서둘러서는 안 된다. 모든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야 한다. 환부처럼 터지는 지금의 현상에는 모두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치유되지도 않는다. 역사에는 공짜가 없다. 3·26 참사로 억울하게 희생된 46명의 장병들과 미숙한 처신으로 시대정신을 읽지 못한 공직자들을 대한민국의 역사는 냉정히 지켜볼 것이다.

임시수도 기념관의 기록물은 부산역 화재와 국제시장의 전성시대를 거쳐 영도대교, 용두산 공원, 그리고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와 함께 화물컨테이너가 가득 찬 오늘의 부산항을 비추면서 끝난다. 가사 속의 영도다리는 초승달만 외로이 뜬 슬픔의 공간이지만 그 난간에는 모진 설움을 이겨낸 역경의 기록도 담겨 있다. 우리의 지난 60년의 역사다. "지식이 모자라 가슴 아프고 고통스럽다"는 공직자, 조국을 위해 희생된 장병들의 유가족,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열사들의 가족,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사람들, 그리고 팍팍한 삶에 쫓기는 우리 모두가 '금순'이다.

이제 6·2지방선거가 2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미래의 역사를 향한 대한민국의 동력은 지방에서 싹터야 한다. 조잡과 급조의 과거를 걷어 내고,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를 길게 할 수 있는 지도자가 탄생되어야 한다. 그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기 위한 50가지 방법이 있다면 그중 하나는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굳세어라 금순아"를 외쳐본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법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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