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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더 이상 4할 타자가 나오기 어려운 이유 /김충락

경기 초반에는 4할 칠 수 있지만 경기 수 늘어날수록 확률은 점점 떨어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8-30 21:10:4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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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에서 4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MBC 청룡(현 LG 트윈스의 전신)의 감독 겸 선수로 활약했던 백인천 한 명밖에 없다. 팀별 경기 수가 80경기였던 당시 백인천은 72경기에 출장해 250타수 103안타를 기록해 4할1푼2리의 대기록을 남겼다. 4할 이상의 타율은 70년 역사를 가진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으며, 150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1941년의 테드 윌리암스가 마지막 4할 타자(4할6리)였다. 왜 4할 타자는 더 이상 안 나오는 것일까? 과거에 비해서 최근 타자들의 기량이 떨어진 것일까? 아니면 과거의 투수들에 비해서 최근 투수들의 기량이 더 나아진 것일까? 이것도 아니라면 과거에 비해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져서 투수에게 더 유리해진 것일까? 백인천 선수와 똑같은 기량을 가진 선수가 있다면 올해 리그에서 4할 타율을 기록할 수 있을까? 백인천과 테드 윌리암스는 이종범과 이치로보다 훨씬 뛰어난 타격 천재인가?

이에 대한 이유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근거를 내놓았지만 필자의 시각은 다르다. 필자는 '소표본에 기인한 초기 과변동 현상(early stage over-variation due to small sample)'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제도나 경기가 상당한 시간이 걸려 제자리를 잡기 전인 초기 상황에서는 시행횟수가 작아 변동성이 크다는 것이다. 4할 타자는 확실히 평균에서 멀리 떨어진 이상치(outlier)다. 이러한 이상치는 어떤 제도나 운동경기에서 시행횟수가 작은 초기에 더 잘 나타난다. 이에 대한 논리적 근거로 다음과 같은 쉬운 예를 들 수 있다. 주사위를 6번 던진다고 하자. 이때 1의 눈이 6번 던질 때 1번꼴로 나타나므로 1의 눈이 3번 이상 나타나는 현상을 이상치라 가정하면, 이러한 이상치(주사위를 6번 던져 1의 눈이 3번 이상 나타나는)가 나타날 확률은 약 5%다. 이제 주사위를 60번 던진다고 하자. 같은 논리로 1의 눈이 30번 이상 나타나면 이상치라 할 경우 이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 즉, 주사위를 여러 번 던지다 보면 1의 눈이 나타날 확률이 거의 6분의1에 근접하지만 던지는 횟수가 작은 경우에는 1의 눈이 나타날 확률이 6분의1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표본의 수가 커지면 대부분의 관측치들이 평균 근처로 모여들어 소표본으로 인한 초기 과변동 현상이 점차 약해진다.

그렇다. 프로야구 원년에는 투수와 타자 모두 선수층이 얇았고 연간 경기 수도 80경기(올해의 경우 133경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인천 선수 같은 이상치가 관측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다시 말해서 타자와 투수 모두 선수층이 두껍고 연간 경기 수가 많아지면 4할 타자라는 이상치가 관측될 확률이 매우 낮아진다. 1982년 당시 백인천 선수와 같은 기량의 선수를 올해 리그에 투입하면 4할 타자가 될 확률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소표본에 기인한 초기 과변동 현상은 1년간의 리그에서도 관측할 수 있다. 즉, 133경기를 치르는 1년 리그에서 30경기 전후를 소화한 5월 초에는 4할 타자들이 몇 명 있으나 경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줄어들어서 6월을 지나면서 3할대로 낮아지고 리그가 끝날 무렵이면 3할5푼 근처의 타율로 수위 타자가 된다.

4할 타자가 더 이상 나오기 어려운 현상은 0점대 방어율 투수가 1980년대 중반 선동열 이후 더 이상 나오지 않는 현상과 흡사하다. 프로야구 역사상 선동열과 최동원 두 선수 모두 국보급 투수지만 요즘 리그에서는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생살이도 이와 비슷한 해석을 해볼 수 있다. 젊었을 때는 정형화된 삶의 형태에서 벗어난 사고나 행동을 많이 하지만 연륜이 쌓일수록 그간의 인생살이 경험을 바탕으로 커다란 방황 없이 살아간다. 불혹을 거쳐 지천명이 되고 이순이 되어간다. 133경기를 치르면서 봄에는 1할부터 4할까지 다양하지만 여름이 끝날 무렵에는 대부분 2할5푼 근처로 회귀하는 것처럼…. 그러나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1할대로 시즌을 끝낸 타자는 내년 시즌을 기약할 수 있지만 인생은 단 한 번의 시즌으로 마감된다. 또 다른 시즌이 없는 인생 - 현재 당신의 삶은 몇 할인가? 부산대 통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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