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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시론] 커피를 마신다는 것 /곽차섭

타락의 음료로 취급 받았던 커피… 사람들 소통 돕는 게 진짜 매력 아닐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7-11 20:06:5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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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중후반에 살았던 프랑스의 커피 상인이자 문인이었던 필립 실베스터 뒤푸르는 커피와 초코릿에 대한 한 라틴어 서책에서 커피의 음용과 효능을 최초로 기록한 인물로 고대 페르시아의 철학자이자 의사였던 알 라지(865~925)를 들고 있다. 그가 말하는 '분춤'이 바로 커피라는 것이다. 물론 이견도 있으나 커피의 원조가 아랍세계이며 그 기원이 적어도 이 시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주장은 이미 통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커피를 약용이 아닌 음료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때는 이보다 한참 뒤인 것 같다. 13세기 중엽 모카 수호성인의 추종자 셰이크 오마르가 커피의 효능을 알고 음용을 시작했다는 전설적 이야기가 전해오기는 하지만 좀 더 신빙성 있는 것은 1454년 아덴의 이슬람 법학자였던 제말레딘 아부 무함마드 벤사이드가 아비시니아 여행 중 커피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기록이다. 그는 커피에 잠을 쫓는 약효가 있음을 알고 기도나 다른 의식을 행할 때 좀 더 주의를 집중할 수 있을 거라면서 그 음용을 재가해 주었다는 것이다.

성공리에 아덴으로 도입된 커피는 15세기 후반에는 메카와 메디나로, 16세기 초에는 이집트로 급속하게 퍼져나갔으나 그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낯선 것에 대한 종교적 박해가 시작된 것이다. 1511년경 카이르 베이가 카이로 술탄의 총독으로 메카에 파견되었다. 현지 사정에 무지했던 그는 어느 날 저녁 사원을 몰래 순시하다가 사람들이 무언가를 마시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는 처음 그것이 율법으로 금지된 와인이라 생각하고 격분했으나 조사 결과 그것은 커피이며 그곳 사람들은 늦은 예배에서의 각성을 위해 그것을 마시는 관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격한 교리주의자였던 그는 커피가 기분을 고양하기 때문에 금욕을 추구하는 신앙에 위배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법령을 선포하여 메카에서 일체의 커피 매매를 금지하였다. 그리하여 모든 커피하우스가 폐쇄되었고, 창고에 쌓여있던 커피콩은 모두 불태워졌다. 하지만 그는 잘못된 길을 택했다. 왜냐하면 정작 카이로의 술탄은 그의 커피 억압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카의 커피하우스는 다시 문을 열 수 있었고 커피 억압파는 축출되었다.

그로부터 23년 뒤인 1534년 이번에는 카이로의 법학자들이 커피가 율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느라 사원 출입이 줄고 있다는 것이었다. 성직자들의 권력에 위협이 된다고 느낀 것이다. 메카에서와 같이 사람들은 다시 커피 애호파와 커피 혐오파로 나뉘었다. 하지만 이미 대다수 사람들에게 퍼져있던 커피 문화는 꺾기 힘든 상태에 이르러 있었다. 다시 커피 애호파가 승리하였고 이로써 커피의 사회적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16세기 초 커피 문화는 아랍세계에 더 깊이 침투하였다. 이집트를 정복한 셀림에 의해 이스탄불(콘스탄티노플)에 커피가 들어온 때가 1517년이었다. 1530년에는 다마스쿠스, 1532년에는 알레포로 전파되었다. 당시 다마스쿠스의 몇몇 커피하우스는 이미 높은 명성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장미 카페와 구원의 문 카페가 그런 곳이었다.

유럽인들이 처음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은 아마 16세기 후반 어느 때의 베네치아에서였을 것이다. 당시의 베네치아가 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국제적인 곳이었기 때문이다. 곧이어 커피는 로마에 전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가톨릭 성직자들이라고 이 '수상한' 음료에 호의적이었을 리는 없었다. 그들이 교황 클레멘스 8세에게 이단적인 음료인 커피를 금지하라고 조언하자 결정에 앞서 그 맛을 본 교황은 그 풍미에 반해 오히려 커피에 세례를 주어 기독교의 음료로 만들라는 명을 내렸다는 일화가 전해져 온다. 물론 이 이야기는 뒤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지만 적어도 커피에 대한 당시 유럽인들의 생각은 읽을 수 있다.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단순히 기분을 각성하는 음료를 마신다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커피 전파의 역사가 보여주듯, 그것은 사람들에게 커피를 매개로 일상적 잡담이든 정치적 비평이든 무언가를 얘기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얘기한다는 것은 생각하게 하는 것이고, 그래서 커피에는 우리를 소통케 하고 때로는 저항케 하는 효능까지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주장일까.

부산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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