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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산 지식경제 '첨단 장인정신'을 찾아라 /박성조

무계획의 근대화로 전통 무시하고 파괴

기술·손재주의 융합… 창조도시 원동력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8-02 20:59:2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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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에서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 다녀왔다. 대단히 흥미스러운 사실은 작년에 출판된 매튜 크로포드(Matthew B. Crawford)의 'Shop class as soulcraft' (소울크래프트로서의 가게 계급)가 아직도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책의 골자는 미국문명의 갈 길은 기계와 고층사무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가게에 녹아 있는 장인정신을 부활시키는 데도 있다는 것이다. 장인전통이 희박한 미국에서 기계문명에 의한 대량생산을 통탄하는 한 지식인의 애원이라고 할 수 있다.

리사티, 알폴디, 세네트 등 많은 학자, 예술가 등에 의해 시작된 미국의 첨단기술에 구속된 인간상에 관한 자기성찰은 끊이지 않고 있다. 며칠 전 헤럴드 트리뷴의 특집기사 '농촌 장인의 부활'은 시골 장인의 심미성이 점차 예술 및 첨단기술에까지 용해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즉, 전통은 살아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근대화는 전통을 무시하고 파괴하는 데 올인했다. 그래서 그것은 고층건물, 자동차, 소음 투성이로 정상화하였다. 무작정, 무계획의 근대화에 구속된 우리의 생활이 그것의 거울이다. 행복을 물질적인 풍요로움으로 정의했기 때문이었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란 애국가의 가사는 전통을 헌신짝처럼 버린 우리들의 현실과 대조적이다. 부산과 한국에서는 향토문화학과(민속학과)를 거의 찾을 수 없고, 향토문화연구소가 있다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전통문화의 수공예품은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그것을 만드는 장인들도 없어지고 있다. 이제는 그것들마저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다고 한다. 김치의 운명과 꼭 같다. 그럼 한국인의 정체성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근대화를 통한 정체성의 상실은 한국인들의 정신적 위기의 현주소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지식경제의 현실은 초산업사회를 위해 전통적인 기능과 기술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장인의 정교한 '손재주'와 첨단기술을 결합하는 것이다. 이것을 '첨단 장인정신(high tech craftsmanship)'이라고 부른다. 얼핏 보면 이율배반적인 것 같지만 실상은 새로운 융합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 메르세데스 벤츠사의 섀시 품질관리는 개개인 및 집단이라는 이중의 품질관리를 거쳐 최종적으로 마이스터의 '손으로 쓰다듬어' 하자가 없으면 출고가 결정된다. 마이스터의 손은 '신의 손'이라 할 수 있다. 기계보다 더 정확하기 때문이다. 그의 손은 경험지식의 화신이다. 손이 감지하는 것이 이성적인 판단으로 연결된다. 이렇게 감성적인 지혜가 이성적인 지혜로 연결되는 사실을 현대 신경심리학은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다.

지식경제에서 첨단기술 발달은 장인정신과 정비례한다. 소프트웨어 디자인,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에 쓰이는 모티브는 수공예의 장인기능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 이러한 융합의 대표적 사례가 아우디사가 2003년 출고한 유명한 '르망 쿠아트로 모델'이다. 8명의 전문엔지니어가 한 팀이 되어 디자인에서부터 시작해 첨단기술 부품의 장착까지 (자동화)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손으로 정교하게 조립생산했다. 첨단 지식경제시대에도 인간의 장인적 기능이 기계보다 더욱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한 생생한 사례라고 하겠다.

전통은 또 자연과 같이 간다. 오늘날 지식경제의 방향도 그러하다. 독일 남부에 오스트리아, 스위스와 접하는 아름다운 호수 보덴제가 있고, 오스트리아 접경에 브레겐츠라는 도시가 있다. 2005년부터 여름이면 브레겐츠축제가 열린다. 축제의 거대한 무대는 호수 위에 펼쳐진다. 이 무대는 장인들이 만들었다. 장비, 조명, 음향은 최첨단 기술에 의존한다. 호반의 야경을 배경으로 2007년과 2008년에는 오페라 토스카, 2009년과 올해에는 아이다가 각각 빈 교향악단의 연주로 공연됐다. 자연, 전통, 최신의 무대기술의 융합은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준다.

부산시는 최근 '창조도시'라는 개념을 구사하고, 경제담당 부시장제를 도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지식경제 도시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제일 먼저 절실한 내생적 역동력에 힘을 주기 위해 부산의 전통과 융합하는 프로젝트를 하루빨리 찾아야 할 것이다.

베를린자유대 종신정교수·동아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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