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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지구는 하나의 유기체 /이상원

생물과 무생물, 상호작용하며 유지…만약 균형이 깨지면 지구는 파멸의 길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2-20 20:57:2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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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년 전의 지질시대나 지금이나 지구는 무생물계와 생물계라는 두 주체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 계는 현재까지 조화적으로 균형을 잘 유지해 왔다. 즉 생물계와 물리화학적 무생물계가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시스템으로써 작용해 왔다는 것일 게다. 좀 더 세분해서 표현하자면 지구는 단단한 암석덩어리와 같은 고체지구인 암석권과 해양과 담수의 수권,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기권, 그리고 이 세 권역에 의지해 생명을 유지해온 생물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네 개의 권역은 서로 지극히 짧은 시간에서부터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긴 시간에 걸쳐 긴밀하게 작용하는 복잡한 유기체와 같다.

예를 들어 해안은 이들 권역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적절한 장소이다. 즉, 육지, 해양, 대기, 즉 암석권, 수권, 기권이 상호작용을 하는 곳이고 그 속에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생물체들이 생을 영위하고 있다. 여름에 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이 많은 비를 끌고 와 동아시아대륙에 상륙해 엄청난 폭우를 뿌리면 간혹 산사면의 쇄설물을 산 아래로 일시에 다량 이동시키는 산사태를 일으킨다. 이 사태로 생물권과 암석권에 큰 피해와 변화를 초래한다. 이 뿐만 아니라 강을 통해 많은 쇄설물이 바다로 유입되고 이 과정에 강 하류가 범람하거나 수륙분포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 수권의 생물체들의 서식에 영향을 주게 된다. 암석권인 고체지구의 표면은 육지 생물체의 모태라 할 수 있는 토양으로 덮여 있다. 이 토양들은 지표에 노축된 암석들이 물이나 바람에 의해 풍화되어 생성된 것이고, 인간을 비롯한 숱한 생물들은 이 토양을 어머니의 품같이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또 가용성 물질들은 물에 녹아 강이나 바다로 유입되어 그 권역의 일부가 되거나 생물체와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통해 지구가 '단순히 기체에 둘러싸인 암석덩이로 생명체를 지탱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진화하고 변화해 나가는 하나의 생명체이자 유기체'라며 '가이아 이론'을 주창하였다.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Gaia)는 곧 지구를 의미하며, 지구상의 모든 생물과 환경은 능동적인 상호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 상호작용 안에서 일정한 균형의 상태를 유지한다. 즉, 생물계와 무생물계가 서로 연결된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으로써 작용한다는 것이다. 지구과학은 암석권인 고체지구(지질과학), 수권의 해양(해양과학), 기권의 대기(대기과학), 그리고 천체(천문학 또는 우주과학)를 연구하는 학문이고, 특히 지구 환경과 유기적으로 또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의미에서 최근의 '지구시스템과학'이라는 명칭은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각각은 더 작은 서브시스템으로 나누어져 있고, 이들 시스템과 우리 인간들은 지구시스템이라는 매우 복잡하게 연계되어 있는 전체의 각 부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구의 생물체는 지구의 세 권역에 의지해 살고 있으나 이들 관계에 균형이 깨어지면 생명을 유지하거나 종족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마치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지구에서 64억㎞ 떨어져 있던 보이저 1호에서 전송된 영상에 나타난 지구의 모습은 0.12픽셀에 지나지 않는 작은 점에 불과했다. 칼 세이건은 저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을 통해 "우리가 사는 이곳은 암흑 속 외로운 얼룩일 뿐이다. …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우리의 오만함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 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라고 했다. 이제 우주의 작은 점에 불과한 지구가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 생명체는 지구를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 없으며, 지구 역시 우리 생명체가 없이는 그저 단순한 고체 덩어리 행성에 불과하다. 우리는 하나다. 지구가 우리고 우리가 곧 지구다.

부산대 과학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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