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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식이 한국문화 허브로 구체화하려면 /이지양

기능 중심 홍보에서 한식 고유의 개성과 역사·문화적 의미살린 새로운 접근법 찾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14 20:50:22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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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정상회의의 한식 만찬 뉴스는 물론 영부인이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위원장을 맡아 한식 홍보에 열성을 다하는 등 한식을 세계에 제대로 알리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2010~2012 한국 방문의 해'를 기념해 한국방문의해위원회와 한식재단 후원으로 음식기행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프라페사가 30분짜리 13부작 '스톱 앤 밥 코리아'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는 계획이 발표됐고, 김연아 선수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그래서 2011년 초에는 미국 공영방송 PBS를 통해 방송되며 책과 DVD 등 다양한 경로로 미국에 우리 음식과 문화를 알리겠다고 한다. 또 한식당을 2017년까지 4만 개 육성할 계획이라고 하니 한식업종에 새로운 차원의 비전을 제시하는 밑그림이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기대를 모으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한식의 맛과 멋, 건강성 중심의 기획'에 그치는 듯이 보인다. 그런 경우 생생한 맛의 전달과 식탁의 분위기를 전한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한식이 한국문화의 허브 역할을 제대로 하기는 힘들다. 그냥 수평적인 먹거리 경쟁에 그치는 구도가 되기 때문이다. 한식을 국가대표 브랜드화 운운할 때는 생활의 필요성과 과학성 못지않게 문화 풍속의 역사성을 살려서 접근해야만 '한식이 한국문화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 한식을 한국문화허브로 만들려고 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우리 스스로 우리 음식의 고유한 개성과 역사, 그 역사적 의미를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식 품목 하나하나에 문화적 의미망과 역사적 긍지, 고유한 개성을 제대로 실어주지 못하는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본다. 된장이나 청국장 같은 것은 중국이나 일본에도 유사종이 있지만 고추장은 우리나라에만 있다. 고추장은 예로부터 '사라진 입맛, 메스꺼운 비위를 깔끔하게 돌려놓는 청심원'이라고 일컬어졌던 우리 민족 고유의 음식이다. 그런데 이 고추장을 우수한 품질로 면세점에서 구입할 수 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 아닌가. 고추장의 역사와 좋은 점, 고추장을 활용한 간단한 요리법 등에 관한 간단명료한 설명서와 함께 한국요리의 필수 명품으로 들고 갈 고추장이 마땅하게 개발되어 있지 않다. 또 한국 전통과자로 17세기 문헌에서부터 중국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았다고 확인되는 '약과(藥果)'가 있건만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갈 때 꼭 기념으로 사 가지고 갈 대표브랜드로서 믿을만한 '약과전문점'이 없다. '매잡과'도 그렇다. 오직 유과가 한과의 대표처럼 통하지만 그것 역시 생산과 유통이 품격을 갖춰 표준화되어 있진 못하다. 일본 오카시나 중국 월병에 비하면 그 다양성과 고급성에서 전문화의 단계가 아직 낮음을 알 수 있다. 스스로가 그 음식의 장점과 역사성을 잘 모르기에 맛, 칼로리, 위생성 정도 외에는 별달리 그 음식의 의미와 가치를 말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음식 가운데 약반(藥飯)은 역사적으로 '고려반(高麗飯)'이라고 일컬어지며 중국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고려인삼'이나 '고려부채'에 못지않게 '고려반'이라고 타국인에 의해 국명이 붙여진 음식이다. 더구나 무논(水田) 농사를 시작한 쌀 문화의 종주국답게 찰진 밥에서 '고려반'이란 명칭을 얻었으니 우리의 고유한 음식임을 명칭 하나가 단번에 드러내주지 않는가. 동아시아 삼국 간의 사신 왕래를 통해 그 명칭이 생겨났다는 데 한층 더 깊은 의미가 있다. 약반은 문헌상의 기록으로 신라 소지왕 10년 무진년(488년)부터 유래가 확인된다. 특히 17세기부터의 연행록에서는 약반을 중국인이 우리 고유의 음식으로 여기고 있을 뿐 아니라 매우 맛있어 하고, 배우려 한다는 기록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17세기 허균과 이수광의 기록, 18세기 초 김창업의 '연행일기', 19세기 김경선의 '연원직지'에 이르기까지 그 음식의 역사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한국을 방문한 손님에게 대접할 때, 그리고 한국의 고유하고 유서 깊은 전통 음식을 선물 보따리로 안겨줄 때 '고려반' 만큼 의미 깊은 것도 드물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가 자랑스럽게 손님을 데려갈 믿을만한 고려반 집은 어디 있으며, 선물꾸러미로 들려 보낼 고려반이 있는가. 우리 스스로 우리 음식에 대해 어떤 생각과 느낌을 지니고 있는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세세히 돌아봐야 한식 세계화의 길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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