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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동족의 이질성 /박성조

北, 연평도 포격…`같은민족` 환상 파괴

상이한 이념·체제 간극 줄이는 게 통일 한국 첫걸음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2-06 20:45:4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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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동료인 베를린자유대 한스 요아힘 멩겔 교수는 1990년 독일이 통일되자마자 동독 브란덴부르크주의 바트린이라는 시골마을로 이사했다. 그가 그 곳에 간 목적은 피상적으로 보면 대단히 단순했다. "동독인들을 잘 알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곳의 거의 완전히 파괴된 성을 단돈 1도이치마르크를 지불하고 구입하여 개수할 것을 약속했다. 10년에 걸친 개수 작업으로 성은 옛날 모습을 되찾았고 새로 단장된 성 내의 아름다운 각종 공간은 면의회 및 면민들의 토론장으로 제공됐다. 베를린자유대의 각종 세미나도 종종 그 곳에서 열려 학생과 주민 간의 토론장 역할을 하기도 했다.

멩겔 교수가 그곳에 간 더욱 구체적인 목적은 동독인들에게 민주주의를 설명하고, 또 같이 체험하면서 장기간 독재에 사회화된 동독인들의 정신과 행동을 민주주의화 하기 위함이었다. 통일 전 서독인들의 동독인에 관한 생각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우리와 꼭 같다. 그래서 통일과 통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브란트 수상도 '같은 곳(민족)에 속하는 것은 같이 자란다'고 했다. 즉 '동족의 동질성'에 아무런 의문이 없었다.

그러나 멩겔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동족의 가치관에서 이질성이 심각하다고 생각해 동독인들의 가치관 변혁에 앞장섰다. 동독의 정신과 의사 마아쯔 박사, 변호사 헨리히, 소설가 볼프 등도 같은 민족이라고 해도 오랜 기간의 이념, 교육, 감시, 압박 아래서 사회화된 동독인들이 '자유'라는 단순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표시하지 못하는 인간으로 변질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동독인들은 그간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습득했어야 했다. 권위주의적이고 국수주의적이며 비창조적인 사회환경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진정한 자아를 모르는 '허수아비 인간상'을 갖게 되었다. 이 때문에 동서독인 통합은 브란트 수상의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통일 후 20년이 지난 오늘날 동독인들은 그동안 서독인들로부터 차별당해온 동독에 대한 정체성을 다시 정의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화된 (서)독일인이 아니라 진정하고 수수한 (동)독일인이다." 아직도 동독인들의 가치관에서 이질성은 대단히 심각하다.

'같은 민족끼리'를 앞세우는 북한 독재세습정권은 '같은 민족'을 의도적으로 죽이고 있다. 이것은 이미 반세기 전에 시작됐다. 남한에서도 '같은 민족끼리'를 앞세워 한때 재미를 보던 사람들도 연평도 이후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차원에서 통일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조만간 출판될 졸저 '통일은 이렇게 하자' (매봉)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필자는 이미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 (2005)라는 책으로 당시 남한의 통일이념의 바탕인 '같은 민족끼리'를 뒤흔들어 놓았다. '동족의 동질성'에서 '통일의 필연성'을 찾는 것은 실현불가능하며 위험천만한 착상이라고 강조했다. 민족이란 김정일의 머리속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민족'이 '고귀한 진실'이라면 북한인들을 기사회생시키며 남한인들을 죽일 것인가! '민족'이란 것은 김정일에게는 만하임이 지적한대로 '픽션화된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도 그간 북한인들에 관하여 많이 알 수 있었다. 북한에서 활동하는 많은 NGO들은 그들이 매일 접촉하는 북한인의 인간상이 옛 동독인의 인간상과 다를바 없다고 보고한다. 서울대 이순형 교수팀의 탈북자에 관한 연구는 북한인들이 감성, 성격, 가치관 등에서 우리와 얼마나 다른 가를 분석해주었다. 북한에는 '자유'를 우리와 같이 향유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연평도 포격사태는 불행 중 다행으로 '같은 민족끼리'라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기회를 주었다. 소크라테스의 잠언으로 알려진 문구 '그노티 세아우톤'(너 자신을 알라)이 새삼스레 생각난다. 우리는 스스로 이성적 합의로 선택한 민주주의라는 절대적 가치관을 고수하면서 열심히 발전시켜온 시장경제를 버릴 수 없다. 이것이 한국인의 정체성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통일의 대가가 김정일 세습정권의 영구화이며 자유의 포기라고 한다면 '같은 민족끼리'라는 망령을 접어야 한다.

베를린자유대 종신 정교수·동아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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