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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성공과 행복 /오창호

세계12위 경제대국 국민들이 자살률 OECD 1위 행복지수는 꼴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5-12 19:44:3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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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이 줄줄이 이어지는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은 한 인간이 태어나고 성장해서 사망하는 인생이 펼쳐지는 배경이자 현장이라는 점에서 개인과 가족은 결국 하나이다. 개인이 불행하면 가족도 불행한 것이고, 가족이 행복하면 개인도 행복한 것이다.

최근 한 뉴스는 매우 서글픈 것이었다. '기러기 세 모녀, 안타까운 동승'이라는 제목의 이 뉴스는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이른바 '기러기 가족'인 한국인 어머니와 1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돼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가정집 주차장의 차 안에서 발견된 어머니와 두 딸(18세, 13세)은 2002년 뉴질랜드에 장기사업비자로 입국한 뒤 한국에 남은 아버지가 보내주는 생활비와 학비로 생활해왔으나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등 극심한 생활고를 겪으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부인과 두 딸의 장례를 위해 현지로 떠난 40대 가장도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것이다. 누나 부부와 함께 뉴질랜드로 가서 장례절차를 밟던 중 고통과 슬픔을 이기지 못해 먼저 떠난 식구들을 뒤따라간 것이다.

이 뉴스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씁쓸한 것은 이것이 우리 시대, 우리 사회, 우리 가족의 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 사건 하나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이 온축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가 일반화되면서 나타나는 주말부부의 문제, 조기유학이 유행하면서 나타나는 기러기가족의 문제, 전쟁 같은 경쟁 환경을 피해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찾아서 고국을 떠나는 해외이민의 문제, 힘들고 고단하더라도 인내하며 성실하기보다는 쉽게 좌절하고 포기해버리는 나약하고 무책임한 삶의 태도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들이 결국 하나의 귀결점, 즉 나의 삶은 불행하다는 결론으로 향하게 될 때는 자살이라는 결말을 선택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삶이 불행하다는 생각, 그리고 이 같은 불행한 상황이 바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이 사회에 만연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 사회가 크게 병들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그것은 결국 죽음의 문화가 생명의 문화를 대체하고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적 부와 심리적 행복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졌다고 할지라도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고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발표된 OECD 주요 국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26개 회원국 중에서 22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만족도가 높은 네덜란드가 94.2%인데 반해서 한국은 53.9%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삶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53.9%만이 '그렇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4명으로 단연 1위인 반면 행복지수는 꼴찌였다. 이 외에도 이혼율과 양주 소비율 등이 1위라고 하니 이런 통계치들만 가지고 우리나라를 평가한다면 한마디로 사람이 살 만한 나라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야만적이고 부끄러운 나라라고 할 수 있겠다.

세계 12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외환보유고가 아시아 4위, 세계 6위이며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로 세계 36위 국가이자 조선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고, 주요 20개국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의 경제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라는 화려한 경제적 위상에 비교해 볼 때 삶의 질을 보여주는 행복지수의 현실은 역설적이다 못해 절망적이다. 이것은 삶의 목표와 수단이 완전히 전도된 것이다. 경제적 성공이 삶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 그 사회의 문화는 야만적인 것이다. 그것은 만인은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이며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정글상태로서 한 마디로 법이 있으나 법이 없는 무법천지 상태인 것이다. 이 비통한 가정 파괴의 진행을 멈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 사회의 양식과 양심, 그리고 교양과 진리가 살아나야 한다.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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