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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임금은 임금답고 아비는 아비답고 /조준현

교사·학부모가 제대로 서야 학생들이 본받지 않겠나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1-05 20:31:3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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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에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는 말이 나온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만약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다면 그 '답지 못함'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무겁고 어느 것이 더 가벼울까? 어떤 분은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더라도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고 말씀할는지 모르겠다. 또 다른 분들은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다면 신하가 어찌 신하다울 수 있겠냐고 반문할는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공교육의 붕괴라는 데에는 대부분의 국민이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공교육은 어쩌다 이렇게 붕괴되고 말았는가? 어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나 체벌 금지 규정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교사가 학생을 때리지 못하니 교권이 바로서지 못하고, 교권이 바로 서지 못하니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체벌 금지를 발표한 서울시교육청에서도 출석중지제도니 학부모소환제니 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이 체벌 금지를 발표한 것은 지난 학기의 일이다. 그렇다면 불과 한 학기 전에는 우리 교육이 정상적이었다는 것일까? 반대로 체벌을 다시 실시하면 과연 공교육이 제대로 선단 말인가? 아무래도 아닌 듯싶다. 우리 교육이 무너진 것은 한참도 더 된 일이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고발성 사례들 가운데 최근 특히 화제가 되었던 것은 어느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여교사에게 성희롱에 가까운 장난을 친 동영상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동영상은 이미 2006년에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교권의 붕괴가 '학생인권조례'나 체벌 금지와는 무관하게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라는 반증이다.

많은 이들이 요즘 학생들을 비난한다. 그러나 나는 학생들이 학생답지 못하다면 그것은 먼저 교사가 교사답지 못하고 학부모가 학부모답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경기도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여교사를 폭행했다고 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산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여교사는 수업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은 학생들로 하여금 서로 때리도록 했고, 그런 지시를 거부한 학생에게 욕설과 폭행을 가했다고 한다. 교사가 학생들로 하여금 서로 때리도록 강요하고 웃으며 즐겼다는 이야기는 놀라움을 넘어 충격적이다. 또 얼마 전에는 어느 여고의 윤리교사가 여학생들을 성추행하다가 직위해제된 사건도 있었다. 어느 교장이 여교사들에게 처녀 맞느냐는 등의 성희롱을 일삼다 교감으로 강등된 일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반대로 어느 학교에서는 학부모가 교사의 뺨을 때리고는 수표를 내보이며 맷값이라며 조롱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노동자를 폭행하고 수천만 원의 맷값을 줬다는 어느 기업인의 행태를 흉내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학부모 아래서 자란 학생에게 교사를 존경하고 학교를 존중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요컨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교권이 저토록 땅에 떨어진 이유는 학생들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일부 교사들이 존경받을 만한 인격을 가지지 못하였기 때문이며, 또 일부 학부모들이 먼저 교권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교사나 학부모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라는 이들 가운데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비율이 보통 국민들보다 훨씬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런데 지도층의 아들일수록 또 군대를 가지 않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못할망정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지도층일수록 지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실언이나 성희롱 발언들도 당연히 지녀야 할 도덕성을 결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업인들이나 법조계 등 다른 분야의 지도급 인사들이 국민들 특히 어린 학생들로부터 제대로 존경받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아비가 아비답지 못하니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고 자식이 자식답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학생답지 못한 것만 탓한다면 옳지 않다. 제대로 '무엇다움'을 보고 배운 적이 없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참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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