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시론] 전쟁과 평화 /제정임

평화적 경협 이어 갈수록 무력충돌 위험 더욱 낮아진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6-07 20:45:47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리 큰애 입대 날짜 받아놨는데, 무슨 수를 쓰더라도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닐까?"

천안함 사고 후 한동안 중년의 엄마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이런 얘기가 화제의 중심이 됐다. 수 십 명의 장병이 생때같은 목숨을 잃은 뒤 군에 자식을 보냈거나 보낼 예정인 부모들은 '불안지수 급상승'을 경험했다. 게다가 정치권과 언론의 매파들은 "전쟁을 불사하고 북을 응징하자"며 '선동질'에 나섰다. 대통령까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을 입에 올렸다. 전쟁이 비디오 게임인 줄 아나? 내 자식이 제일 먼저 '포탄받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은 걱정과 분노로 밤새 뒤척였다.

남북 당국의 움직임은 이런 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우리 정부는 개성 공단을 제외한 대북교역 전면 중단을 선언했고, 중단했던 휴전선에서의 대북 심리전 방송과 '삐라' 살포 재개도 예고했다. 북한은 이에 맞서 아예 '전쟁상태'를 선포했다. 남북 간의 통신을 끊고 대북 심리전이 시작되면 방송시설에 조준사격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렇게 주고받다가 급기야 큰일이 터지는 것은 아닐까? 미국의 타임 등 일부 외신은 한반도 전쟁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그려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전쟁의 위협이 커졌다고 생각하나'를 묻는 한 국내신문사의 인터넷 설문 조사에서는 7일 현재 1만4000여 명의 응답자 중 약 58%가 '그렇다'고 답하고 있다.

남북 대치는 심리적 불안뿐 아니라 경제적 피해도 키우고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즉 언제든 무력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라는 위험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주가는 고꾸라지고 환율은 널뛰기를 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릴 때 선진국 우대금리에 얹어줘야 하는 가산금리도 올라갔다. 북에서 수산물, 모래, 석탄 등을 수입하던 중소업체들과 속초항, 인천 등의 지역기업들은 교역중단 조치로 날벼락을 맞았다. 개성공단에 투자한 120여 개 업체들도 언제 공단 폐쇄와 같은 극단적 조치가 내려질지 몰라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납품 불안을 이유로 주문이 취소되는 바람에 생산량을 줄이고 현지 인력의 일부를 휴직시킨 회사도 있다고 한다.

경제뿐인가. 6·2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른바 '북풍'이 일면서 토론의 쟁점이 돼야 할 지역 살림과 교육 문제 등이 밀려버린 것 등 민주주의의 손실도 적지 않았다.

이제 선거가 끝났고 '북풍'도 잦아드는 모습이다. 특히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정상회담을 위해 한반도 정세 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대북 관계 개선에 나서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불안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역사를 돌아볼 때 아주 우발적인 사건 하나가 전면전을 촉발한 일이 종종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강력 응징'을 다짐한 남이나 '전쟁 상태'를 선포한 북쪽 모두에 물불 안 가리는 강경파들이 득세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꼬투리가 되어 통제불가 상황으로 치달을지 알 수 없다. 어떻게든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경거망동을 삼가야 하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북의 도발에 대한 응징은 국제합동조사를 통해 우리 측 결론이 근거 있는 것임을 명확히 한 후 외교적 공조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 남쪽 땅 심장부가 북의 장거리포 사정권에 있는 현실에서 전쟁은 '너 죽고 나 죽는' 무모한 선택일 뿐임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또 하나, 전쟁 엄포를 놓으면서도 북측이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못하는 이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쪽과의 협력을 통해 북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면 클수록, 무력 충돌의 가능성은 낮아진다. 우리는 어떤가. 평화적 경협을 이어갈 수 있다면 지금 중국이 다 퍼가고 있는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값싼 노동력 등을 활용하면서 중국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닿는 내륙수송로를 통해 단숨에 시장을 키울 수 있다. '북한 리스크'가 사라지면 국가신용등급도 올라가고 자금조달 금리도 낮아진다. '평화'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필요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이익이 되는 것이다. '경제'와 '실용주의'를 앞세운 현 정부가 집권 첫날부터 이를 무시하고 거꾸로 달려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안타깝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손흥민 “팀 동료 그리웠다…3주 군사훈련 특별한 경험”
  2. 2KBO, 8월부터 2군에 로봇심판 도입
  3. 3독일축구협회, 인종차별 반대 세리머니 지지
  4. 4하위 타선도 안 도와주네…식어버린 롯데 방망이
  5. 5‘황희찬 83분’ 잘츠부르크, 리그 재개 첫 경기서 빈 2-0 승
  6. 6동아대 MBA 총동문회 신임 강호철 회장
  7. 7강생일 한국자유총연맹 연제구지회장, 부산 연제구에 초음파 분무형 살균·소독기 2대 기증
  8. 8위험에 빠진 사람들, 누굴 먼저 구할지 선택은…
  9. 9‘기본소득’ 논쟁 격화에 한 발 뺀 김종인
  10. 10[아침숲길] 꽃의 여왕 /양민주
  1. 1北 김여정, 남북군사합의 파기 언급 “대북전단 조치 안하면 파기 각오해야”
  2. 2통일부 “대북전단 살포 접경지역 국민생명 위험 초래…중단돼야”
  3. 3‘기본소득’ 논쟁 격화에 한 발 뺀 김종인
  4. 4지역경제 악화 시 정부 선제적 지원 등 ‘활성화 특별법’ 국회 발의
  5. 5김여정 “대북전단 방치땐 군사합의 파기” 정부 “백해무익 행위…방지책 마련 검토”
  6. 6동구, 부산YMCA 시민회와 북항막개발 간담회 개최外
  7. 7위기산업 선제적 정부지원 규정
  8. 8여당 “하늘 두쪽 나도 5일 개원” 야당 “독재 선전 포고하나”
  9. 9수행비서 없애고 셀프 커피…초선들 ‘탈권위’ 앞장
  10. 10이진복·유재중 먼저 시동 건 통합당 부산시장 후보 경쟁
  1. 1연금복권 720 제5회
  2. 2주가지수- 2020년 6월 4일
  3. 3금융·증시 동향
  4. 45년 뒤 도심 하늘에 ‘드론 택시’ 띄운다
  5. 5'이재용 사과' 후속조치..삼성계열사 이사회 아래에 노사자문위 설치
  6. 6부산 감천항 서쪽 해역 오염퇴적물 정화사업 본격화
  7. 7LS 구자홍 등 총수일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8. 8전국 양돈농가 방역태세 미비
  9. 9현대차 싼타페 11만1609대 시정조치(리콜)
  10. 10우리 나라 교량·터널 연장 5744㎞…10년 만에 60% 늘었다
  1. 1부산지검 현직 부장검사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2. 2윤산터널내 3중 추돌 사고
  3. 3여행용 가방에 7시간 넘게 갇혔던 9살 초등생 끝내 숨져
  4. 4국민 절반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찬성”
  5. 5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39명…수도권에 36명
  6. 6검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7. 7주촌면 의료폐기처리시설 사실상 논란 매듭
  8. 8오거돈 성추행 피해자 “사과 받은 적 없다…합의 시도할 시 가만있지 않을 것”
  9. 9북한 황해북도 송림 동북동쪽서 규모 2.5 지진 발생
  10. 10부산지역 여성단체 “오거돈 당장 구속하고 처벌하라” 규탄 목소리
  1. 1독일축구협회, 인종차별 반대 세리머니 지지
  2. 2손흥민 “팀 동료 그리웠다…3주 군사훈련 특별한 경험”
  3. 3‘황희찬 83분’ 잘츠부르크, 리그 재개 첫 경기서 빈 2-0 승
  4. 4KBO, 8월부터 2군에 로봇심판 도입
  5. 5하위 타선도 안 도와주네…식어버린 롯데 방망이
  6. 6ESPN “NC 구창모 주목…5월 활약 미국서도 드문 기록”
  7. 7MLB 구단-노조 연봉 갈등 점입가경
  8. 8메시, 바르셀로나서 1년 더 뛴다
  9. 9세계 1위 고진영, 국내파 독무대 KLPGA 우승컵 들까
  10. 10NBA, 8월 1일 시즌 재개 추진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포구예찬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기고 [전체보기]
국산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 유지하라 /김치용
폭염과의 현명한 동행 /김종석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고대사는 가야사? 신라사? /권용휘
더이상 ‘오거돈’ 궁금하지 않다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방탄소년단 슈가와 대취타
공연예술 패러다임 바뀐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칼 끝 무뎌진 공정위 /이석주
장관 출신에게 관심을 /정옥재
도청도설 [전체보기]
2차 재난지원금
민주집중제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빈자일등(貧者一燈)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치의 딜레마
광주의 상추튀김과 쌈
사설 [전체보기]
낙동강수계법 개정안 21대 국회선 반드시 처리하라
생활 속 거리두기 한 달…산발적 집단 감염 안심 못한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허황된 중국경사론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뒷모습을 그린 화가
권력자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경제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또 밥만 먹는 협치?
K방역의 힘 보여주는 건 이제부터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장미꽃과 하프와 5월
문득 찾아온 토마소 알비노니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체인저
와인의 숙성, 사회의 성숙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홍현주의 ‘소림모옥도’
무명 천재 화가의 화조 민화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