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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허해진 개헌론, 현실적 해법 찾아야 /유창선

필요성 공감하나 현 정부 임기내에 추진은 무리, 개헌특위 등 모색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02 20:49:5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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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다시 개헌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개헌론의 진원지는 주로 한나라당 친이 진영이다. 안상수 대표는 G20 서울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개헌을 공론화해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권 실세인 이재오 특임장관도 개헌 논의의 틀과 계기는 특임장관이 만들 수 있는 것이며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이 특임장관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특임장관으로서 개헌 논의를 적극적으로 추동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1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한나라당 친이 의원들은 국가발전을 위해 더 이상 개헌을 늦추기 어렵다며 개헌특위 구성을 제안했고, 김황식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개헌특위 구성을 비롯해 헌법 문제를 공론화해주면 정부에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힘을 실어주었다. 한나라당은 G20 회의가 끝나는 대로 개헌 문제를 공론화할 태세이다.

그러나 상황은 간단하지 않아 보인다. 우선 민주당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현 정부 임기 내 개헌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이다. 손 대표는 개헌 논의를 하자는 사람들은 개헌 그 자체가 아니라 정치적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의도라며 한나라당의 개헌론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민주당에도 조기 개헌에 찬성하는 인사들이 있고, 현 정부 임기 내 개헌 반대 입장이 당론화된 것도 아니다. 심지어 민주당 일각에서 여권 인사들과 개헌 문제에 대한 물밑 교감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빚어진 바 있다. 그러나 당권을 잡고 있는 손 대표가 개헌론에 강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이에 호응하는 의견이 당내에 광범하게 자리하는 이상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개헌 논의 제안에 화답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여기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개헌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친박 의원들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개헌 문제에는 끼어들지 말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한나라당 친이 진영의 개헌론에 힘이 실리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다. 차기 대권 1순위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개헌론과 거리를 두는 것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개헌 논의는 일단 표면화되면 정치권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선판이 어떠한 지각변동을 겪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박 전 대표로서는 대선판이 흔들리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다수의 개헌론자들은 대통령제의 권력집중을 막을 분권형제를 선호하고 있다. 이는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에 대한 견제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개헌론이 야당의 반대 속에서 유야무야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 정부 임기 내에 개헌을 하는 것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판단된다. 개헌 문제는 여야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추진이 불가능한 성격을 갖고 있다. 아무리 여권에서 개헌 추진 의사를 갖고 있다 해도 야당이 반대하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어려운 사안이다. 더구나 여권 내부의 합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는 야당과의 협상조차 시도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물론 여야 간에 개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실제로 1987년 이래 손대지 않았던 현행 헌법의 개정 필요성에는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정국상황이 바뀌고 차기 대선이 가까워짐에 따라 정치세력마다의 입장 차이가 드러나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해도 이런 현실에서는 현 정부 임기 내에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무리인 것으로 보인다. 개헌은 이루어지지도 못하고 자칫 정치적 갈등만 조장하는 사안이 될 위험이 크다. 그렇다면 차라리 현 정부 임기 내 개헌은 포기하고 좀 더 시간을 갖고 개헌을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여야 합의로 모색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러면 도대체 언제 개헌을 하라는 말이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개헌이라는 국가적 중대사를 시간에 쫓기면서 추진하기에는 너무 많은 무리가 따른다.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개헌론이 공허한 정치적 주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현 정부가 아닌 차기 정부에서의 개헌 추진을 위한 개헌특위 구성 같은 보다 현실적인 해법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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