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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그래도(Anyway) /송문석

저자도 모르는 사이 타인에게 영감줬던 '역설의 진리' 품고 새해 다짐 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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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떠오르는 태양 앞에서 가슴 벅차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래서 모두들 밤을 새워 달려가 해운대 간절곶 천왕봉 정동진 등에서 해맞이를 했을 것입니다. 지나간 삼백예순다섯날을 살면서 깎이고 무뎌진 마음을 새해 일출의 상서로운 기운에 다시 벼려 올 한해를 창창하게 살고 싶어 그랬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렇게 누군가는 새해 첫날을 해맞이로 시작하고, 누구는 동시상영 영화를 보듯 국토를 횡단해 서해 해넘이와 동해 해맞이를 하며 송구영신 하는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복채를 들고 용하다는 도사를 찾아 운세를 점치며 남몰래 점괘를 되새겨봤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듯 소박하게 한 해를 시작하건만 밥맛 돌아오자 쌀 떨어지고 일본말 될 만 하니 해방되더라고, 호락호락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살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 새해가 되면 아마도 우리는 기도발이 더 세다는 해맞이명소와 족집게 저리 가라는 무릎팍도사라도 찾으려 할 겁니다.

오래전 작은 책 한 권이 손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새해 아침이면 되풀이 읽는 교과서가 됐습니다. '민들레 홀씨처럼 전 세계로 퍼져나간 역설의 진리'라는 부제가 달린 아주 작은 책입니다. 책은 '세상은 미쳤다'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합니다. 지구는 숨쉬기 힘들 만큼 오염됐고, 아직도 수만 개의 핵탄두가 존재하고, 전 세계 사람이 충분히 먹을 만큼 식량이 생산되지만 해마다 수십만 명이 굶어죽고, 우리의 미래가 아이들에게 달려있다고 하면서도 어른들은 겨우 몇 분간 아이들과 대화할 뿐 텔레비전 앞에 몇 시간 동안 방치한다고 지적합니다. 지은이는 이렇게 세상이 미쳤더라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열 개의 '역설의 진리'를 제시합니다.

"사람들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이성적이지도 않다. 게다가 자기중심적이다. 그래도 사람들을 사랑하라."

"당신이 착한 일을 하면 사람들은 다른 속셈이 있을 거라고 의심할 것이다. 그래도 착한 일을 하라."

"당신이 성공하게 되면 가짜 친구와 진짜 적들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성공하라."

"오늘 당신이 착한 일을 해도 내일이면 사람들은 잊어버릴 것이다. 그래도 착한 일을 하라."

"정직하고 솔직하면 공격당하기 쉽다. 그래도 정직하고 솔직하게 살아라."

"사리사욕에 눈 먼 소인배들이 큰 뜻을 품은 훌륭한 사람들을 해칠 수도 있다. 그래도 크게 생각하라."

"사람들은 약자에게 호의를 베푼다. 하지만 결국에는 힘 있는 사람 편에 선다. 그래도 소수의 약자를 위해 분투하라."

"몇 년 동안 공들여 쌓은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도 탑을 쌓아라."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면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덤빌 수도 있다. 그래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라."

"젖 먹던 힘까지 다해 헌신해도 칭찬을 듣기는커녕 경을 칠 수도 있다. 그래도 헌신하라."

책을 지은 켄트 케이스는 1997년 마더 테레사 수녀가 숨진 얼마 후 한 모임에서 동료가 테레사 수녀가 지은 것이라며 읽어준 시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시는 자신이 30년 전 하버드 대학교 2학년 때 고교생 리더들을 위해 쓴 소책자에 포함돼 있던 대목의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마더 테레사:소박한 인생 여정'이라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들추자 친구 말대로 '그래도(Anyway)'라는 제목 아래 '몇 년동안 공들여 쌓은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도 탑을 쌓아라'라는 시가 적혀있었습니다. 그리고 테레사 수녀는 시 아래에 '캘커타의 어린이집 벽에 새겨진 글'이라고 막연한 출처를 달아놓았습니다. 켄트 케이스는 이후 자기가 쓴 '역설의 진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민들레 홀씨처럼' 전세계로 퍼져 나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다는 것을 알고 책을 쓰게 됐다고 머리글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새해 아침, 여러분은 무엇을 위해 기도하고, 어떤 소원을 빌고 다짐하셨습니까. 열 가지 '역설의 진리'는 어떻습니까. 올 한해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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