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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G20과 무지한 정부 /이명원

거리엔 경찰 깔리고 전태일 행사도 막아

국민의 시민적 자유, 억압한 것밖에…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15 20:40:5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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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이 끝났다. 서방의 부자나라들과 이들을 추격하는 신흥국들이 모여 세계경제의 운명을 결정하겠다는 '환상'은 좌절됐다. G20이라고 하지만 역시 세계질서는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싸움, 범위를 더 확대하면 일본과 유럽이 포함된 G7의 국가이익 수호를 위한 격전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늘의 신자유주의를 구조화한 워싱턴 컨센서스에 비견할 서울 컨센서스는 없었다. 돌아가면서 의장국을 맡게 되는 G20 정상회의를 한국이 수행했다고 해서, 힘없는 한국정부가 의사결정을 주도한다는 것은 애초에 환상이었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 환상을 마치 실재인 것처럼, 혹은 현실이 될 것처럼 홍보하는 데만 열중했다.

의사결정은 주도 못해도 조정능력 정도는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량도 있었지만 힘에 의해 움직이는 국제질서의 속성상 한국과 같은 신흥국의 입지는 애초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G20을 계기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그런 국격을 보여줄 수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G20 기간 내내 합의문에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자동차와 쇠고기 관련 FTA 문제를 은밀하고 신속하게 재협상 하고자 한 태도 자체가 국격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반대로 한국의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한국정부 자신이다. G20 기간 동안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은 G20의 볼모 취급을 받았다. 입국하는 외국관광객들에게 집회나 시위현장에 접근했다가는 강제추방당할 수 있다는 입국안내문을 통해 겁박하고, 외국의 시민운동가들을 입국금지시키는 등의 행위는 한국 민주주의의 폐쇄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사실상 이것은 국내에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들을 잠재적 피의자로 간주하는 반인권적인 행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게 국가 이미지 실추다.

G20 회의 기간 동안 서울 전역의 도심과 지하철의 풍경은 군사독재 시절로 되돌아갔다.지하철을 타러 계단을 내려가면 대여섯 명의 경찰이 게이트 앞에서 시민들의 얼굴을 꼼꼼하게 관찰했다. 그들은 한 손에 무전기와 검문일지인 듯한 서류철을 들고, 허리춤에는 아마도 시위진압용인 듯한 작은 몽둥이와 가스총 등을 차고 있었는데 그런 경찰들을 하루에도 여러 번 지나쳐야하는 시민들의 표정이 밝을 리 없다.

G20 기간에는 집회와 시위 역시 제한되었고 심지어는 문화행사도 취소되거나 제한되기도 했다. 이 기간은 동시에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며 분신했던 전태일 열사의 40주기이기도 했는데 그가 일하고 분신했던 청계천변에서의 문화행사들이 G20 회의를 이유로 거부당했다. G20이 열리는 강남의 코엑스몰과 청계천변은 거리상으로 멀 뿐만 아니라 행사의 성격도 매우 상반된 것이다. 국민은 가난하데 나라는 부자인 20여개국 지도자들의 회의를 위하여 가장 낮고 열악한 삶의 고통에 항의하며 죽어간 사람에 대한 추모행사가 금지된다는 게 G20의 본질이다.

지난 13일 한국출판문화회관에서는 '서울과 노동시'라는 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행사는 전태일의 40주기를 계기로 지난 100년간의 노동시의 성격과 의미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 행사는 원래 전태일이 노동하고 죽어간 청계천변에서 12일 금요일에 열릴 계획이었지만 서울시의 반대로 장소와 일정 모두가 변경돼 치러졌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제한당하는 것도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지만 순수한 학술문화행사조차 G20을 이유로 제약당할 수 있다는 게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다.

G20의 핵심의제는 자유시장 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할 국가간 환율안정 문제였다. 미국은 달러를 풀겠다고 했고 중국은 경상수자 흑자의 가이드라인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무엇을 할 수 있었는가. 이 기간 내내 한국정부는 미국이 요구한 FTA 재협상 요구를 방어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G20 기간 내내 한국정부가 한 것은 무엇일까. 과정과 결과만 보면 구호만 요란했지 자국민의 시민적 자유를 억압한 것밖에 없다.
G20이 끝난 다음 날 서울 시민들은 오랜만에 경찰들의 검문과 단속이 없는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런 일상의 평화가 유지되는 게 민주주의고 국격인데 이 정부는 이런 사실에 아무래도 무지해 보인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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