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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왕세자 교육 /신명호

최고 교육받았지만 부모의 情 못받은 사도세자의 비극이 남겨주는 교훈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17 21:09:05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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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왕세자는 8살 전후에 책봉되었다. 왕세자가 되면 부모와 떨어져 동궁으로 옮겨 살았다. 교육환경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동궁은 기숙 시설을 갖춘 학교였다. 실제로 동궁의 공간 구조는 세자의 생활공간, 교육 공간, 도서관 그리고 선생님들의 근무공간으로 나뉘어 있었다. 학교로 친다면 기숙사, 교실, 도서관, 교무실이라 할 수 있다.

동궁 안에 기숙 시설이 있으므로 왕세자는 동궁 안에서 먹고 자는 것을 해결했다. 기숙사 바로 옆에는 교실이 있었다. 그러므로 세자는 먹고 자고 또 학교에 가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아울러 교육에 필요한 도서관을 함께 만들어 필요한 책을 수시로 찾아볼 수 있게 했다. 또한 당대 최고의 인재들과 당대 최고의 권력자들을 세자의 선생님으로 삼아 동궁으로 출근하게 했다.

교육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동궁에 갖추어져 있었으므로 왕세자의 하루 일과는 공부를 중심으로 짜여졌다. 즉 문안(問安)과 시선(視膳) 그리고 공부로 이루어진 왕세자의 일과 중에서 핵심이 공부였던 것이다. 왕세자는 아침과 저녁 두 차례에 걸쳐 부모에게 문안을 올렸다. 아침에는 잘 주무셨는지 여쭙고, 저녁에는 편안히 잠자리에 드실 것을 문안하는 것이었다. 문안 인사와 함께 왕세자는 왕에게 올라가는 수라상의 음식들을 살펴보았다. 시선이 그것인데 음식을 살펴본다는 뜻이었다.

아침 문안과 시선이 끝난 뒤에 왕세자는 아침 식사를 했다. 그 후에는 조강(朝講)이라 불리는 오전 공부를 했다. 이어 점심 식사를 하고 뒤이어 낮 공부인 주강(晝講)을 했으며 계속해서 오후 공부인 석강(夕講)까지, 오전부터 오후까지 공부의 연속이었다. 저녁에는 다시 왕의 침전으로 가서 문안과 시선을 하고 돌아와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렇게 왕세자의 하루하루는 공부의 연속이었다.

그러면 이토록 철저한 교육을 받은 왕세자들은 모두가 훌륭한 왕으로 성장하였을까? 유감스럽게도 역사는 그렇지 않다고 증언한다. 영조는 탕평 정치를 통해 조선의 르네상스를 성취했다고 칭송되는 왕이었다. 52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왕으로 있으면서 이룩한 업적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렇게 훌륭한 영조이건만 늦은 나이에 본 외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이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야 했다.

사도세자는 영조가 42세의 늦은 나이에 얻은 귀하디 귀한 아들이었다. 사도세자의 생모는 영빈 이씨로, 궁궐 안에서 잡일을 하던 무수리 출신이었다. 비록 후궁 소생이지만 늦은 나이에 사도세자를 본 영조는 크나큰 기대를 걸었다. 영조는 사도세자를 조기에 교육시키고자 했다. 영조는 생후 100일 밖에 되지 않은 사도세자를 생모의 품에서 떼어내 저승전(儲承殿)이라고 하는 동궁으로 옮겼다. 사도세자를 본격적으로 교육시키기 위한 특별 배려였다.

그런데 저승전은 영조가 머무는 창덕궁의 침전에서 꽤 먼 거리였다. 게다가 사도세자의 시중을 드는 궁녀들은 영빈 이씨가 무수리 출신이라 시샘하고 무시했다. 이런저런 눈치로 영조와 영빈 이씨는 저승전을 자주 찾지 못했다. 젖먹이 때부터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한 사도세자는 부모에게 정을 붙이지 못했다. 어쩌다 만나는 아버지 영조는 무섭기만 했다. 사도세자는 영조를 만날 때마다 쭈뼛쭈뼛하며 피하려고만 했다. 아들의 이런 모습은 영조를 실망시키고 분노하게 만들었다. 영조는 아들의 태도가 못마땅할 때마다 호되게 꾸중을 하곤 했다. 그럴수록 사도세자는 더더욱 주눅이 들었다. 사도세자가 성장해 가면서 부자관계는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결국 사도세자가 28살 되던 해에 영조는 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게 만들었다.

겉으로만 보면 사도세자는 30년 가까운 세월을 최고의 교육환경에서 최고의 선생님들에게 교육받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부자간의 골육상잔이었다. 이는 좋은 교육환경과 좋은 선생님들이 자녀교육의 모든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자녀들의 몸과 마음을 무럭무럭 자라나게 하려면 좋은 교육환경과 좋은 선생님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부모의 한없는 애정과 신뢰라는 사실을 조선시대 왕세자 교육은 증언하고 있다.

부경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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