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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북콘서트와 이윤택, 그리고 황석영 /이상섭

자기 평생의 업적 고스란히 가져온 이윤택의 결단

이웃들이여 부디 함께 즐기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7-16 20:04:33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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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 이윤택이 북콘서트를 열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면 이게 웬 개 풀 뜯어먹는 소린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문화 게릴라(황지우)'로 불린다는 것을 안다면 상황은 백팔십도다. 게릴라란 '닉'에 걸맞게 그의 문화적 보폭은 상당히 넓다. 그는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며 희곡과 드라마 대본도 썼으며 직접 메가폰을 들기도 했다. 그러니 출판업에 손대지 말란 법이 있는가. 실제 그는, 2년 전 정착한 마을이름을 따서 출판사를 차렸고, 벌써 묶어낸 책이 다섯 권째다. 그러니까 이번 북콘서트는 올 상반기에 출간한 도요총서 두 권을 상재한 기념으로, 그가 정착한 도요마을로 독자를 초대한 셈이라고나 할까.

최근 들어 내 삶 어딘가가 고장이 났는지 입안에 외로움만 가득했다. 해서 일찌감치 마음다짐을 하고 있던 터라 행차를 감행했다. 한데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오마이갓! 이건 또 뭐람. 마을 한가운데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4개 동의 건물. 알고 보니 바로, 이윤택이 '도요림'으로 명명한 예술인촌이란다. 그렇다면 예술인촌을 건립하겠다고 호언하던 게 '붕 뜬 구라'가 아니었단 말인가. 아니나 다를까, 행사 순서는 예술인촌 입주를 겸한 축연으로 꾸며져 있었다. 앞날의 행운을 빈다는 우리 고유의 비나리굿! 그러니 모인 사람 모두 '굿하게' 살기를 어찌 빌지 않을까. 그리고 잠시 뒤 이어진 이윤택표 뮤지컬 '태양의 제국' 공연. 물론 시간상 일부분만 공연되었지만 대형 뮤지컬답게 수많은 배우가 등장하고 웅장한 음악이 관객을 사로잡았다. 배우들은 '팅커벨'처럼 관객의 눈앞을 날아다녔다. 물그릇처럼 조용하던 사람들이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저게 이윤택의 마력인가?

한데, 아무리 둘러봐도 주민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이런 볼거리를 구경하는 주민이 별로 없다니. 농사일이 바빠서 그런가, 아니면 관심이 없어서인가. 이런 행사가 자주 열리는 것도 아니니 인근 주민까지 죄다 모여서 함께 어울리면 좀 좋을까. 평생 농사만 짓는 분들이니 북콘서트라는 게 가당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자주 보면 눈이 열리고 귀가 뚫릴지 어찌 아는가. 게다가 이윤택이 어떤 양반인가. 덩굴째 이 마을에 굴러온 국가대표급 연극인이지 않은가.

최근에 들은 얘기 좀 하자. 구례군청에서는 황석영 소설가를 제 고장으로 모시기 위해 무려 4만 평 부지를 제공하며 정착을 제의했단다. 그러자 전북 진안에서도 자기 고장으로 황석영 소설가를 모시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고 한다. 아마 잘 몰라도 구례군보다 더 많은 인센티브를 약속했을 것이다. 황석영 작가야 고은 시인 다음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내릴 정도로 문화재급 대작가이니까. 게다가 연로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왕성한 창작열을 발휘하고 있잖은가. 그러니 지자체에서 군침을 흘릴 수밖엔.

지자체의 문화예술인 모시기 열풍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니 박경리 소설가를 두고도 원주에서는 집과 토지문학관을 제공하고, 하동에서는 토지문학제를 열고 최참판댁을 지었으며, 선생의 고향 통영에서는 선생의 마지막 안식처를 제공하며 난리법석을 피우지 않았겠는가. 강원도에 정착한 이외수 소설가의 경우는 어떤가. 그가 살고 있는 화천의 감성마을에는, 외지인들이 줄지어 몰려든다지 않던가. 물론, 올림픽도 아니고 '딸랑' 한 작가를 두고 경쟁적으로 유치작전을 벌이는 모습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굴뚝 없이도 지역 발전은 가능한 법 아닌가. 문화가 밥이 될 수 없어도 밥맛을 살리게 해주니까. 어쩌면 우리가 정녕 미간을 찌푸려야 할 일은 문화에 대한 냉대나 무관심이 아닐까.

한 개인의 창작품은 대충 뚝딱거려 만들어지는 물건이 결코 아니다. 거기에는 피나는 노력과 열정, 인고의 시간이 요구된다. 그런 사실을 알았기에 아도르노도 "모든 문화적인 것에는 피가 스며있다"고 하지 않았겠는가. 이윤택은 자신이 평생 쌓은 문화 업적을 고스란히 이곳으로 가져온 셈이다. 그러니, 응당 주민이 먼저 발 벗고 나서서 함께하는 것이 도리다. 주민들이 미처 그런 마인드를 갖추지 못했다면 김해시가 나서야 한다. 아이 하나를 제대로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듯이, 문화란 관심 없이 그냥 자라는 화초가 아니잖은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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