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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함안보 타워 크레인에서 본 세상 /박창희

죽을까 겁이 나고 배고픔 시달려도 고뇌의 선택임을 알아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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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뜨겁다. 불볕의 폭염에 달궈진 철제 난간이 후끈거린다. 숫제 고기 없는 불판이다. 휴가다, 피서다 하는 때에 이 무슨 지랄인가.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 말을 통하게 하는 최후의 수단이 머쓱하구나.

함안보의 타워 크레인에 올라온 지 벌써 15일째다. 하늘로 치솟아 두 팔을 벌린 타워 크레인, 높이 40m 고공에서 사생결단 농성을 하다니.

내려다보니 거대한 공사판이다.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명색이 선전은 친환경 다기능 보란다. '아'. 아라가야·빛벌가야에서 따왔다는 애칭이 예쁘다. 아니 애처롭다. 예쁜 이름을 지어놓고 원성만 쌓고 있으니 말이다.

어지럽다. 현기증이 인다. 수만 년 동안 자연이었던 강을, 2~3년 만에 인공으로 둔갑시키려는 저 무지막지한 돌관(突貫)공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리도 우리지만, 후손들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이 사태를 어떻게 얘기해줄 수 있을까. 힘과 자본으로 중무장한 국가시스템의 돌격 명령이 실로 무섭기만 하다.

휘청~. 바람 따라 타워 크레인이 움직인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며칠 전 폭풍우가 몰아칠 땐 타워 크레인의 T자 가로축 구조물이 180도 회전했다. 머리칼이 쭈뼛 섰다. 이게 돌았나 싶었다. 설상가상 천둥 번개까지 쳤다. 피뢰침은 설치됐을 테지만 밤새 불안에 떨었다. 솔직히 죽을까 겁이 났다. 불면의 밤이 간신히 새벽을 불러왔을 때 우린 녹초가 되어 있었다.

이제 배고픈 줄도 모르겠다. 생수와 햇반 한 덩이, 누룽지 몇 조각이 일용할 양식이다. 하루 한끼라도 고맙다. 비워야 한다. 버텨야 한다. 타워 크레인이 무너지기 전, 우리가 먼저 무너져선 안 되므로. 한 평 남짓 크레인 조종실이 우리의 모텔이다. 생리현상도 최대한 참자. 그래도 나오는 것은 티슈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햇볕에 바싹 말려 없앤다. 문명을 거부한 원시인처럼 사는 거다.

생각난다. 지난달 22일 새벽 함안보 공사장에 물난리가 났다. 가물막이 속 타워 크레인 아래로 시뻘건 황톳물이 차올랐다. 야음을 틈탄 작전 개시. 보트를 타고 타워 크레인으로 접근, 조마조마 사다리를 기어올랐다. 짐을 올리는데 경찰이 쫓아와 일부를 떨어뜨렸다. 현수막을 걸고 소리쳤다. '4대 강이 니끼가? 국민여론 수렴하라!'

함안보 전망대 마당에 불빛이 일렁거린다. 농성 후 하루도 빠짐없이 켜진 촛불이다. '최수영·이환문 너희가 희망이다….' 강 건너편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촛불들의 외침. 콧등이 찡하다.

이제 내려가고 싶다. 지친다. 배고픔과 외로움, 격절감 그리고 뒷일에 대한 공포…. 가족이 보고 싶다. 친구들과 동료 활동가들, 그 속에서 얻은 자잘한 행복들…. 나는 왜 모든 것을 걸고 4대 강 '바벨탑'에 올랐던가. 이 막개발의 끝은 어디일 것인가. 진지하게 묻고자 한다. 국민 70% 가량이 우려하는 사업을 그냥 밀어붙여도 좋다는 건가. 4대 강 사업의 제반 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민논의기구와 국회의 특별기구 구성은 불가능한가.

발밑에 경찰 기동대 1개 중대가 배치돼 있다. 소방차와 구급차도 보인다. 여차 하면 강제집압에 나설 것이다. 올라가기도 어렵지만, 내려오기는 더 어려운 법. 내려가고 싶어도 우리에겐 명분이 없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귀를 닫기로 작정한 것 같다. 그러면서 즉각 퇴거하지 않을 경우 하루 2000만 원씩 물 각오를 하라고 압박한다.

강에 철심을 박은 타워 크레인이여, 미안하구나. 그러나 우리들 진심만은 알아주길. 소란을 피우고 공사를 늦춘 것은 결코 사사로운 선택이 아니라 이 나라 공동체를 위한 고뇌의 선택이었음을. 이 국가 사업이 가져올 미증유의 재앙과 파장을 조금이나마 줄이려 결행한 행동임을.


(※이 글은 '4대 강 정비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지난 7월 22일부터 경남 함안보 타워 크레인을 점거해 농성 중인 최수영(40)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이환문(42)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과의 휴대폰 통화 및 농성 지원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재구성했다. 두 활동가의 안전과 무사귀환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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