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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정사회와 전관예우 /유창선

구시대적 관행 문제 삼지 않고 국민의 눈높이 맞추지 못한다면 공정사회 멀고 험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1-12 22:24:1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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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의 길은 멀고도 험한 것인가. 후보 사퇴를 하긴 했지만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전관예우' 논란은 우리 사회가 공정사회와는 거리가 먼 구시대적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 씨는 지난 2007년 대검 차장직에서 퇴임하고 로펌으로 옮긴 후 불과 7개월 동안 7억 원 가량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사람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월 1억 원의 급여를 받은 것이다. 아무리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정식 급여이고 세금도 냈다고는 하지만 국민정서법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정 씨가 그렇게 많은 보수를 받은 것은 흔히 말하는 전관예우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전관예우는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불공정행위로 자리해 왔다. 로펌이나 대기업들이 법원, 검찰, 국세청 고위공직자들을 영입하여 파격적인 보수를 지급하는 대신, 그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해 자기를 영입한 조직에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일을 도모하곤 한다. 물론 그 과정에는 사적인 청탁과 로비라는 음습한 방식들이 개입한다.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들이 변화하고 구태가 청산되었는데도, 이 전관예우 관행만큼은 당당하게 살아있음을 우리는 목격하게 된 것이다. 공정사회를 외치고 있는 청와대조차도 사전검증 과정에서 문제삼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니, 이 관행이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전관예우는 시급히 청산되어야 할 구태임에 분명하다. 자신들이 모셨던 전직 상사가 은밀하게 청탁을 해오는데 이를 안 들어주기가 어려운 것이 후배 공직자들의 입장이다. 다른 어느 곳보다도 공정성을 생명으로 해야 할 기관들에서 이런 식으로 결정이 내려진다면 국가기관들에 대한 신뢰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높은 자리에서 잘나가던 사람들이 퇴임 후에도 자기가 있던 자리를 배경으로 거액의 돈을 버는 모습 앞에서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퇴직 판·검사가 퇴직일 1년 전까지 근무한 법원, 검찰청 관할 지역 사건은 퇴직 후 1년 동안 수임 못 하도록 하는 전관예우금지법을 마련하고서도 법조계의 반발로 표류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공정사회로 가는 길에 버티고 있는 또 하나의 장애물이 있으니 낙하산 인사가 그것이다. 최근 한 방송프로그램은 현정부 아래에서의 낙하산 인사의 실상을 집중 분석하여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에 따르면 현재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284개 중 186개 기관에 306명의 인사가 정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고, 이는 노무현 정부 때 125개 기관의 185명에 비해 두 배 가까운 규모라는 것이다. 현정부 아래에서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어왔음은 익히 알고 있지만 막상 이러한 수치를 접하니 탄식이 나오게 된다.

낙하산 인사는 역대 정부 아래에서도 존재하기는 했다. 그러나 현정부 들어 그 수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그처럼 늘어났다는 것은 사회변화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낙하산 인사는 기본적으로 정권을 전리품처럼 여기는 발상에 기초한 것으로, 투명한 국가운영을 가로막는 밀실인사의 산물이다. 더욱이 KT 같은 민영기업이 낙하산 인사의 근거지처럼 되었다는 사실은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원칙을 강조하던 현정부로서는 명분 없는 일이다. 지난날 노무현 정부의 인사정책을 가리켜 낙하산 인사, 회전문 인사라고 비난했던 현정부가, 막상 자신들이 정권을 잡고 나자 그보다 더한 낙하산 인사, 회전문 인사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현정부가 임기 내내 인사와 관련된 시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은 결국 국정운영에 대한 적신호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모든 일들이 국민의 정서를 알지 못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결과이다. 청와대는 공정사회를 외치고 있지만 사실 국민은 이미 공정한 룰을 알고 그것의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오히려 문제는 정부이다. 정부만 공정한 인사를 해도 공정사회로 가는 지름길은 열린다. 공정사회는 국민에게 말할 것이 아니라 정권의 내부를 향해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청와대는 깊이 돌아볼 일이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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