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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어머니의 품 같은 낙동강 지키자 /정지창

낙동강 700리 철새·야생동물 천국 파헤쳐 죽어가는데 보고만 있을 텐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7-07 20:32:3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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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경상북도 상주시 인근의 낙동강을 다녀왔다. 전국의 문화예술인 약 200명이 모여 지율 스님의 안내로 한나절에 걸쳐 상주의 경승지인 경천대 일대 낙동강변을 답사하고, 강변에서 시 낭송과 노래, 춤, 마당극 등으로 낙동강을 지키기 위한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 경천대에 올라서니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강줄기와 백사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낙동강 700리 가운데 가장 경관이 빼어난 곳이라는 안내문이 빈말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 아름다운 백사장에는 군데군데 붉은 말뚝이 박혀 있고, 그 선을 따라 모래와 강바닥을 파헤쳐 구부러진 강을 일직선으로 만든다고 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우리가 낙동강 사업의 실상을 확인한 곳은 이른바 낙동강 33공구인 상주보 공사 현장이었다. 한눈에도 수중보가 아니라 댐으로 보이는 높이 10m가 넘는 거창한 시멘트 구조물을 배경으로 포클레인과 덤프트럭들이 쉬지 않고 모래를 퍼나르고 있는 공사장에서 낙동강의 옛 모습은 짐작할 수조차 없이 망가져 있었다. 강줄기가 휘돌아 나가면서 저절로 모래가 쌓여 생긴 '오리섬'은 철새와 야생동물들의 천국이었으나 이제는 산더미처럼 준설토를 퍼붓고 제방을 쌓아 인공 생태공원으로 개조하고 있었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고, 낙동강 사업이란 한마디로 자연의 강을 인공의 강으로 만드는 사업이었다. 자연생태의 천국인 모래섬을 인공의 생태공원으로 만드는 사업이 바로 4대 강 사업의 본질임을 우리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답답한 것은 지율 스님이나 우리 같은 민초들의 4대 강 사업 반대 목소리를 "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반대"로 낙인찍고 공무원을 동원해 대대적인 홍보 캠페인을 벌이는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다. 그들은 수심 7m의 치렁치렁한 물에 유람선이 떠 있고 강변 자전거도로를 따라 선남선녀들이 자전거를 타는 그림을 보여주면서 이것이 바로 4대 강 사업의 미래상이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독일은 뮌헨 근교를 흐르는 이자르강을 이런 식의 직선화된 인공하천으로 만들었다가 홍수와 지하수 고갈 등 생태적인 문제가 발생하자 다시 엄청난 돈을 들여 구부러진 강줄기와 흰 모래사장을 가진 원래의 강으로 복원시킨 바 있다.

우리가 오는 날에 때맞춘 듯 경천교 다리 밑에서 플래카드를 몇 개 걸어 놓고 20여 명의 주민들이 동원되어 '낙동강 살리기사업 찬성 궐기대회'를 하고 있었다. (동원됐다는 것은 주민들 입에서 나온 말이다.) '낙동강 환경순찰대'라는 깃발을 내걸고 "쓰레기나 오물을 버리지 맙시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강변길을 달리는 홍보 차량이나 곳곳에 서 있는 경찰 순찰차들도 뙤약볕에 모래밭을 걷는 순례자들을 더욱 피곤하게 만들었다.

낙동강 물을 먹는 대구와 부산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낙동강의 수질은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수질을 개선하려면 본류가 아니라 지천을 살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런데 부산시는 엄청난 돈을 퍼붓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에도 불구하고 남강 물을 끌어다 쓸 계획을 하고 있으니 이것은 아마도 '낙동강 살리기 사업'으로 낙동강 수질이 개선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부산시 당국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맹목적인 개발주의자들의 포클레인 삽날에 찍혀 죽어가는 낙동강을 지켜내려면 관료나 정치인들에게 기대지 말고 낙동강 유역의 시민들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모두 낙동강의 젖을 먹고 사는 낙동강의 자식들이고, 고통으로 죽어가는 어머니 낙동강의 비명 소리가 더는 외면할 수 없게 우리의 귓전을 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친 위독'이라는 전보를 받고 뒤늦게 달려온 불효자식처럼, 우리의 어머니 낙동강이 어떻게 파헤쳐지고 갈가리 찢기고 토막나 죽어가고 있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한다. 그리고 외쳐야 한다. 낙동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법정 스님의 유언과도 같은 호소가 가슴을 때린다. "지금 방식대로 4대 강 사업이 진행된다면 크나큰 재앙이 될 것입니다. 명심하십시오. 이 땅에서 이런 무모한 일이 우리 곁에서 진행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다면, 우리는 정권과 함께 이 국토에 대해 씻을 수 없는 범죄자가 될 것입니다."

영남대 독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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