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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피서철 이야기 /정찬주

모든 생물들의 공생 터전이기에 수행자 대다수가 4대강 개발 반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8-06 20:37:05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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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객의 승용차들이 눈에 많이 띈다. 속도경쟁에 익숙한 도시 차들이어선지 좁은 산중 도로인데도 쌩쌩 달린다. 산책하는 나를 움찔거리게 하는 속도다. 나는 주눅이 들어 질주하는 차들을 피해 가능한 한 도로가에 붙어서 걷는다.

며칠 전 산책길에서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먹이를 찾아 도로 위를 이동하던 뱀이 차에 치여 죽은 것이다. 아직 요령이 부족한 어린 뱀이라서 애처롭기까지 했다. 먹이를 구하려고 움직이다가 피서객의 차에 치여 졸지에 목숨을 잃은 어린 뱀이 측은했다. 죽은 뱀이 인간을 원망하고 있는 것 같아 나는 녀석을 풀숲으로 옮기면서 다음 생에서는 좋은 모습으로 환생하라고 빌어주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내가 풋풋한 시절에 입산 출가하지 못한 까닭은 만성적으로 열뇌(熱惱)가 많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학시절에 송광사 방장이셨던 구산 노스님을 친견하러 갔을 때, 노스님께서 내게 출가하여 깨쳐 보라고 강권하셨지만 내 머릿속은 온갖 잡념이 들끓었던 것이다. 지금도 나는 종교심이나 자비심이 넘치는 사람 같지는 않다. 다만, 산중에서 10년 넘게 살다 보니 미물들에 대한 애정이랄까, 외롭다 보니 마음이 좀 너그러워졌을 뿐이다. 내가 사는 이 산중은 나만 살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미물들과 더불어 공생하는 터전이라는 사실을 절감한 것이다. 서울에서 살 때를 되돌아보면 마치 견성성불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때는 내 중심으로 하늘과 땅의 산 것들을 바라보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이 나와 함께 살아가는 공동운명체라는 자각이 든다. 이러한 자각도 나를 눈뜨게 하고 변화시킨 체험 중에 하나라고 본다. 아무리 하찮은 미물이라 하더라도 살려고 하는 의지는 나와 같이 절실할 수밖에 없고, 그러기에 생명의 가치는 동등한 것이다.

요즘의 나는 슈바이처 박사가 이런 얘기를 왜 했는지 동감하고 있다. '나는 나무 잎사귀 하나라도 의미 없이는 함부로 뜯지 않는다. 한 줄기의 들꽃도 꺾지 않는다. 벌레도 밟지 않도록 조심한다. 여름밤 램프 밑에서 일할 때, 많은 날벌레들이 날개가 타서 책상 위에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창문을 닫고 무더운 공기를 호흡한다.'

슈바이처 박사 역시 아프리카 땅의 생명들과 일체가 되었기 때문에 생명들의 동등한 가치를 터득하지 않았을까 싶다. 산중에서 정진하는 수행자가 왜 자기 몸을 불사르는 소신공양을 했고, 수행자들 대부분이 왜 4대 강 개발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지 이제는 저잣거리 사람들이 생명의 본질적인 차원에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부처님 정법을 거론할 것도 없이 강은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강의 모든 생명들이 더불어 사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내 산방에 와서 하룻밤 머물다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는 사람들에게 자연에 대해서 일부러 많은 얘기를 해준다. 어제 왔다가 간 후배부부에게는 어미꾀꼬리가 새끼꾀꼬리에게 노래 가르치는 얘기를 해주었다. 어미꾀꼬리 노랫소리는 기교가 넘쳐 구성지다. 트로트 가수 이미자 씨가 물 흐르듯 음을 자연스럽게 굴리고 꺾는 듯하다. 그러나 새끼꾀꼬리는 어미가 가르치는 발성연습을 한두 번에 따라하지 못하고 날마다 반복하고 있다.

처음에 나는 어미가 새끼꾀꼬리를 가르치는 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했는데, 이웃 농부가 알려주어 무릎을 쳤다. 아내는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꾀꼬리 노랫소리를 듣는 것이 산중생활 중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꾀꼬리 이야기를 듣던 후배부부의 감동에 젖은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나는 '삼국유사'에 나올 법한 얘기가 아니냐며 꾀꼬리 얘기에 열을 올렸다.

내 산방으로 피서 온 손님들의 뒤치다꺼리로 피곤하기도 하지만 돌아간 흔적이 개운할 때는 내 마음의 티끌까지도 청소된 것 같다. 특히 아내의 직장동료였다는 함양 출신 이 선생 가족이 묵고 떠난 방을 가보니 다시 온다고 해도 진심으로 맞이할 수 있을 듯싶다. 머문 방은 물론 화장실 청소까지 말끔하게 하고 간 최초의 손님이었던 것이다. 평소의 살림살이를 그대로 흘리고 가는 손님들의 그림자도 천차만별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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