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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무정한 노벨상 - 정말 창조적인 한국인은 없는가 /박성조

안정적 재정지원과 기초연구 분야의 과학자 존중하는 사회적 토대 아쉬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17 20:16:5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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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인력전쟁(War for Global Talent)은 한국의 리더들에게 생소한 표현인 모양이다. 온 세상은 이미 20년 전부터 육안으로 볼 수 없고, 피부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전쟁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고급인력 풀을 만들 생각도 없고 한국의 고급인력이 외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지도 못하고 구태의연한 산업경제의 기치 아래 '대량생산'과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급급하고 있다. 아직 우리사회에는 '지식경제'가 도래하지 않은 모양이다. '지식경제부'는 존재하지만…. 그래도 부산시는 한국에서 유일한 '지식네트워크'를 구축한 곳이다.

최근 도쿄의 일본대학에서 개최된 '동아시아경제발전과 교육네트워크'라는 국제회의에 참가해 '지식경제에서 고급인력육성 및 확보'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강의의 초점은 국가 간의 경쟁은 상품·서비스, 금융자본, 기술을 넘어 고급인력 육성과 확보를 위한 선진국들 간의 경쟁이라는 점이었다. 세계경제포럼 (WEF)의 예측에 의하면 2020년이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고급인력이 부족할 것이며, 한국은 고급인력 수요를 300만 명으로 보면 최고 45만 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추정됐다. 미국계 고급인력 컨설팅 전문업체인 하이드릭 스트러글스의 GTX (세계고급인력지수)에 의하면 한국은 13위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이것은 한국에서 고급인력 육성·확보와 교육의 질이 저조함을 말한다. GTX는 미국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스웨덴 중국 순위가 될 것으로 본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자칭타칭 천재들이 우글구글한 한국인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가 없으니 답답하다. 모 신문이 한국의 유명대 교수에게 왜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지에 대해 물었더니 대답이 흥미롭다. "일본 사람들은 장인정신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년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휩쓰는데 우리에게는 장인정신이 없다는 말인가. 또 장인정신이 강한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폴란드 헝가리인들이 왜 노벨상을 못 받는지 설명이 안 된다. 그리고 이상한 현상은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학들이 노벨 수상자들을 초빙해 '전시회' 비슷한 이벤트까지 하고 있는 사실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현상이다.

물론 노벨상이 한나라 지식발전의 유일한 척도는 아니다. 그러나 획기적인 지식의 전환점이 노벨수상자들을 통해 이뤄진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럼 한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기초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초연구는 - 모든 학문분야에 있어서 - 첨단연구자들이 모여 오랜 기간 재정적, 행정적 부담없이 자유롭게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창조적 사고의 공동체문화'가 절실하다. 토마스 쿤은 서양의 패러다임 변혁을 이룬 발명은 이러한 분위기에서 가능했다고 입증했다. 이러한 장기적 연구는 기회비용적인 투자가 전제조건이다. EU는 리스본조약을 통해 EU 전 지역을 '지식경제'지역으로 선포했다. 2차대전 전에 자연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을 휩쓸던 독일은 뒤늦게 2005년부터 연방 및 주정부 공동 장기투자를 통해 우수대학(인문사회 및 이공계 총망라)을 선정해 - 이것을 Exzellenzwettbewerb(수월성 경쟁)라고 한다 - 기초연구촉진에 대폭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기초연구의 환경과 조건을 만들 수 있는 주체는 정부 또는 재정이 튼튼한 재단이다. 다음으로는 연구실과 실험실에서 꾸준히 연구하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환대해주는 사회문화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연구문화의 특성은 연구자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다. 미국의 뇌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시오는 사회적 보상은 '금전적 특혜'가 아니라 '오늘의 고생'을 '더욱 찬란한 미래'로 보상받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노벨상 수상을 위해 한국은 기초연구에 몰두하는 연구자에 대해 사회적 예우를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장기적인 재정적 지원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또 수월성(秀越性)이 있는 학자들에게 행정사무를 맡기면서 대학개혁을 추진하라고 하는 것은 삼가해야 할 것이다. 지식은 결과가 아니라 축적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베를린자유대 종신 정교수·동아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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