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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화국과 지도자 /이재호

신분 특권 없는 공화정 체제에서 덕성·통찰력은 지도자의 제1덕목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25 20:57:11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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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공화국의 지도자는 자질도 중요하지만 공화국을 대표하는 존재이므로 그 품성이 공화국이 지향하는 가치와 일치해야 할 것이다. 정치체제에 관한 가장 보편적인 분류법은 전제정, 귀족정, 공화정 체제이다. 정치체제의 원리가 전제성은 공포, 귀족정은 명예, 공화정은 덕성과 애국심에 있다는 이론이 있고 이 원리는 비교적 타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제정의 원리가 공포에 있다는 것은 멀리 갈 것도 없이 북한 체제를 보면 알 수 있다. 북한은 인민공화국이 아니라 전제왕국으로 보아야 한다.

귀족정에서 명예는 우월한 사회집단에 속한다고 느끼는 집단의식을 표현한다. 서양의 기사도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예이다. 귀족정에서 군주는 귀족들의 수장이며 귀족의 명예심을 대표한다.

공화정은 현재는 보편화하여 있는 제도이지만 역사적으로는 특수한 시대에 나타난 특수한 제도이다. 공화정은 신분적 특권이 없는 평등한 시민들이 자신의 좋은 삶을 위해 만든 제도이므로 공화국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공동체 유지를 위한 무한책임을 진다. 공화국의 시민이 가져야 할 덕목은 시민적 덕성과 애국심, 절제이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함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그것이 공동체를 해치고 다른 시민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반인의 시민적 덕성이다. 공동체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구성원의 애국심은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덕목이다. 현재 애국심이라는 말이 시대착오적 용어가 되고 있는 것은 한국사회가 계층적으로 고착화하고 있는 것에 실망하는 사람들의 냉소적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

공화국의 지도자는 시민적 덕성이 뛰어나고 무엇이 공동선인가를 잘 파악하는 인물이어야 할 것이다. 사리사욕 없이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청렴함과 애국심, 소수자를 이해하는 관용의 정신을 가진 인물이 이상적 지도자일 것이다. 탁월한 능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삼국지에서 보듯이 '비상한 때에 비상한 인물이 나와 비상한 공을 이룬다'는 것이지 비상한 인물이 자주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지도자들이 너도 나도 비상한 일을 하려고 하면 국민이 피로해진다.

지도자의 자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찰력과 판단력이다. 행정적 경제적 경험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역사상의 지도자들이 보여주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잘못 파악하면 아무리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어도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 지도자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통찰력과, 기로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는 판단력이 필요하다. 한번 선택을 잘못하여 국가를 비극에 빠뜨린 대표적 예는 19세기 독일의 빌헬름 황제이다. 그는 러시아와 화친해야 한다는 비스마르크 수상의 간절한 유언을 무시하고 화친을 바라는 러시아를 적대관계로 만들어 결국 20세기 독일 비극적 역사의 단초를 열었다. 같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과 북한의 경우를 보면 지도자의 판단이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현재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여성지도자는 지도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요구하고 있다.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에서 "여성이 약자라는 것 자체가 그녀들에게 한층 유화와 조심성을 부여한다. 그것은 어떤 덕성보다 더 좋은 정치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영국 러시아 인도에서 전제정이든 제한정이든 여성들이 성공하고 있다"고 했다. 몽테스키외는 그가 살았던 17, 18세기의 유럽에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러시아의 에카트리나 여제 등이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가장 성공적인 통치를 한 것에 감명받았던 것이다.

시대가 인물을 만드느냐, 인물이 시대를 만드느냐는 해결되지 않는 철학적 난제이다. 토마스 칼라일은 "위인이 시대를 만든다"고 했고 헤겔은 "위인은 역사의 도구"라고 했다. 헤겔에 의하면 위인의 작업은 사실은 역사의 작업이며 그것이 위인의 작업으로 나타나는 것은 역사의 간계(奸計)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느 쪽이 옳든 지도자가 시대정신을 파악하고 그것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점은 일치한다. 한 국민이 어떤 지도자를 선택하느냐를 보면 그 국가의 미래를 예감할 수 있다. 덕성과 애국심, 시대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인물이 공화국의 바람직한 지도자일 것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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