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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0년 앞을 내다보고 /정지창

4대강 강행으로 재임 5년간 20년 일감만든 MB

토건업자들은 칭송하겠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1-03 20:57:2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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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하고 답답했던 유신시절 한 때 무협소설에 심취했던 젊은이가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 시절 이소룡 왕우 주연의 무협영화들도 황당하지만 묘한 해방감을 주었기 때문인지 극장가에서 인기가 대단했다. 요즘 또다시 중국 드라마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낸다. 케이블 방송으로 무협극 시리즈와 중국 사극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 '유성호접검'이라는 무협 시리즈의 한 장면에서 중국인들의 상상력과 스케일에 놀란 적이 있다. 극 중의 주요 인물인 방주(幇主)가 부하의 배신으로 위기에 처하자 지하 비밀통로로 탈출한다. 그런데 그 비밀통로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그의 심복이 자그마치 15년 동안이나 기다리고 있다가 그를 배에 태워 구출한다. 고사성어로도 잘 알려진 '와신상담'이라는 사극에서는 오나라에 복수하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월나라가 20년 앞을 내다보고 5~8세 어린아이들을 모아 훈련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하기야 홍콩을 반환받기 위해 120년을 꾹 참고 기다린 중국인들이니 20년쯤이야 별 게 아닐 것이다.

20년 후에는 중국이 미국을 앞질러 세계 제1의 초강대국이 되리라는 예측도 나온다. 다름 아닌 미국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내린 진단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알프레드 맥코이 교수는 미국이 경제에서 2026년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고 중국은 과학·군사기술에서 2020~30년께는 정상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국가정보원도 미래 예측 보고서인 '2025년 글로벌 트렌드'에서 지금 서에서 동으로 부와 경제 권력이 이동하고 있으며 이것이 '심지어 군사 분야까지를 포함한 미국의 상대적 영향력'을 '근대 이후의 역사에서 전례 없이' 감퇴시키는 기본적인 이유라고 설명한다.

20년 후에는 일본 전체 가구의 40%가 독신가구가 될 것이라는 뉴스도 새해 벽두에 눈길을 끈다. 급격한 노령화와 양극화로 가족이 해체되고, 혈연·지연에서도 고립된 고독한 개인이 사회 구성원의 반을 차지하게 된다면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일류 선진국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까? 이건 남의 얘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미래일 터인데, 20년 후의 미래는 '멋진 신세계'가 아닌 악몽 같은 디스토피아란 말인가.

그렇다면 20년 후의 대한민국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남북한이 다시 통일되어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분단체제의 족쇄에 갇혀 증오와 갈등을 되풀이하고 있을까? 통일 비용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분단 비용을 쓰면서도 통일 비용 때문에 통일은 어렵다는 논리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철없는 부부처럼 상대방이 먼저 굽히고 들어오지 않아 화해와 평화가 어렵다고 계속 자존심 싸움만 하고 있을까?

현재 추세라면 20년 후에도 수도권 인구집중은 계속돼 남한 인구의 3분의 2가 수도권에 몰려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개념이나 정책 자체가 아예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혹시 그 전에 통일이 된다면 수도권 집중은 거의 통제 불가능한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 20년 후에 현재 250만 명인 농촌 노인들이 죽고 나면 대부분의 농촌은 빈집만 가득한 폐허가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너무 비관적인 미래의 모습만을 상상한 것 같다. 현실이 아무리 암담하게 보일지라도 좀 밝고 희망찬 미래를 그려보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우선 내가 지금까지 반대해온 4대강 사업도 좀 긍정적인 관점에서 앞날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20년 후, 낙동강은 양쪽 강변이 시멘트로 포장된 자전거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 둘러싸인 직선 하천이 되어 관광유람선이 떠다니는 수로나 운하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아니면 독일처럼 엄청난 돈을 들여 수중보를 제거하고 시멘트 제방을 헐어내어 습지와 모래사장이 있는 자연하천으로 되돌리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은 단 5년의 재임 기간 중 토건업자들에게 향후 20년 동안의 일감을 만들어준 지도자로 영원히 칭송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20년 앞을 내다보는 긴 안목을 가지고 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초지일관 4대 강 사업을 밀어붙인 지도자를 기리는 송덕비가 이제는 내륙 항구 도시가 된 대구나 나주, 서울 여의도 등지에 세워져 전세계 토건업자들의 순례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영남대 독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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