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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신 나간 싸움 /이지양

연평도 포격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우리의 못난 자화상

이제라도 정신차려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2-12 20:54:3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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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싸움의 핵심에는 누군가의 탐욕과 이익이 있다. 그 탐욕은 반드시 특정한 집단이나 극소수의 이익과 깊은 상관성이 있다. 그러므로 싸움에 대처할 때는 득실을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그것이 사악한 기획의 결과로 획득한 이득인지, 어부지리로 얻은 이득인지, 누가 무슨 피해를 보는지, 누가 희생양이 되는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현재 상태로 보면 북쪽은 중국의 논평 그대로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한 것 같다. 북쪽 내부의 권력 승계 문제는 어떻게 되어 가는지 모르겠지만 밖으로는 외국의 역할을 불러들이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집안싸움을 키워서 외세가 개입하게 하는 일은 우리 역사에 단 한번이면 족하지 그걸 되풀이할 필요가 어디 있는가. 우리 역사의 수치와 아픔에 기억상실증이 걸린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한쪽은 중국의 팔짱을 끼고, 다른 한쪽은 미국과 어깨를 걸고, 무얼 하는 것인가. 이런 바보짓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서해안을 '세계의 화약고'라고 지칭하는 소리가 시리고 뼈아프게 들린다. 중국의 입을 통해 북쪽의 피해를 강조하면 남쪽이 측은하게 여기거나 통쾌해할 줄 아는가? 이래도 저래도 속이 쓰리다는 데 남쪽의 고민이 있다. 서해안의 바보짓이 수치스러워서 잠도 안 온다. 북쪽 당국자는 이 대목에서 진땀을 흘리며 반성해야 하리라. 이런 일을 벌임으로써 식량문제며 경제문제 모두 물 건너 간 것이 된다. 만에 하나, 아주 조금의 이득을 챙긴다 한들 도움 받은 비용으로 뭔가 더 보태어 외국에 지불해야 할 것이 뻔하다. 살기 힘들다면서 왜 국제관계의 제물이 되려 하는가. 지난 1월 북쪽에서도 '평화협정'에 진전된 자세를 보였었다. 그 아름다운 정신과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지금 남쪽의 피해는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겉으로 드러난 피해는 군인과 민간인의 무고한 희생과 연평도 파괴이다. 하지만 진정한 피해는 아직 그 정도를 짐작할 수가 없다. 그 이후에 벌어진 일을 보라. 서해 바다 속 물고기는 물론 서해안이 온갖 무기로 송두리째 파괴되고 있다. 그 공조 방어비용, 파괴비용, 복구비용, 대피비용, 공포비용이 모두 누구에게서 나오는가. 국민이 허리가 휘도록 세금을 내고 국채가 산더미처럼 불어나야 나올 수 있는 비용이 아닌가. 더구나 서해 바다 속의 근본적 파괴는 돈을 낸다고, 빚을 진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이런 대처가 과연 현명한 대처일까. 이런 물리적, 현상적 대처보다 더 시급한 것은 냉정하게 이해득실의 역학구도 분석을 해서 문제를 작아지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연평도 사건을 통해 오직 한 가지 얻은 소득이 있다면 자주국방이라든가 첨단 기술에 의한 21세기 식 국방이니 하는 말들이 빈말이었다는 것을 확인한 점이다. 그것도 군대 스스로 감출 수가 없어서 긴급한 순간에 저절로 노출된 상태를 본 것이다. 고장 난 무기며, 오포 발사 말이다. 그렇게 매년 국방비를 엄숙하게 쏟아 부은 결과가 그렇게 허무한 상태임이 확인된 순간 현장에 갔던 고위 당국자들이 보여준 언행과 중요 방송사 기자들이 보여준 언행은 더욱 기가 막힌다. 그 정도로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국민들마저 진지하지 않다. '감정'을 앞세워 '몇 백배 보복'만을 외치거나 막연히 '전쟁은 안 난다'고 천하태평으로 한눈파는 모습, 그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북쪽의 느닷없는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못나고 초라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자화상이 확인된 것이다. 그것이 소득이라면 가장 큰 소득이다. 그러니 이제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정신을 차려야 한다. 빈말로 자주국방을 외치며 실제로는 자해에 가깝게 대처할 것이 아니라 2007년에 다 함께 숭고하게 마음을 비우고 논의했던 '평화협정'으로 다가가야 한다.

1945년 이후 두 세대의 헌신과 희생의 피땀으로 이제 겨우 살만 하니까 그 힘으로 다시 주변국을 끌어들이며 이렇게 정신 나간 싸움을 하다니! 북쪽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남쪽이 천 백배 응징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남쪽은 그래서 고민이 깊은 것이다. 남북은 모두 성호 이익 선생의 한마디를 기억하자. "전쟁을 그만두어야 한다! 이기는 쪽도 망하고 지는 쪽도 망한다." 조용하게 지혜를 모아 '평화협정'을 이루어야 한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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