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통일세보다 급한 것 /제정임

남북대치 상황 풀지도 못하면서 세금부터 제안하나… 대화복원이 먼저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8-16 20:26:25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어떤 마을에서 산을 넘어가는 길을 하나 닦는다고 하자. 그렇다면 먼저 '어떤' 길을 낼 것인가부터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산허리를 빙 둘러가는 길을 낼 것인가, 터널을 뚫을 것인가, 아니면 산을 얼마만큼 깎아낸 뒤 그 위로 길을 닦을 것인가. 그 다음엔 그 길을 건설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들지 계산해야 할 것이다. 소요 자금은 어떤 길을 어떤 공법으로 닦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 후에 해야 할 일이 바로 필요한 돈을 어떻게 마련할 지 결정하는 일일 것이다. 외부 도움 없이 마을 사람들끼리 해결해야 한다면 집마다 어떤 기준에 따라 얼마씩을 분담할지, 그리고 몇 년에 걸쳐 걷을 것인지 의논을 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통일세'를 거론하자 '생뚱맞다'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상식적 절차가 무시됐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통일이 가능할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돈이 들지 감감한 상황에서 세금 걷을 얘기부터 꺼내니 어안이 벙벙해지는 것이다.

16일자 모 신문 보도를 보면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의 추산으로도 '통일비용'은 천차만별이다. 북한이 개방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격히 붕괴될 경우, 이후 30년간 2조1400억 달러(약 2525조 원)가 남북한의 경제통합비용으로 들 것이라고 한다. 남한의 4800만 인구가 1인당 5000만 원 넘는 부담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북한의 점진적인 개방을 거쳐 남북통일이 성사될 경우 3220억 달러(약 380조 원, 1인당 약 790만 원)면 된다고 한다. 약 7대 1의 차이다. 이 전망의 타당성은 별도로 따져봐야겠지만, 일단 어떤 통일이냐에 따라 자금 수요가 달라질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금 통일세를 설계할 경우 도대체 어디에 기준을 두고 시작을 한다는 것일까.

통일세 얘기가 더욱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남북관계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통일에서 멀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10여 년간 남북이 우여곡절 속에서도 '가까이, 더 가까이'를 실현해 왔다면, 이명박 정부 2년 반 동안의 남북관계는 '멀리, 더 멀리'를 외쳐온 것과 같다. 금강산관광 중단 등 민간 교류는 얼어붙고, 경의선 등 남북 통행은 끊기거나 위축됐으며,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악화된 군사적 대립은 남북 양쪽에서 '전쟁불사' 구호가 난무하는 지경으로 번지고 있다. 우리 군이 교전수칙을 더욱 공격적인 내용으로 바꿀 것을 검토 중이고, 북한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연일 '잔혹한 보복'을 다짐한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통일세를 논의하자'는 제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래서 일부에서는 정부가 북한의 체제 붕괴에 따른 급작스러운 '흡수통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4대 강 사업 등으로 바닥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세금 걷을 명분을 찾는 것이라는 전혀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남북 분단과 이로 인한 군사적 충돌 위험 때문에 엄청난 경제적 손해,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당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남북의 평화공존과 통일은 안보 문제를 넘어서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한 핵심 조건이다. 무엇보다 평화공존을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의 경제적 안정도 언제든 송두리째 뒤흔들릴 수 있다. 이런 방어적인 시각에서 한 발 나아가, 남북의 경제협력이 가져다줄 무궁무진한 기회를 주목해 보자. 남쪽의 자본과 기술, 북쪽의 노동력과 지하자원이 결합되어 엄청난 시너지(상승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잇는 육로로 단숨에 유럽까지 시장을 확대할 수도 있다.

우리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1차원적 보복논리에 매달려 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 경제난 등 막다른 골목에서 '핵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북한과 '맞짱'을 뜰 것이 아니라, 극단적 선택을 포기하고 협력의 장으로 나오도록 끈기 있고 진정 어린 설득을 해야 할 시점이다. 그래서 남북의 화해와 경제협력이 본격화할 수 있다면 장차 우리가 걱정하는 '통일 비용'은 어떤 전문기관의 예상치보다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통일세를 거론하기 전에, 북한을 향한 '대화의 문'을 두드리는 게 먼저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고속도로 달리던 중 렌터카 핸들에서 뱀 출몰…소방 출동
  2. 2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3. 3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4. 4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5. 5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6. 6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7. 7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8. 8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9. 9[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10. 10[속보]‘엿새째 무소식’ 부캉이 진짜 떠났나…3일 최종판단
  1. 1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2. 2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3. 3李 대통령 “다문화가정 지원, 문제 시정하는 게 차별 아냐”
  4. 4장동혁 “박근혜, ‘인재들로 총선 이기고 정권 탈환’ 당부”
  5. 5[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6. 6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7. 7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8. 8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9. 9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10. 10“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1. 1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2. 2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3. 3[속보]‘엿새째 무소식’ 부캉이 진짜 떠났나…3일 최종판단
  4. 4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5. 5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6. 6이재용 일본 반도체 패키징 거점 방문, 日 소부장 협력 모색
  7. 7못 말리는 한국 제품 인기…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 눈앞에(종합)
  8. 8은행 부실채권 1년만에 1조3000억 늘었다…8년6개월만에 최대
  9. 9동원개발, 협력사와 손잡고 ‘안전보건 상생’ 다짐
  10. 10국산 비만약 에페 공급가, 마운자로보다 40% 저렴
  1. 1고속도로 달리던 중 렌터카 핸들에서 뱀 출몰…소방 출동
  2. 2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3. 3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4. 4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5. 5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6. 6[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7. 7부산 영도 조선소 러시아 어선 화재…소방대원 1명 부상
  8. 8[한 손 뉴스] 마르는 회야강에 낙동강 물 공급 검토…양산시 타당성 조사 착수
  9. 9밤부터 비 그치고 월요일 오전 맑아져…평년 기온 보일 듯
  10. 10[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1. 1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2. 2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3. 3‘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4. 4“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5. 5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6. 6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7. 7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8. 8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9. 9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10. 10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호감과 비호감 사이
클릭으로 여는 독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대통령의 SNS 신중함과 절제로 국정 신뢰 지켜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