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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우리는 바다에 소통과 희망을 묻었다 /김영도

신공항 등 현안에 소원해진 부산·경남

거가대로 개통으로 상생발전 기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29 21:42:52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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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공학분야 중 가장 남성적인 분야라면 단연 토목분야를 꼽을 수 있다. 토목공사를 통해 산이 평지로 바뀌고 바다가 메워져 육지가 되고 강이나 바다를 다리로 이어 길을 만드는 모습을 우리 생활 속에서 늘 봐왔다.

부산광역시 가덕도와 경상남도 거제도 간 바다를 가로질러 잇는 총연장 9.2km의 거가대로가 공사기간 6년 만에 올 12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이 도로는 2개의 교량(4.5㎞)과 1개의 해저터널(3.7㎞)로 구성된 거가대교(8.2㎞)와 육상터널(1㎞)로 구성되어 있다. 연결도로 중 대죽도-가덕도 간 가덕해저터널에 적용된 침매터널공법은 토목건설 관계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해상을 잇는 구간에는 바다와 잘 어울리는 사장교 공법이 적용되었고 이 공법은 이미 국내 인천대교 등 많은 곳에 적용되어 익숙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바다 밑에 건설된 침매터널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채택된 방법이어서 우려와 기대가 교차되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터널을 건설할 때 사용되는 방법으로는 발파로 터널을 뚫는 NATM공법과 대형굴착기로 뚫는 TBM공법이 있는데 침매터널은 이와는 달리 이미 만들어진 터널구조체를 바다나 하천 바닥에 가라앉혀 서로 이음으로써 터널을 만드는 공법이다.

침매 터널의 건설 과정을 간단히 정리하면, 육상의 작업장(Dry dock)에서 터널구조체(침매함)를 만들고, 부력을 이용하여 구조체를 해저 터널이 설치될 장소로 이동시켜 기초부분(트렌치)에 가라앉히고, 여러 개의 침매함을 연결해 터널을 만드는 공법이다. 이 공법은 육상에서의 작업과는 달리 물속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1910년 미국 디트로이트 하천 바닥에 설치한 미시간-온타리오 간 철도터널 건설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수많은 해저터널이 건설돼 왔음에도 이번 침매터널공법이 국내외적으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국내 최초라는 의미와 함께 설계의 특수성 및 시공상의 어려움 때문이다.

지금까지 침매터널은 수심 20m 안팎의 근해에 설치되었으나 가덕해저터널은 최대 수심이 48m로서 세계에서 가장 깊은 곳에 설치된 터널이다 보니 높은 파고의 심해파, 빠른 조류, 높은 수압 등은 이번 공사의 큰 난제였다. 침매터널은 해저 연약지반에 적합한 공법이기는 하지만 본 공사구간에서 연약지반층의 두께가 최대 30m에 이르고, 인접 지진대의 영향도 고려해야 하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들이 총동원되었다. 함체위치 정밀 조절장비(EPS)를 세계최초로 개발하여 사용함으로써 우리의 뛰어난 기술력을 대외에 과시했고, 높은 수압을 견딜 수 있도록 연결부분(조인트)을 고무재질로 만들어 함체 내부와 바깥의 수압 차에 의해 고무 부분이 자기체결력으로 접합되게 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조인트 부분은 심해의 높은 수압 등에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되었으며, 내구연한은 100년을 기준으로 설계되었다.

거가대로의 개통으로 부산-거제 간 이동소요시간이 기존 2시간 10분에서 50분으로 크게 단축되어 물류비용의 대폭적인 절감이 예상되고 부산-거제도 간 생활·문화권의 벨트화 등 다양한 사회적 이점이 기대된다. 또한 부산, 가덕도, 거제도, 통영, 남해, 여수 등을 잇는 남해안 관광벨트의 구축으로 연간 1조2000억 원에 이르는 경제효과와 더불어 이와 관련된 각종 신규사업으로 대규모 고용창출도 예측되고 있다.

모든 건축물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정신과 희망을 담고 있다. 부산-거제 간 연결도로 또한 토목기술로 새로운 소통의 길을 열었고 두 지역 간 협력과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시대정신을 반영했다는 데 의미를 두어도 괜찮을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남강댐 용수 부산 공급 등 부산·경남 지역민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민감한 지역현안으로 다소 소원해진 부산과 경남이 이 '터널' 개통을 계기로 소통과 화합으로 복원되고 상생 발전할 수 있게 되기를 진정으로 희망한다.

동의과학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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