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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저주와 악플 /신명호

인터넷 악플 중에 염매·고독·압승 등 조선시대 저주보다 더한 것도 많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6-09 20:32:51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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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민간에서는 남이 장군에 대하여 이런 전설이 회자되었다. 남이 장군이 총각 때의 일이었다. 어느 날인가 남이 장군이 집 밖에 놀러 나갔다. 길거리에서 남이 장군은 신기한 모습을 보았다. 어떤 젊은 여종이 보자기에 작은 상자를 싸가지고 가는데, 그 상자 위에 분을 바른 여자 귀신이 앉아 있었다. 그 여자 귀신은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고 오직 남이 장군의 눈에만 보였다. 호기심이 발동한 남이 장군은 젊은 여종을 따라갔다. 그 여종은 어떤 재상의 집으로 들어갔는데, 조금 있다가 그 집에서 곡하는 소리가 들렸다. 남이 장군이 까닭을 묻자, "주인 집 작은 아가씨가 갑자기 죽었다"고 했다. 남이 장군이 "내가 들어가서 살려 낼 수 있다"고 하자 그 집에서는 처음에 믿지 않다가 한참 후에 허락했다. 남이 장군이 들어가 보니 분을 바른 여자 귀신이 아가씨의 가슴을 타고 앉아 있었다. 그 여자 귀신은 남이 장군을 보자 얼른 달아났고 아가씨는 되살아났다. 그 아가씨가 바로 당시의 좌의정 권람의 넷째 딸이었다. 권람은 고마운 마음에 남이 장군을 사위로 들였다고 한다.

남이 장군의 전설에 등장하는 분을 바른 여자 귀신은 귀매(鬼魅)였다. 귀매는 원한 어린 귀신으로서 염매(魘魅)라고도 했다. 염매는 단순한 귀신이 아니라 저주에 쓰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원귀였다. 옛사람들은 염매의 원한이 클수록 저주 효과가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잔인무도한 방법을 써서 염매를 만들었다. 이익의 '성호사설'에 의하면 어린아이들을 유괴하여 염매를 만들었다고 한다. 남이 장군의 전설에 등장하는 분을 바른 여자 귀신은 바로 여자 아이를 유괴해 만든 염매였다. 누군가가 권람을 저주하여 그 딸을 죽이려 염매를 들여보냈던 것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이 같은 전설을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실제 사실로 받아들이고 믿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저주를 믿는 만큼이나 두려워하기도 했다. 그래서 저주에 대한 처벌도 엄격했다. 조선시대의 경우 저주는 '10악 대죄'라는 어마어마한 죄악으로 간주되었다. 10악 대죄란 과거 동양사회에서 최고의 흉악 범죄로 간주했던 10가지의 죄악이었다. 조선시대의 경우 저주는 10악 대죄 중에서도 부도(不道)에 해당하는 죄악이었다. 일가족을 몰살시키거나 사람을 찢어 죽이는 등의 흉악범죄가 부도였다. 조선시대에는 저주를 해서 타인을 재앙에 빠뜨리는 행위를 흉악한 살인행위로 간주했던 것이다.

저주는 근본적으로 타인을 재앙에 빠뜨리기 위한 사악한 술법이었다. 그런 술법들 중에서 법으로 금지된 대표적인 술법이 염매를 위시하여 고독(蠱毒)과 압승(壓勝)이었다. 고독은 저주에 이용되는 독벌레이다. 그릇 안에 독충, 파충류 등 끔찍한 벌레들을 넣고 서로 잡아먹게 한다. 최후까지 살아남은 독벌레가 고독인데 뱀은 사고(蛇蠱), 고양이는 묘고(猫蠱), 개는 견고(犬蠱), 사마귀는 당랑고(螳螂蠱)라고 하였다. 고독은 태워서 분말을 만들고 이것을 술이나 음식에 넣어 저주받을 사람으로 하여금 먹거나 마시게 한다. 고독을 마신 사람은 질병이나 정신착란 같은 재앙을 받는다고 믿었다.

마지막으로 압승이란 저주받을 사람을 상징하는 '매개물'인데, '저주물'이라고도 했다. 허수아비, 초상화, 개, 고양이, 말 등을 저주물로 만들어 상대방을 재앙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예컨대 허수아비를 만들어 칼로 찌르거나, 초상화를 그려 활로 쏘는 따위, 또는 개나 고양이 같은 짐승을 잔인하게 죽임으로써 상대방에게 재앙이 전가되게 하는 식이었다. 눈에 보이는 물건만이 저주물은 아니었다. 욕이나 주문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저주물로 이용되었다. 특히 타인을 죽거나 병들라고 저주하는 욕이나 주문 자체가 무시무시한 저주물이었던 것이다.

저주는 근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증오심과 불신'에 근거한다. 타인에 대한 증오심과 불신이 없다면 저주를 할 이유가 없다. 요즈음 사람들 사이에 인터넷 악플이 심심찮게 회자된다. 실제로 어떤 악플은 가히 저주 수준이라 할 만하다. 그중에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염매, 고독, 압승보다 더한 것도 없지 않다. '타인에 대한 증오심과 불신'이 만연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부경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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