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국가대표가 뭐기에… /염창현

국적 바꿔서라도 존재감 인정받고픈 그들의 선택, 담백하게 받아들이자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어느 종목이든 운동선수에게 '국가대표'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슴에 국기를 달고 뜀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누릴 수 있다. 선수들이 숱한 고통의 순간을 이겨내며 묵묵히 땀을 흘리는 이유일 터다.

때때로 선수들은 자국의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면 국적을 옮겨서라도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이 부문에서는 중국의 탁구가 단연 선두다. 중국은 탁구 선수층이 워낙 탄탄해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선발전에서 탈락한 선수들은 눈물을 머금고 조국을 등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여자 탁구 대표로 뛰고 있는 당예서나 석하정 등이 이런 사례에 속한다. 유럽으로 간 중국 선수들도 많다. 이렇다 보니 올림픽 등 각종 탁구 세계대회에서 중국 출신 선수들이 서로 적이 되어 결승전을 벌이는 장면은 이제 신기한 일의 축에도 들지 못한다.

세계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는 한국 양궁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었다. 우리나라에서 선수생활을 하던 엄혜랑과 김하늘은 수년 전 각각 일본과 호주 국적을 취득한 뒤 국가대표가 됐다. 전후 사정은 조금씩 틀리다. 한국 대표팀 선발전에서 늘 아쉽게 고배를 마셨던 김하늘은 올림픽 출전을 위해 호주를 택했고, 엄혜랑은 양궁을 그만 둔 뒤 공부를 하러 현해탄을 건넜다가 일본 대표가 됐다. 그렇지만 엄혜랑도 한국에서 한 번이라도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 수 있었다면 굳이 일본으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내 프로축구에서 뛰고 있는 용병들 가운데도 귀화의사를 밝히는 일이 잦다. 단 '국가대표를 시켜준다면'이라는 단서조항이 붙는다.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자국에서 대표가 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그 이면에는 그렇게 해서라도 평생 꿈이라는 월드컵 무대를 밟아보자는 선수들의 간절한 소망이 깔려 있다. 몬테네그로 국적의 라돈치치(성남 일화)는 얼마 전 한국 국가대표 선발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한국인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최근 축구 팬들 사이에는 이충성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재일교포 4세인 이충성은 내년 1월 초 카타르에서 열릴 아시안컵 축구대회의 일본 국가대표로 뽑혔다. 일본 이름이 리 다다나리인 이충성은 우리나라에서 18세 이하 대표팀으로 뛴 적도 있다. 한국 국가대표를 원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자 일본으로 귀화했다.

이충성은 일본으로 국적을 바꾼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한국에서의 보이지 않는 차별'을 들었다. 조국이니 반갑게 맞아줄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선수들조차도 자신을 '반 쪽바리' 운운하며 수군거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충성은 재일교포 유도선수 추성훈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부산시청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추성훈은 이겼다고 생각했던 경기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패배하는 일이 속출하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일본으로 귀화해 대표가 됐던 추성훈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한국 선수를 물리치고 보란 듯이 금메달을 따냈다. 물론 추성훈과 이충성의 이런 속내를 국내 스포츠계가 다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텃세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두 선수가 압도적인 기량을 발휘했다면 충분히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실력 부족을 구차한 변명으로 돌린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당연히 존재한다.

호사가들은 국적을 바꾼 선수들에 대해 '배신자'라는 등 좋지 않은 말들을 한다. 심지어는 '매국노'라는 표현까지 쓴다. 엄혜랑과 김하늘은 한 때 자신의 기사에 달린 악플 때문에 우울증에 걸릴 만큼 심한 심적 고통을 겪었다 . 추성훈 역시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의 행보를 보는 눈은 관점에 따라 다양하기 마련이다. '애국심'에 호소하자면 배신자가 될 수밖에 없고, 순수하게 스포츠만을 분리해낸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사실은 있다. 스포츠에 너무 많은 감정과 이념이 개입되면 보는 이의 눈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에어부산이 쏘아 올린 ‘원점회귀 비행’…항공업계 희망으로
  2. 2허문회 주전야구 고집에…롯데, 올 가을도 구경꾼 신세
  3. 3전매 규제에…몸값 오르는 재건축
  4. 4구·군이 주민 위해 든 상해·사망 보험 있다는데…몰라서 못 받는다
  5. 5코로나 장기전에 취준생이 무너진다
  6. 6민원인 또 흉기 난동…복지공무원 끊이지 않는 수난
  7. 7서면 비스타동원, 분양권 전매 가능해 입소문…대심도·철도재배치 개발도 호재
  8. 8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3 <2> 10월의 트라우마- 당시 경남대 학생 정인권 씨
  9. 9양산시, 웅상출장소→동부출장소 바꾸고 조직도 축소
  10. 10연금 복권 720 제 25회
  1. 1부산시의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 결의안
  2. 2“포털 아웃링크 도입·지역뉴스 노출 의무화 필요”
  3. 3윤석열 “수사지휘권 발동 위법” 추미애 “총장은 장관 지휘받는 공무원”
  4. 4야당, 부산 경선룰 조정 논의 본격화…30일 시민 의견 듣는다
  5. 5여야도 윤석열 발언 놓고 대립…야는 ‘라임’ 특검안 발의
  6. 6자진사퇴 없다는 윤석열…추미애와 갈등에 고심 깊은 청와대
  7. 7서일준 “현대중공업, 훔친 기밀로 수주 따내”…기재부 국감서도 차기구축함 사업 논란
  8. 8PK여권 ‘김해신공항 백지화’ 굳히기 전방위 총력전
  9. 9“제2 웨이브파크 사태 막아야”…난타 당한 부산시 소극 행정
  10. 10양산도 시장 재선거 가능성에 들썩…야당 후보군 움직임
  1. 1서면 비스타동원, 분양권 전매 가능해 입소문…대심도·철도재배치 개발도 호재
  2. 2“선용품, 면세점 판매 유사…수출 인정을”
  3. 3금융·증시 동향
  4. 4작년 안전검사 안 받은 선박 1226척
  5. 5항만 크레인 이상징후 예측…안전사고 감소 추진
  6. 6순직 선원 합동 위령제 25일 태종대서 거행
  7. 7연금 복권 720 제 25회
  8. 8CJ대한통운 “택배 분류에 4000명 단계적 투입”
  9. 9인공어초 80% 기준 이하 제작
  10. 10주가지수- 2020년 10월 22일
  1. 1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3 <2> 10월의 트라우마- 당시 경남대 학생 정인권 씨
  2. 2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234> 섭식장애 박재성 씨
  3. 3시민 피투성이 만든 ‘유신 하수인’, 그들 엄벌해 국가폭력 恨 풀어야
  4. 4오늘의 날씨- 2020년 10월 23일
  5. 5양산시, 웅상출장소→동부출장소 바꾸고 조직도 축소
  6. 6경남도, 미세먼지 비상시 5등급 차 운행제한
  7. 7“노사 함께 코로나 대처 고용안정 매뉴얼 마련을”
  8. 8창원 팔용동 힐스테이트 아티움시티 입주민 “아파트 비싸게 분양”
  9. 9부산 온요양병원도 3명 코로나 확진
  10. 10금정 옛 롯데마트 앞 교통섬 걷어낸다…일대 정체 해소 기대
  1. 1허문회 주전야구 고집에…롯데, 올 가을도 구경꾼 신세
  2. 2디펜딩 챔피언 뮌헨, 첫 경기부터 화력쇼
  3. 3새 역사 때린 최지만, 한국인 타자 첫 WS 안타
  4. 4부산, 24일 1경기로 강등 걱정 털어낸다
  5. 5롯데, 빅리그 꿈꾸던 나승엽까지 잡았다
  6. 6한화 전설 김태균, 20년 현역 마감
  7. 7부상 턴 황희찬 45분 활약…라이프치히, 챔스 첫판 승리
  8. 8‘커쇼 호투’ WS 1차전, 다저스가 먼저 웃었다
  9. 9동의대 펜싱부, 전국선수권 금1·은2 수확
  10. 10롯데, 좌완 투수 김진욱과 3억7000만 원 계약
균형발전…초광역 지방정부가 이끈다
하나의 경제체제로
균형발전…초광역 지방정부가 이끈다
‘특별연합’이란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일몰제가 준 생명 같은 교훈
2020년 지금 우리에겐 취사선택권이 없다
기고 [전체보기]
창작 음악극 ‘금어기행’이 뜻깊은 이유 /정두환
일조권 분쟁 예방 위한 시뮬레이션 도입을 /박진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울산 주상복합 화재가 남긴 교훈 /방종근
사람(人)이 보이면 일단 멈춤 /김미희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신념이 성숙하는 계절, 가을 야구를 사색하며
닫힌 사회와 그 친구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북은 소, 얼후는 구렁이가죽?
융합 우리를 아름답게 하리라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공정한 인사를 기대한다 /유정환
‘지역균형 뉴딜’에 대한 우려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데카콘
호모 마스쿠스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이주의 시대와 문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꿀꿀이죽과 돼지국밥
맛있는 밥을 위한 쌀 선택 기준
사설 [전체보기]
독감 백신 사망 공포 확산, 신속한 원인 규명 급선무다
확진자 다시 세자릿수…집단시설 방역에 문제는 없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경제·복지의 지속가능성과 정치의 역할
정치권으로 확산되는 기본소득 포퓰리즘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남중국해 갈등과 우리의 대응
기후위기 그리고 그린 뉴딜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왕을 감동시킨 소박한 감사
인내와 고통으로 탄생한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젊은 세대에게 찬사를 보낸다
코로나 아이러니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올해도 말잔치로 끝나나
나훈아와 추석 민심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브람스를 좋아 하세요?
명반과 곡명에 대한 편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구분과 화합, 와인과 사회
와인으로 느끼는 자부심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
이인상의 소나무 그림
  • entech2020
  • 맘편한 부산
  • 제9회 국제신문 골프대회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