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파라다이스 `삼성 시티` /박무성

일상을 지배한 그들의 권력은 지금 `공익`과 `그다움`의 갈림길에 서 있다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요즘 아침 잠을 깨우는 것은 휴대전화(삼성 애니콜) 모닝콜이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냉수 한 잔 마신 뒤 간밤의 뉴스를 보려고 TV(삼성 파브)를 켠다. 식빵 한 조각과 과일로 떼우는 아침식사 준비는 내 몫이다. 냉장고(이건 LG다)에 든 딱딱한 식빵을 꺼내 전자렌지(삼성)에 30초 정도 데우는 게 토스터에 굽는 것보다 부드럽고 먹기에도 좋다. 출근길에는 SM5(르노삼성)를 몬다. 회사에 오면 책상 위에는 컴퓨터가 부팅을 기다리고 있다. 이 역시 삼성이다. 매달 통장에서 보험료 수십만 원을 꺼내 가는 건 삼성생명이다. 삼성 마니아 아니냐고? 결코 아니다. 가족 친지 중에 삼성맨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몇 해 전 경험이다. 운전 중에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삼성자동차라고 했다. "자동차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으니 가까운 애니카 센터에 가서 무상 수리를 받아라"는 거다. 친절한 목소리였지만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브레이크등 나간 거 나도 몰랐는데…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며칠 전 삼성자동차 사람들 만날 일이 있어 캐물었다. 삼성이 전사적으로 벌인 캠페인이었단다. 직원들이 이상 있는 삼성차의 번호를 알려주면 본사에서 차주를 확인해 전해주는 식이라고 했다.

삼성은 이처럼 우리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지배한다. 그 엄청난 권력을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지난 5월 삼성그룹은 2020년까지 태양전지,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에 23조3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중소기업 상생협력 7대 실천 방안의 하나로 1조 원 규모의 협력업체 지원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삼성이 하는 일은 여느 지방자치단체의 수준을 넘는다. 국가 시책에 버금가는 규모다. 하지만 미덥지 않은 것은 생소해서가 아니라 '대기업 삼성'이 벌이는 일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2026년 삼성은 한반도 남단에 항구도시 '삼성 시티'를 건설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소설집 '파라다이스'(2권 중 '상표전쟁')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국에 있는 삼성 시티라는 항구 도시는 잠수함들로 이뤄진 최초의 사설 함대를 갖추고 있어, 때때로 경쟁사인 미국의 델, 게이트웨이, 선, 한창 세를 확장해가는 중국의 레노버 등에 소속된 금속 보급함들과 분쟁이 빚어지곤 했다." '상표전쟁'은 국가보다 막강한 힘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을 넘어 실제 '전쟁'을 일으킨다는 줄거리다. 소설에서는 2018년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원료 확보를 위해 직접 전쟁을 벌인다. 두 기업은 용병을 쓴다. 이들의 군복과 깃발에는 코카콜라와 펩시의 상표가 그려져 있고, 군가로 CM송을 부른다. 디즈니그룹은 부동산 성공신화를 발판으로 '디즈니 시티'라는 수도 건설에 나선다. 다른 기업들도 자극을 받아 독자적인 수도 건설 경쟁을 벌인다. 베르베르는 그냥 '있을 법한 미래'라고 썼다.

삼성그룹은 65개 기업에 임직원 수 20만 명, 연매출 220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조직이다. 웬만한 국가를 능가한다. 아울러 그들은 삼성의 가치와 문화를 생산, 유포한다. 그런 점에서 '삼성 시티'는 이미 존재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민주공화국이라기보다 독재왕국으로 비친다는 점이다. 연초 이건희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10년이 얼마나 긴 세월인가. 10년 전 삼성은 지금의 5분의 1 크기 구멍가게 같았다. 까딱 잘못하면 (10년 후에) 삼성도 그렇게 (구멍가게처럼) 된다." 물론 임직원을 독려하는 말이었다. '까딱 잘못하면'이라는 전제에는 미래 예측과 기술 개발의 실패, 세계 제일이라는 교만과 방심 등 많은 함의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꼭 한 가지 보태고 싶은 것이 있다. 다름 아닌 공익성이다. 지금 삼성은 분기점에 서 있는 듯하다. 이윤 추구를 강화해 더욱 더 '삼성다운' 기업으로 가느냐, 아니면 공익성을 확대해 '국민 기업'에 다가서느냐 하는 것이다. 까딱 잘못해서 공익성을 등한시한다면 삼성은 정녕 '공공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8개월 째 기약없는 신공항 결론…부산시는 플랜B 준비
  2. 2윤산터널 앞 대기업 매장 도로 점령…교통지옥 부채질
  3. 3류현진, 말린스 상대 2승 도전
  4. 4기장 해수담수 ‘공업용수 활용’도 사실상 무산
  5. 5태풍 큰 피해 없었다…국지성 호우 이번 주 소강
  6. 6여야 부산시당, 시장 보선 여론전·정책대결 조기 점화
  7. 7부산 남구 전 구민에 무료 독감접종
  8. 8컨테이너 충돌 옛 삼랑진교 “이상 징후 아직 없어”
  9. 9코로나 덮친 상반기 가요계…음반시장 웃고 음원시장 울고
  10. 10오늘의 운세- 2020년 8월 11일(음력 6월 22일)
  1. 1문 대통령 “4대강 보 홍수 조절 여부 분석할 기회”
  2. 2靑수석 일부교체…정무 최재성, 민정 김종호, 시민사회 김제남
  3. 3여야 부산시당, 시장 보선 여론전·정책대결 조기 점화
  4. 4주요 당직자 공모·수해 현장 방문…PK 시도당위원장들 민심잡기 행보
  5. 5[건강365]노출의 복병 하지정맥류, 초기 대처 중요!
  6. 6김해영 ‘시장 보선’ 다크호스 될까
  7. 78개월 째 기약없는 신공항 결론…부산시는 플랜B 준비
  8. 8청와대 정무수석 최재성, 민정 김종호, 시민사회 김제남 내정
  9. 9물난리 원인 놓고 여야 공방…문 대통령 “4대강 보 기능 검증하자”
  10. 10[핫이슈클릭] 화제의 영상
  1. 1북항 홍보관 12일 개관…부산항 미래모습 한눈에
  2. 2고등어 휴어기 뒤 풍년…한 달 위판량 77% 껑충
  3. 3해양수산 국제사업 전담기관 지정 추진
  4. 4포획 금지 암컷 붉은대게 미끼로 사용한 어선 적발
  5. 5농어촌 방치된 빈집 철거 보상비 현실화
  6. 6주택연금 4년째 1만 명대 가입…모바일로도 신청 가능
  7. 7집값, 올라도 내려도 연금액 변하지 않아요
  8. 8금융·증시 동향
  9. 9주가지수- 2020년 8월 10일
  10. 10기초생활보장제 사각지대 없앤다…부양의무자 기준 순차적 폐지키로
  1. 1부산 코로나19 신규 확진 1명…서울·대전 방문해
  2. 2 제5호 태풍 ‘장미’ 상륙…전국에 많은 비·최대 300㎜ 비 예보
  3. 3방역당국 “남대문 케네디상가 방문자 유증상시 검사”…재난문자 발송
  4. 4세력 약해진 태풍 ‘장미’ 부산 큰 피해 없어
  5. 5부산 기장서 차량용 승강기 탄 20대 추락 … 숨진 채 발견
  6. 6태풍 ‘장미’ 울산 부근서 소멸…이제 강한 비 쏟아진다
  7. 7태풍 장미 북상에 낙동강 일대 비상
  8. 8“제주 육상 전역 오전 8시부터 태풍주의보”
  9. 9경찰, 초량 지하차도 통제 안한 동구청 압수수색
  10. 10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28명…지역발생 17명·해외유입 11명
  1. 1류현진, 말린스 상대 2승 도전
  2. 2재미교포 대니엘 강, LPGA 2주 연속 우승
  3. 3공수 조직력 붕괴…부산 다시 하위권 추락하나
  4. 42년 차 모리카와 PGA챔피언십 트로피…김시우 13위
  5. 5우천 취소 경기만 10번…진격의 거인 “비가 야속해”
  6. 6‘고수를 찾아서2’ 부산시 검도팀 코치, 감독대행, 선수까지 대한검도회 서준배 고수
  7. 7‘메시 원더골’ 바르샤, 나폴리 꺾고 챔스 8강
  8. 8월요예선 거친 2부 투어 김성현, KPGA선수권 제패
  9. 9국내파 동생들, 해외파(LPGA·JLPGA 선수) 언니들에 2년 연속 ‘매운맛’
  10. 10사직 관중 5694명까지↑…10일 홈 8연전 예매 시작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세계유산은 희생 없이 절대 가질 수 없다
포구예찬
기고 [전체보기]
동천을 살릴 슬기로운 방법 /이용희
청바지에 관한 단상 /천윤욱
기자수첩 [전체보기]
해도 해도 너무 하는 베토벤 /권용휘
가덕신공항, 대통령이 결단할 때 /김해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삼각 교수대와 황금 요강
누가 바람과 함께 사라질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온고지신과 뉴트로
불교의식 음악과 춤 단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산형 뉴딜의 성공 조건 /이석주
담대한 도전 /정옥재
도청도설 [전체보기]
홍수와 소
긴 장마와 태풍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이주의 시대와 문학
손편지의 위로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음식 관광 상품의 쓸모
기내식과 고추장
사설 [전체보기]
시도지사들도 힘 보탠 공공병원 예타 면제 요구
중기 코로나 피해 지속…대출 추가 연장 적극 검토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 기본소득이 ‘가짜 기본소득’인 이유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기후위기 그리고 그린 뉴딜
6·25전쟁, 끝내야 한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명작이 된 습작
세계 최초의 추상화가
이홍 칼럼 [전체보기]
외국인 근로자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경제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공공기관 추가 이전, 희망고문 되나
불신의 벽 넘어야 할 행정수도 이전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베토벤 ‘월광소나타’
6월의 뱃노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여행
비처럼 와인처럼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신윤복의 ‘저잣길’
겸재의 신비한 그림 ‘사직송’
  • 2020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행복한 가족그림 공모전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