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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전임 단체장 흔적 지우기` 논란 없으려면 /장재건

단체장 바뀔 때마다 사업 구조조정 악순환

옥석 가려야겠지만 객관적으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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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군수 시절 시행해 온 각종 사업에 대한 백지화 등으로 논란을 빚은 부산 기장군이 최근엔 군기(軍旗)까지 교체하며 다시 한 번 구설에 올랐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자신이 1995년 초대군수로 취임하기 직전 주민공모를 통해 만들어진 군기를 다시 주민 품에 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어쨌거나 수백만 원의 비용까지 들여가면서 굳이 군기까지 바꿀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기장군의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지방선거가 끝나고 단체장이 바뀐 지자체 곳곳에서 이 같은 '전임 흔적 지우기'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부산과 달리 시군마다 독자적인 성향이 강한 경남지역의 경우 더욱 그런 현상이 눈에 띈다. 전임자가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각종 대형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 7월 창원·마산·진해 3개 시가 합쳐 출범한 통합 창원시도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100억 원 이상 대형사업에 대한 전면 재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물론 통합 이전 마산과 진해시에서 추진하던 것도 포함돼 있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마산로봇랜드 사업과 진해해양관광단지 사업 등이다.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수장이 바뀐 김해시도 마찬가지다. 김맹곤 김해시장은 전임 시장이 추진한 분성산 모노레일카 사업과 동서터널 개설사업 등에 대해 재검토 입장을 보였다. 경전철 건설 등으로 막대한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부담이 많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업의 과감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유다.

비단 일선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더라도 국가의 정권이 바뀌면서 전임 대통령의 시책이 뒤집히는 경우도 적잖이 봐 왔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이 같은 사업 재검토를 오로지 '전임 흔적 지우기'라는 시각으로만 몰아세우는 것은 온당치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사례 하나하나가 과연 그런 점이 없는지 꼼꼼히 뜯어볼 필요는 있다.

우선 기장군의 '미역 영어(해외어학연수 프로그램)' 사업 재검토에 대해 군은 '현행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재검토이지 전면중단은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업그레이드를 위한 것'이든 아니든 정부에서도 모범사례로 채택한 사업이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은 '전임 흔적 지우기'라는 오해를 살 만하다.

창원시가 마산로봇랜드와 진해해양관광단지 사업을 재검토 대상에 올린 것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통합시 출범으로 기존 3개 시의 부채가 2000억 원이 넘는 상황에서 효과가 불투명한 대형사업을 그대로 안고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의문은 남는다. 이들 사업은 기존 마산과 진해지역에서 전임 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던 것이다. 특히 전임 황철곤 마산시장은 박완수 창원시장과 통합시장을 놓고 격전을 벌인 바 있다. 박완수 시장이 당선 이후 그간 개발에서 소외돼 온 마산과 진해지역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했지만 대형사업 재검토 당위성과는 별개로 오해를 살 만한 요인이다. 게다가 박 시장은 빚더미에 오른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대형사업을 재검토한다면서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통합시 상징물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행정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내세워 문제점이 있는 줄 알면서도 기존 사업을 추진하면 새 군수는 할 일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마 다른 신임 단체장도 똑같은 말을 하고 싶을 것이고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신임 단체장에 의해 수술대에 오른 사업 또한 전임 단체장이 같은 논리로 추진해 왔을 것이다. 일선 지자체의 사업 중에는 전시성 사업이 많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해도 전임자 사업 재검토에 대해 논란이 빚어질 정도여서는 곤란하다. 신임 단체장들은 전임자의 사업에 대해 옥석(玉石)을 가리되 주관적이어서는 안 된다. 또 무엇보다 자신의 재임 기간 옥(玉)이라고 추진한 사업이 후임자에게 돌(石)로 평가받지 않도록 제대로 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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