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또따또가를 부산 문화 아이콘으로 /남차우

텅빈 도심에 뿌리내리려는 문화라는 묘목, 잘 키워나가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며칠전 한 시민단체 모임 뒤풀이에 참석했다. 공식행사가 끝난 다음이라 참석자들끼리 가벼운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 끼인 것이다. 이날 나눈 대화 중 두 사람의 말이 지금도 많은 여운을 남긴다.

"시의 문화적 마인드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결국 오래 남는 것은 문화더라" "창조도시를 외치는데 원도심이 텅 비고 젊은이들이 빠져 나가는 곳에 과연 창조의 에너지가 있기는 한가". 앞의 말은 평소 안면이 있는 부산시 고위 간부의 말이다. 기자를 의식한 발언인지 속내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당시 어투로는 흔한 입발림은 아닌 듯 싶었다. '오래 남는 게 문화'라는 대목에선 의미 심장하게 다가왔다. 부산국제영화제(PIFF) 하면 으레 첫 행사를 치른 문정수 시장을 떠올리기 십상이라 3선 시장을 둔 시 상층부 분위기를 더듬을 수 있었다.

초면인 부산 출신 서울 지역 교수는 부산이 창조도시를 외치는데 바탕부터 되돌아봐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교수는 원도심을 이렇게 썰렁하게 방치하고는 자기가 보기엔 답이 없다는 거다. 경제학을 전공한 이 교수의 애정 어린 말이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누구나 다 아는 숙제지만 이날 더욱 짠하게 와닿았다.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하던 중 별개의 것으로 들리던 두 사람의 말에서 접점이 지금 자라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여간 다행이 아니다 싶었다. 바로 원도심예술창작공간인 '또따또가'였다. 지난 3월 동광동 '40계단' 주위 비어 있던 상가건물들을 시가 임대해 미술 문학 영화 등 300여 명의 젊은 예술인들에게 마련해 준 작업실이다. 사람 구경을 못하던 빈 건물들도 기지개를 켰다. 지금 입주 희망자들이 줄을 설만큼 문화계 반응도 뜨겁고 주민들도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작가들이 주말에 예술 난전을 펼쳐 부산 도심에서 예술촌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텅 빈 도심에 여리디 여린 문화란 묘목이 뿌리를 내리는 현장이다.

동보서적 문우당서점이 문을 닫는 등 지역 문화계로선 우울한 소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 지역 문화가 아직 어렵다. 하지만 고무적인 것도 많다. 15회를 성황리 마친 PIFF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오는 20일 막을 내리는 '2010부산비엔날레'도 시민들의 미술 갈증을 해소하며 5회째 만에 광주비엔날레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 국제미술제로 우뚝 섰다.

그뿐이 아니다. 지금 어디를 가도 시를 어렵잖게 대할 수 있을 만큼 부산이 '시의 도시'로 단장하고 있다. 도시철도 역사에서 시를 쉽게 볼 수 있고 시청사 외벽에도 '문화글밭'이란 큼지막한 시가 내걸릴 정도다. 얼마전 기자가 즐겨 찾는 장산 등산길에도 천상병의 '귀천'를 비롯, 10여 편의 시화가 나란히 내걸려 등산객을 반긴다.

행사 때만이 반짝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시민 생활 속에 스며드는 기운이 꿈틀거리는 게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담아 부산의 문화 아이콘을 또 하나 창조할 기회다. 또따또가는 딱 맞아떨어지는 시도다. 재원을 고려, 임대형식으로 접근한 발상을 잘 살려 젊은 창작인들이 스스로 찾는 예술촌으로 만들 일이다. 군수공장에서 문화 명소가 된 중국 베이징 '다산쯔(大山子)예술거리'를 언제까지 얘기거리로만 삼았선 곤란하다. 이곳도 8년전인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변신에 나서 3~4년 만에 베이징의 명물이 됐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일이다.

수백억 원을 들여 예술촌을 꾸미는 서울이나 인천과 처지가 다른 점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부산시는 PIFF를 단시일 내 키운 값진 경험이 살아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오늘의 PIFF를 낳았다. 시민들의 전폭적인 응원이 여기에 든든한 우군이 됐다.

올해 심은 또따또가란 나무도 이런 정신만 제대로 살린다면 그다지 버겁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시기다. 원도심에 젊은 예술인들이 활보하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예술거리로 키우는데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 또따또가가 부산의 문화 아이콘이 되고 말고는 결국 현 시장 임기와 함께 할 운명이다. 분명 문화는 시민들에게 오래 각인된다. 또 원도심 재창조를 일구는 일이기도 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5. 5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9. 9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1. 1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4. 4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5. 5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6. 6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7. 7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8. 8[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9. 9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10. 10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5. 5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8. 8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9. 9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10. 10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3. 3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6. 6취임하자마자…도시철 파업 막기 숙제
  7. 7특검팀, 마산합포구선관위 등 투표자수 허위 입력 6곳 추가 확인
  8. 8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9. 9부산 다문화 고교생 5년새 2배…정작 한국어학급 ‘0’
  10. 10부산청년 취업 등 여전히 팍팍하네 “맞춤형 정보 절실”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5. 5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6. 6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7. 7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8. 8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9. 9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10. 10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if, 손아섭
교육이라는 희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기초의회 의정비 증액,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특별감찰관 부활, 임명보다 실질적 감찰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