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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베트남 신부의 비극적 죽음에 부쳐 /고기화

우리 안에 똬리 튼 탐욕과 야만이 이 비극적 사건의 시작과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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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스무 살의 베트남 어린 신부가 한국에 온 지 일주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엊그제 한 줌 유골로 고국으로 돌아가던 날, 하늘은 온종일 구슬픈 비를 뿌려댔습니다.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 한국인 남편에게 폭행 살해당한 고(故) 탓티황옥 씨. 채 피기도 전에 스러져간 꽃다운 신부의 유골함만을 가슴에 안고 떠나는 부모의 참담한 심정은 무슨 말로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 잿빛 하늘만큼이나 가슴이 먹먹하고, 시야가 흐려집니다.

한국에 시집온 순박한 베트남 처녀의 안타까운 죽음은 어느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우리가 모두 죄인입니다. 소박한 꿈마저 지켜주지 못한 우리 사회의 잘못입니다. 각박하고 강퍅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우리 자신도 두렵고 막막합니다.

어린 신부보다 스물일곱 살이나 많은 남편은 심각한 정신질환자였습니다. 환청이 들린다면서 주변 사람들을 폭행하는 등 그동안 무려 57차례나 입원 및 통원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신부를 비롯해 가족들은 그의 병력을 전혀 몰랐습니다. 결혼 전 신부 측에 알려줘야 할 병력이나 전과, 부양 능력 등 기본적인 정보마저 제공되지 않은 탓입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초래될 수밖에 없었던 불행의 씨앗은 그때 이미 잉태된 것이지요.

이 같은 비극이 처음 일어난 것도 아닙니다. 2007년엔 19세의 베트남 신부가 술 취한 남편에게 폭행당해 죽은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습니다. 이듬해엔 스물두 살 된 베트남 여성이 남편과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동남아 등 가난한 나라의 어린 여성들이 한국에 시집와서 학대받고 목숨까지 잃은 일이 다반사입니다.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입니다.

이는 돈벌이에 혈안이 된 무자격 국제결혼 알선업체의 무분별한 난립 탓이 큽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 추악한 사기꾼이자, 파렴치한 인신매매범이란 비판을 받아도 쌉니다. 정신병자든, 가정폭력 전과자든, 파산자든 간에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맺어주고 돈만 챙기면 된다는 식입니다. 한국 남성 1명이 외국 여성 수십 명을 모아 놓고 신붓감을 고르는 '룸살롱'식 맞선까지 등장한 판이니 더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다른 사람의 인격이나 삶을 파괴하면서까지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탐욕과 이기주의가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겠지요.

올바른 규제들만 작동했다면 이 같은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때늦은 반성도 해봅니다. 지난해 국제결혼이 전체 결혼의 13%에 이르는 4만3000여 건이나 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다문화 가정을 수용할 준비와 자세가 제대로 돼 있지 못합니다. 당국의 대책은 언제나 사후약방문이고, 그마저도 일시적이고 시간이 좀 지나면 흐지부지되기 일쑤입니다. 앞으로도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겠습니까.

베트남에서 반한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지요.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 등에서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오죽했으면 신부의 아버지가 한 독지가의 묘비 건립 제안에 "한국에 딸의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다"며 장례를 치르자마자 서둘러 베트남으로 돌아갔겠습니까. '속죄의 온정'이 답지한들, 어린 신부와 그 부모의 한을 천분의 일이나마 갚을 수 있겠습니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속에 알게 모르게 내재한 인종주의를 반성해야 합니다. 어린 신부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착취당하는 이주노동자도 마찬가집니다. 우리보다 조금 못산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언행을 일삼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던 우리가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거꾸로 가해자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돈 없고, 힘없어' 차별당했던 과거의 우리 고난을 더 심한 형태로 전수하는 야만적 행태입니다. 이러고는 국격을 운운할 자격조차 없습니다.

다시 사죄드립니다. 한 줌의 재가 되어 돌아간 베트남의 어린 신부여, 부디 이 땅의 일은 용서하고 편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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