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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니면 말고'가 횡행하는 사회 /이영식

주장할 땐 치열하나 검증은 흐지부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묻는 이도 없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28 21:07:0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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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부산~대구 간 KTX 2단계 공정의 완료로 20여분 단축된 2시간18분에 서울까지 갈 수 있게 됐다. 울산 경주 시민들의 대전 서울 나들이가 훨씬 편해진 반면 구포와 밀양을 경유하는 종전의 노선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거나 오히려 더 불편해졌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전국KTX시대를 여는 새로운 출발점의 하나가 되었다는 의미도 크고, 2단계 개통 후 1주일 동안 이용객의 9%가 증가하고, 연간 4000억 원의 편의효과도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결국 이 사업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면 이러한 시기는 앞당겨졌을 것이고 공기 연장으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 또한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공감을 얻어 가고 있는 듯하다.

반면에 2단계 개통 소식과 이러한 의견들을 접하면서 과연 천성산의 도룡뇽들은 괜찮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근년에 터널공사 결과 환경단체가 우려했던 늪지의 누수나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없었다는 조사도 있었지만 이러한 평가의 엄밀성이 과연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전개되었던 논쟁의 열기와 검토의 노력에 비해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진행된 것이었을까 하는 궁금증 또한 적지 않다. 2003년 10월 공사착공금지 가처분 신청, 2006년 대법원의 최종판결, 2007년 터널 관통, 2010년 2단계 개통까지에 비하면 너무나 졸속한 검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결과가 충분히 객관적인 것이라면 '터널 불가'를 주장했던 지율스님을 비롯한 환경단체는 과거의 주장에 문제가 있었음을 분명히 시인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책임지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결과에 대해 책임지려는 태도의 부재도 문제지만 결과 검증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은 더욱 큰 문제이다. 물론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이단도 필요하다. 무비판적으로 지도자만 따라가다 몰살당하는 병정개미들이 되지 않으려면 객관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대열에서 이탈하려는 이단자는 필요하다. 이단자의 발언을 차분히 검토해 보는 사회에 비전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 낙동강에서는 천성산의 제2라운드 같은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4대 강 사업 추진 찬성파는 천성산 사례를 들어 환경론자와 야당의 주장을 물리치려 하고, 지율스님과 환경단체들은 여전히 낙동강 사업 현장 곳곳을 답사하고 있다. 그러나 천성산에서도 그랬듯이 우리 같은 문외한의 민초들은 찬반 사이에서 아직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올바른 정보를 선택하여 자기 의견을 가지기에는 너무나 정반대의 분석과 주장이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토목공학이나 환경공학의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수질의 개선과 수량의 보장에 대해서조차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객관적 수치로 결론을 얻어야 할 공학도들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 문외한들의 혼란을 부채질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자신이 주장했던 결과에 대해 철저히 책임져야 하는 사회가 되어도 그들은 지금처럼 정반대의 주장으로 활개 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절실하다.

대학교수들의 연구비 횡령에 관한 뉴스가 심심치 않지만 연구비를 어떻게 사용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연구비에 상응할 만한 연구결과가 제출되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결과로 검증하는 수준에 도달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연구비의 정산에만 주목하고 있는 셈이다. 연구비에 상응하는 연구결과가 도출되었다면 그 연구비가 어떻게 쓰였던가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연구결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교수들은 연구비 정산에 매달려야 하고 연구보다는 회의비의 소모에 시간을 빼앗겨야 하는 웃지 못 할 상황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광화문 현판이 갈라졌다고 야단들이지만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책임을 묻자는 사람도 없다. 근거 없는 폭로로 세간의 주목과 인기를 얻으려는 의원은 많지만 그것을 검증하고 표로써 심판하겠다는 우리의 의식은 희박하다. 이것이야말로 결과검증이 필수로 되는 사회실현을 어렵게 하는 우리들의 잘못이다. 그래서 기성세대에게는 '아니면 말고'가 횡행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우선 던져보기'가 유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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